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1인 개발자로 혼자 일하는 이유

사람 레버리지는 더 조심해서 쓰고 싶다

저의 주업은 건물주가 아니라 프로그래머입니다.

지금은 1인 개발자로 혼자 집에서 앱 개발을 하며 지냅니다. 건물에 신경 쓰는 시간보다 앱 개발에 신경 쓰는 시간이 많고 수익도 더 많으니 앱 개발이 주업이라고 하는 게 맞겠죠?


혼자서 일을 하며 지내니 주위 친구들에게 듣는 말이 있습니다.

"이제 그 정도 자리 잡았으면 사람 몇 명 뽑아서 일 시키고 제대로 한 번 키워봐. 그게 훨씬 나을 수도 있어."


그러면 저는 항상 웃으며 손사래를 칩니다.

"에이~ 내 주제에 뭘. 그냥 혼자 하는 게 편해."




저렇게 손사래 치는 데는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습니다.


저는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것을 즐기지 않습니다. 반대매매를 당할 뻔한 이후로는 더 조심스럽게 됐습니다.

사람들은 레버리지를 사용하면서 긍정적인 면을 부각해서 보고 부정적인 쪽은 잘 보려 하지 않는 듯해 보입니다.

영끌해서 아파트를 사서 큰 차익을 볼 생각으로 신나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시세가 떨어져서 어디 팔기도 힘든 상황이 되는 시나리오는 잘 생각하지 않죠.

레버리지를 사용한다는 건 잘 풀릴 때의 시나리오만큼 정반대의 상황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합니다.


그런데 레버리지라는 게 꼭 돈을 빌리는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사람들끼리 모여 함께 일하는 것도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 때는 자본이 아니라 사람을 지렛대로 사용합니다.


음식점 사장님은 직원을 레버리지로 사용해 혼자 힘으로는 만들어 낼 수 없는 매출을 달성하고 직원들에게 나눠줍니다. 직원들도 돈을 벌고 사장님도 혼자 하려던 것보다는 많은 돈을 법니다. 윈윈이네요.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것도 비슷합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머리를 맞댑니다. 서로를 레버리지로 활용해 혼자서는 풀 수 없었던 문제를 해결하고 세상에 큰 가치를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다 같이 큰돈을 벌지요. 이 역시 윈윈입니다.


좋은 쪽으로만 생각하면 참 좋습니다.

그런데 항상 일이 잘 풀리는 것은 아니니까요.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이렇습니다.

뜻이 맞는 친구들이 모여서 부푼 꿈을 안고 부자가 될 생각에 신이 나서 일을 합니다.

그런데 하다 보면 여러 가지 문제들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제품을 완성도 못하고 다툼만 하다 헤어지는 경우가 태반이고 겨우 제품을 완성했다 하더라도 싸늘한 시장의 반응에 좌절하게 되곤 하죠.

이때쯤에 대부분의 팀이 해체됩니다.


그냥 헤어지기만 한다면 다행인데 다신 안 볼 사이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이 제대로 안 풀리고 어디로 갈지 방향을 잃어버리고 나면 팀 내에 갈등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갈등이 오래 누적되면 상대방에 대한 미움으로 번지고 이런 상황에서 팀이 해체되면 자연스레 다신 안 보게 되는 겁니다.


돈도 못 벌고 시간도 날리고 사람도 잃었네요. 마치 사람 레버리지에도 반대매매라는게 있는 것 같지 않나요?


저 또한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그 친구들을 지금도 만나고 있지만 한 때 서로의 가슴을 후벼 파가며 논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고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두려운 감정이 듭니다.


모든 레버리지에는 반작용이 있기 때문에 잘 사용해야 합니다. 사람 레버리지도 마찬가지고요.




얼마 전 클럽하우스가 유행할 때 어떤 유명한 스타트업의 디자인 팀장이 사회자와 하는 대화를 들었습니다.

"회사의 향방을 가르는 어렵고 고통스러운 결정들이 뭐가 있었나요?"

"글쎄요... 저는 대표가 아닌 디자인 팀장이라 그렇게 어려운 결정들은 다행히 해보지 않은 것 같네요." 


이 말을 듣고 잠시 의아했습니다.

'가만, 나는 대표인데? 대표들이 어려운 결정들을 많이 하게 되는 건가? 음... 그거야 당연히 그렇지.'

'근데 이상하다? 몇 년 동안 혼자 일 하면서 내가 어떤 결정을 할 때 어렵거나 고통스러웠던 적이 한 번도 없었는걸?'


이때 깨달았습니다.

어떤 결정이 어렵고 고통스러운 건 같이 일하는 다른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반대를 설득해야 하고, 설득 없이 밀어붙이기도 하고 심지어는 다른 사람을 잘라야 하는 결정을 할 때도 있습니다.

어쩔땐 정말 사소한 일 조차 설득이 안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하는 논쟁만큼 피곤한 일도 없습니다.


제가 몇 년 동안 혼자 일하면서 맘이 편했던 건 이런 스트레스가 전혀 없었기 때문인 것 같네요.




또 좋은 점이 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일을 안 해도 됩니다.


저는 요즘 하루 평균 3~4시간쯤 일하는 것 같습니다. 나머지 시간은 아내랑 킥보드 타러 다니고 글 쓰고 축구하고 책 읽고.. 뭐, 팔자 좋게 삽니다.


만약 직원을 뽑는다면 제가 지금처럼 놀면서 일할 수는 없을 겁니다. 당연히 저도 열심히 해야죠.


간혹 제 앱에 투자를 하고 싶다는 연락도 옵니다. 저는 다 거절합니다.

이 사람이 누군지 어떤 의도로 투자하겠다는 건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나라 최고의 VC로 여겨지는 알토스나 본엔젤스 같은 회사에서 찾아와도 저는 바로 거절할 것 같습니다. 이때의 이유는 좀 다릅니다.


"아니 도대체 왜 투자를 안 받겠다는 거예요?"

"투자받으면 열심히 일해야 하잖아요. 저는 지금이 좋아요."




나중 일은 알 수 없지만 제가 영원히 혼자서만 일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언젠가는 다시 뜻이 맞는 사람들과 모여서 창업을 하게 될 거라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게 지금보다 즐거울까? 글쎄요. 저도 궁금하긴 하네요.


딱 회사원들 버는 돈만큼만 꾸준하게 벌 수 있다면.

어쩌면 혼자서 일하는 거야말로 최고의 선택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물론 이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요.



관련 글:

나는 얼마짜리 사람인가?

속임수를 쓰면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을까?

회사원이 제일 쉬웠어요.

파랑새는 내 손안에 있다.

작가의 이전글 회사는 어른이 가지고 놀수있는 가장 정교한 장난감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