아마 2012년 여름 즈음이었을 겁니다.
저는 당시에 카카오에서 카톡 서버 개발자로 일하고 있었는데요.
어느 날 아침, 파라솔 의자에 앉아 카카오톡을 처음 만든(사용자 아이디가 무려 1번인) 창시자와 잡담을 나눴습니다.
저는 카톡이 많이 알려지고 나서 카카오에 합류했기 때문에 초기에 어떻게 성공했는지가 참 궁금했거든요.
어떻게 이렇게 성공한 거냐 물었죠.
그분이 대답해 주셨어요.
글쎄, 하루아침에 잘 된 게 아니다. 3년 동안 이것저것 시도했고 출시하는 것마다 실패했다.
뭘 만들든 간에 사용자 10만 명을 모아 보는 게 소원이었다고 하더군요.
저는 되물었죠.
"소원이요? 100만 명이 아니고 10만 명이요?"
저는 속으로 참 숫자 감각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에 카카오톡은 하늘을 뚫고 올라갈 기세.
가만히 누워서 코딱지만 파고 있어도 하루에 10만 명은 우습게 가입할 정도.
그래서 저는 10만 명이란 숫자를 우습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제 스스로는 한 번도 이런 숫자를 만들어 본 적이 없으면서.
남들이 만들어 놓은 것에 올라타기만 했으면서.
그분께서 허허 웃으면서 10만 명 모으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돌아보니 정말 그랬습니다. 숫자 감각 없고 세상 물정 모르는 얼간이는 바로 저였습니다.
한 때 맛집 서비스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카카오플레이스.
오픈 첫날 50만 명 정도가 가입했던 것 같습니다.
며칠 지나자 100만 명이 가입했습니다.
고무적이었습니다.
한 일주일 동안은요.
카카오 이모티콘을 준다니 가입했던 체리피커 사용자들은 금세 떨어져 나갔습니다.
하루 방문자가 겨우 9,000명.
저는 낙담했습니다.
하루에 몇 천만 명이 쓰는 카카오톡을 만들다가 9,000명이 방문하는 서비스를 맡으니 그럴 만도 했을까요?
세네 달을 더 해보다가 포기했습니다.
돌아보면 너무 쉽게 포기했습니다.
9,000명의 사용자가 매일 찾아주었는데.
이제 시작이었는데.
배때지가 불렀습니다.
저는 제가 서비스를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쥐뿔도 모르는 얼간이였습니다.
회사에서 은퇴하고 직장인 소개팅 서비스 커피한잔을 만들고 있습니다.
며칠 전 누적 가입자가 3만 명을 넘었습니다.
일 사용자는 겨우 2,000명.
누가 들으면 웃을 숫자입니다.
이제는 낙담하지 않습니다.
돌아보니 예전의 저와 지금의 저는 달라졌습니다.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의 가치를 알게 되었습니다.
서비스란 장기전.
사용자들과 오랜 시간 꾸준하게 교감을 나누며 발전시켜 나가는 것.
서비스란 복리로 커나가는 것.
복리를 누리려면 꾸준함과 오랜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커피한잔은 빠르지는 않지만 꾸준하게 커가고 있습니다.
누구나 잘 안될 것 같으면 빨리 포기하고 싶습니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기회비용이 그만큼 더 크다고 생각하니깐.
다들 이렇게 빨리 포기하기 때문에 끈기 있게 하는 것은 특별한 가치가 있습니다.
누적 사용자 3만 명을 만드는데 만 5년이 걸렸습니다.
카카오에서는 5시간이면 달성했을 숫자.
제가 계속 옛 생각에 빠져 배때지가 불러있었다면,
작은 숫자에 계속 낙담하고 실망했다면 아마 진작에 포기했을 겁니다.
커피한잔은 언젠가 10만 명 서비스가 될 겁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제가 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테니깐.
어쩌면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포기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사용자 3만 명. 저에게는 굉장히 기쁜 순간입니다.
그동안 고생했다고, 앞으로도 힘내라고 스스로에게 박수 쳐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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