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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혁신이란 걸 한 적이 있나요?

답답하면 니가 혁신하던가.

오늘 카카오가 잠시나마 네이버 시총을 뛰어 넘어섰습니다. 정말 놀랍고 기쁜 소식입니다.


저도 한 때는 개발자로서 카카오에 몸 담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카카오 이야기를 잠깐 해볼까 합니다.


카카오에 초기에 들어온 사람들이 받은 스톡옵션은 회사 안에서나 밖에서나 항상 이슈였습니다.

"아니 쟤네들이 뭘 했다고 그렇게 많은 주식을 받아?"

"아, 짜증 나네. 나는 스톡옵션도 없으니깐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해야겠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초기 기여자들이 더 많은 돈을 벌었으면 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고의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수년 동안 그 자리를 방어한 챔피언들인데 지금 받는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이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 뒤에 들어온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유니콘 회사의 초기 기여자들도 섭섭하지 않게 벌 수 있지.


어떤 사람들은 카카오톡이 타이밍을 잘 잡았을 뿐이라고 말합니다만 세상 일이 어디 운만 가지고 되나요?

타이밍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면 지금은 이름도 잘 기억 안 나는 엠엔톡이라는 메신저가 국내 시장을 다 먹었을 겁니다.


사람들이 잘 알아주지 않는 것 중 하나는 이 초기 기여자들의 헌신입니다.


카카오톡의 트래픽이 가장 고조되는 시간은 오후 11시 정각이었습니다.

밤 10시에 시작하는 메인 드라마가 끝난 직후 사람들이 하는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카톡을 켜는 것이니까요.

드라마가 끝나면 트래픽이 동시에 몰리면서 서버가 힘들어했었죠.


초기 기여자들은 매일 밤 11시가 되면 자연스레 컴퓨터 앞에 앉아 서비스를 모니터링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했습니다. 이런 날들은 잠깐 며칠이 아니라 1년이 넘게 지속되었습니다. 회식을 하다가도 11시가 되면 자연스레 컴퓨터를 열고, 주말에도 예외는 없습니다.

카톡 서버는 매일 위기였지만 그들은 매일 방어해냈습니다. 엠엔톡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이렇게 했던 그들의 모습은 나중에 카카오에 들어간 우리들에게 큰 귀감이 되었습니다. 사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의 의미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가르쳐준 거죠.




지금은 희미한 기억이 되었지만 한 때 카카오는 전 국민으로부터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회사였습니다.

누군가 카카오에게 시비를 걸면 전 국민이 달려들어서 카톡은 건들지 말라고 함께 싸워 주던 시기가 있었죠.


요즘에는 카카오가 문어발 사업을 한다, 돈 벌더니 배가 불렀다 말이 많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아픕니다.


언젠가 어떤 사람이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카톡에 혁신이 있나요? 문자 메시지를 조금 개선한 거지."

"아 하나는 인정할게요. 그룹채팅. 이건 이전에 없었으니깐 내가 인정한다."

"솔직히 카톡은 그냥 시대를 잘 만난 거죠."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저는 그때 카톡을 지켜내기 위해 헌신했던 동료들의 얼굴이 하나씩 떠오르며 울화통이 치미는 것입니다.



"야. 그래서 너는 세상에 뭘 만들었냐. 답답하면 니가 혁신하던가."




투자자들은 메가트렌드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고령화 시대, 탈탄소 시대, 엔터테인먼트 시대.


IT산업을 메가트렌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지금도 있을까요?


10년 전에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투자자가 쓴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삼킨다라는 글이 유행했습니다. 당시에 현업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던 저는 이제 와서 무슨 소리냐, 뒷북치는 소리 하고 있네 라고 생각했었는데요.

10년이 지나고 나서 보니 아직도 소프트웨어는 세상을 먹어 삼키고 있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10년도 그럴 것 같습니다. 아직도 먹어 삼킬 것들이 너무 많거든요.


언젠가 카카오가 삼성전자보다 큰 회사가 되는 날이 오더라도 저는 놀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 이제야 진정 소프트웨어의 세상이 왔구나.'


카카오와 네이버가 서로 경쟁하며 더더더 뻗어나가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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