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은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노동 소득이 전혀 없었던 한 해였습니다.
2019년 9월에 마지막 월급을 받은 이후로 회사를 더 이상 다니지 않았거든요.
현재 제가 돈을 버는 방법은 세 가지입니다.
(이전 까지만 해도 회사에서 받는 월급까지 4종류였습니다만)
1. 건물에서 나오는 월세
2. 사업(앱 서비스 개발)
3. 주식 투자
4. 월급
최근 몇 년간은 이랬습니다.
월급 > 부동산 > 앱 개발, 주식
2020년에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네요.
주식 > 앱 개발 > 부동산 > 월급(0원)
주식은 운이 좀 따랐습니다.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 시장 상황이 훨씬 좋았거든요.
코로나로 주식이 폭락했을 때 몇 달에 걸쳐 하루도 빼놓지 않고 주식을 분할해서 매수했습니다. 최소한 1년 동안은 회복 못할 수도 있겠다, 분할 매수하는 동안 허리띠 졸라매고 열심히 일해야겠다 각오했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올라왔네요.
부동산은 코로나로 인해 2020년 초보다 절반 이상 월세가 줄었습니다.
전세로 돌린 거지만 어쨌든 매 달 들어오는 월수입은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공실도 생기고 있고요.
주요 소득이었던 회사 월급이 사라졌으니 사업을 더 잘하기 위해 개발을 더 열심히 했고 다행히 사업 소득이 늘어줘서 마음은 좀 편해졌습니다.
(그래도 대기업에서 월급 받는 것만큼 안심이 되진 않습니다. 언제 갑자기 사업이 고꾸라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거든요)
돌아보니 처음으로 자본 소득이 노동 소득 + 사업 소득보다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자본 소득
자본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은 부러움을 받는 대상이면서 질투와 욕을 먹는 대상이고 그 어려움이 과소평가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본으로 돈을 버는 것을 쉽게 생각합니다만 과연 그럴까요.
만약 로또에 당첨이 돼서 한 30억 정도가 갑자기 생겼다고 생각해볼까요?
이 돈을 이제 어떻게 쓰시겠습니까?
강남에 한 20억짜리 아파트 사고 주식도 우량주로 이것저것 7억 원 정도 사놓고 안전하게 3억 정도 예금도 해두면 돈이 잘 불어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상상 속에서는요.
근데 현실에서는 다릅니다.
막상 집을 사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녀보면 맘에 드는 게 없습니다.
'이미 너무 많이 오른 것 아닌가? 집주인들이 너무 비싸게 부르는 것 같은데? 나 호구당하는 거 아니야?'
옆에서는 부동산 중개인들이 집을 팔아먹기 위해 온갖 달콤한 말을 내뱉습니다.
"아유 그냥 사요. 부동산은 사면 무조건 올라요. 집은 오늘이 가장 싼 값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내일은 더 비싸져요."
중개인만 그런가요. 친구들 가족들까지 다 달려들어서 어디가 유망하다는 훈수를 둡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잘 모르면 이런 꼬임에 쉽게 넘어갑니다. 그런데 집을 사고 나면 정말 집 값은 기대처럼 올라줄까요?
주식도 마찬가집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커다란 회사 사놓으면 10년 후엔 올라있겠지 생각 들지만 그게 어디 생각처럼 되나요?
제가 어렸을 적 친척들이 모여서 이런 대화를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한국전력 주식은 그냥 평생 가지고 있으면 오르는 주식이야. 망할 일이 없어."
제가 그때 어린 학생이라 이런 말에 휘둘리지 않은 게 참 다행입니다. ㅋㅋ
그때 한국전력 주식을 사서 평생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20년 넘는 기간 동안 누적 수익률이 0% 였겠네요. 지금도 16조 원 정도 하니까요.
예금을 하는 건 쉬운 일일까요?
예금 통장을 알아보니 겨우 연 1% 남짓하는 예금이자가 아까워서 결국 다른 투자처가 없나 기웃거립니다. 안전하게 투자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마음 한 편으로는 큰 수익을 원합니다.
돈이 돈을 번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돈은 돈을 벌지 못하거든요. 돈은 시간이 지날수록 쪼그라들기만 합니다.
이 돈이 쪼그라들지 않게 지켜내고 불리는 것은 그 돈을 가진 사람의 실력입니다. 실력이 없으면 돈을 지키기는커녕 주위 사람들과 스스로에게 휘둘려서 가진 돈을 잃을 수밖에 없거든요.
이걸 반대로 생각해볼 필요도 있습니다.
얼간이 같고 운만 억세게 좋아 보이는 어떤 돈 많은 놈이 자산을 꾸준히 불려 왔다면?
그 사람은 얼간이가 아니라 실력이 뛰어난 사람일 확률이 높은 겁니다.
어떤 점에서 배울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지 운 좋은 놈이라고 생각하고 배 아파하면 안 됩니다.
상속을 받은 사람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재벌 2세들이 회사를 물려받은 이후 수년 동안 회사를 꾸준히 성장시켜왔다면 그건 부모 잘 만나서 운이 억세게 좋은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실력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가진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들보다 훨씬 더 열심히 살아왔을 수도 있겠죠.
생각해보세요. 실력 없는 얼간이가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회사를 물려받았다면 옆에 있는 참모들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떠날 것이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이 얼간이의 돈과 회사를 뺏기 위해서 온갖 해코지를 할 겁니다.
저 또한 회사에서 월급만 받을 때는 자본으로 돈 버는 게 누워서 떡먹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막상 남는 현금을 굴리기 시작하자 돈을 지킨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죠.
P2P에 투자해서 손해를 보기도 했고 비트코인을 샀다가 90퍼센트 가까이 날려 먹기도 했네요.
제가 돈이 남아 돌아서 장난 삼아 투자해 본 것이 아니었습니다.
회사에서 받은 피 같은 월급을 놀리기 싫어서 제 딴에는 잘 굴려보려고 진지하게 했던 행동이었거든요.
운이나 타이밍이 나빴던 것도 아니고 그냥 제 실력이 부족했던 것입니다.
2020년에는 성과가 좋은 편이었지만 이후에는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됩니다. 고정적인 월급이 없으니까요.
저는 매 해 5% 씩만 성장해도 만족합니다. 정말입니다. 그런데요, 이것 조차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달성하려면 열심히 코딩하고 공부하는 수밖에요.
가만히 있는다고 돈이 돈을 벌어다주지는 않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