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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를 쓰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을까?

저는 커피한잔이라는 직장인 소개팅 어플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제 만 4년쯤 됐네요.

어플을 만들어서 돈을 번다하면 자본 하나도 안 들이고 돈 버는 거 아니냐, 완전 꿀 빠는 사업 아니냐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하하. 쉬운 사업이란 없습니다.

돈 버는 곳은 어디나 전쟁터입니다.


앱 하나를 완성한다는 게 쉬운 일도 아닐뿐더러 설사 출시하더라도 힘든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이미 대부분의 분야에서 시장을 장악해버린 앱들이 많아서 더 이상은 만들만한 앱이 없다 생각들 정도입니다.

소개팅 어플 같은 경우에는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하나씩 생기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경쟁자만 많은 게 아니라 속임수도 많이 일어납니다.

어플을 만든 직후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의 가짜 후기를 돈 주고 사고파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앱에 후기가 하나도 없고 다운로드 수가 적어 보이면 사람들이 안 쓰니 이걸 돈을 주고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앱을 만들어 올리면 이런 메일을 계속 받게 됩니다.

참, 지저분하죠?

그런데 소개팅 어플 카테고리에 있는 앱들 중에는 10개 중 7~8개가 이렇게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건 속임수 중에서도 아주 사소한 속임수입니다.

있지도 않은 사람을 있다고 속이기도 하고, 접속한 지 한참 지난 사람을 소개해주면서 사용자들을 속이기도 합니다.




제주도에서였나. 아내랑 어떤 식당을 갈까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한 식당 입구에 수요미식회인지 3대천왕인지 방송에 나왔다고 현수막이 붙어있었습니다.

"우와, 여기로 가요."

아내가 말했습니다.


"그럴까요..? 어. 그런데 잠깐만..."

문득 의심이 들었습니다.

진짤까? 방송에 나왔다기엔 가게가 너무 없어 보이는데. 손님도 없고.

그냥 장사 안 되는 집 아니야?


저는 현수막에 적혀있는 해당 방송의 회차를 검색해봤습니다.

역시나 거짓말이었습니다.

허.. 참나. 하마터면 속을 뻔했네.


그때 느껴지는 배신감이란.

자기 눈앞에 서있는 사용자를 이렇게 뻔한 거짓말로 속일 생각을 한다고?

이 가게 주인이 앱 개발을 한다면 사용자의 리뷰와 별점을 돈 주고 산다는데 내 왼쪽 붕어알을 건다.




사람들은 저에게 커피한잔의 해자가 뭐냐고 묻곤 합니다.

"해자요? 그런 거 없는데요."

저는 솔직하게 대답합니다.

매일 새로운 경쟁자들이 튀어나오는 이 정글 같은 세계가 항상 무섭다고.


어쩌면 딱 한 가지 해자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속임수를 쓰고 싶은 유혹에 빠지지 않으려는 의지.


집주인이 약속을 지키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전세금을 돌려줄 때가 되면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에헴...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야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어."

"아니, 그러거나 말거나 계약이 끝난 날짜에 돌려줘야죠."

"이 사람아, 돌려줄 돈이 어딨나. 다들 이렇게 한다고. 부동산에 가서 물어봐."


다음 세입자와 상관없이 보증금을 제 날짜에 돌려주는 집주인이 많을까요, 저런 소리를 하는 집주인들이 많을까요?

저는 다음 세입자가 없어도 보증금을 준비해놓고 세입자가 원하는 날에 맞춰서 돈을 내어줍니다.


앱 시장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어딜가나 속임수 천지 입니다. 자기에게 돈을 내는 사용자들을 속입니다.

속임수를 쓰면서 잘되기까지 하는 앱들을 보면 화가 나다가도 한 편으론 이런 생각이 듭니다.

바로 이런 속임수 어플들이 있어서 내가 만든 어플이 더 빛날 수 있는 건 아닐까?

그래, 그게 바로 커피한잔의 해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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