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선택하는 것은 인생에서 가장 큰 투자
제가 지금까지 다녔던 회사를 세어보니 5개네요. 약 15년간 일했으니 평균 3년 정도를 다녔나 봅니다. 스타트업부터 중소기업, 대기업까지. 여러 경험들을 해봤네요.
저는 제가 다닌 모든 회사들의 주식을 어떤 방식으로든 보유했었는데요.
우리사주로 얻은 것도 있었고, 스톡옵션으로 받은 것, 상장된 회사 주식을 시장에서 매입한 것, 전환사채로 회사에 돈을 빌려 주고 나중에 주식으로 전환한 일, 창업자들의 기존 주식을 산 것까지.
소소한 이익을 얻은 것도 있었고 완전 대박 이익 그리고 완전 망함 까지. 이 또한 다양한 경험들을 했습니다.
투자라고 하면 주식 투자, 부동산 투자 같은 것이 먼저 생각나겠지만,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야 말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투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또 다른 투자로는 결혼이 있겠습니다)
내 주위에 어떤 사람이 있을 것인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내가 그 일을 하면서 얼마나 즐거울 것인지.
얼마나 큰 부를 얻을 것인지.
이런 것들은 삶에서 정말 소중한 요소잖아요?
저의 20대와 30대의 기억을 돌아봐도 다녔던 회사를 기준으로 기억이 큼직큼직하게 그룹화되어 저장돼 있는 것을 보면 회사라는 영향력은 인생 전체로 봐도 참 큰 것 같습니다.
회사를 선택한다는 건 이런 큰 선택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식 투자나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것보다도 중요하고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물론 처한 상황에 따라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요)
저는 이렇게 선택을 한 회사의 주식을 사지 않는 것이 좀 이상했습니다.
주식을 안 산다는 것은 회사가 앞으로 더 잘될 거라는 기대가 없고 내 동료들에 대한 존경심도 없다는 뜻일텐데 뭔가 좀 모순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혹은 주식이라는게 뭔지 잘 모르거나)
회사에 기대가 없고 동료들을 존경하지도 않는다면 왜 다니기로 선택한 거지? 다니는 동안 잠깐의 월급을 받기 위해서?
한 번 선택하면 인생의 3년이 지나가는데? 내가 선택할 수 있었는데도 이런 상황이 되는 건 좀 슬프지 않나? 이게 좋은 투자 맞나?
바꾸거나 따르거나 떠나라.
이건 제가 아주 좋아하는 말인데요. 우리는 이 중 하나를 선택해서 스탠스를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 바꾸지도 않고 따르지도 않고 떠나지도 않는 것이야 말로 인생을 낭비하는 슬픈 일입니다. 만약 이렇게 회사를 다니고 있다면 매일 본인의 회사를 욕하면서 그 회사에서 월급을 받고 사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
다니는 회사의 주식을 산다는 것은 회사와 나를 엮는 일입니다.
나의 목표와 회사의 목표를 일치 시킨다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이렇게 해야 일하는 것이 더 즐겁고 삶의 행복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회사가 망하면 같이 망하는 건데 왜 회사와 나를 엮냐고요?
잘되는 쪽 먼저 생각해보죠. 회사가 잘되면 나도 잘되는 겁니다. 회사도 부자가 되고 나도 부자가 됩니다. 매일 일터가 즐겁습니다. 이것만큼 기쁜 일이 있나요?
회사와 내 동료들은 부자가 되어가는데 나는 주식이 없어서 월급만 받습니다. 이것만큼 슬픈 일이 있나요?
이제 망하는 경우를 볼까요? 망하는 건 가슴 아프고 힘든 일입니다.
저는 회사가 망해서 가슴 아픈 적이 있었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제가 제 동료들을 선택했고 제 돈을 넣고 일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며 제 가치가 올랐고 또한 좋은 친구들을 얻었거든요.
돈을 좀 잃었지만 회사와 제가 함께 망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좋은 투자였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분산 투자를 하라는 뜻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왜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으시려고 하시나요?"
저는 이런 말을 들으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선택한 회사에 투자도 못할거면 나는 도대체 무슨 선택을 하며 삶을 살고 있는거지?'
저는 제가 투자하고 싶은 회사에서 일하면서 제 삶의 일부를 보내고 싶습니다.
제가 앞으로 회사를 또 다니게 되는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회사를 다닌다면 주식 없이 다니는 일은 없을 것이 분명합니다.
저는 제가 모르는 사람들이 일하는 회사 주식을 사는 것 보다는 제가 선택했고 제가 일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을 우선해서 사고 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