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쯤 전의 이야기입니다. 2012년 2월쯤이었나.
네이버의 이해진 의장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들 네이버란 간판 떼고 나가서 아무 서비스나 한번 만들어보세요.
몇 명이나 써줄 것 같아요? 10명이나 다운 받아줄까요?
지금 네이버란 간판이 여러분들이 만드는 서비스를 지켜주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될 거예요.
못 믿겠으면 나가서 한 번 해보세요. 그게 여러분들 진짜 실력이에요."
가슴이 두근두근 뛰고 약간의 반항심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저 말이 진짜일까?
아니, 난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이야기는 제 가슴에 꽂혀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잊히지 않았습니다.
회사 다닐 때 이런 생각을 가끔씩 했던 것 같습니다.
내가 회사 다니면서 연봉 1억을 받는다면 사실 내가 회사에 가져다준 가치는 그 이상이야. 적어도 1억 5천은 되겠지. 회사는 내게서 5천만 원을 수수료처럼 떼 가고 있는 거야. 그렇다면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혼자 일한다면 1억 5천 이상을 벌 수 있는 사내가 되겠군.
그리고 이런 생각은 이해진 의장님의 이야기와는 반대였고 저는 정말 궁금했습니다.
내가 나만의 서비스를 만든다면 결과가 어떨까? 내 실력은 진짜일까 가짜일까.
남이 만든 회사가 아니라 내가 창조해낸 제품으로 단 돈 만원이라도 벌어보고 싶다. 딱 만원만 벌고 실패해도 좋으니 내 진짜 실력이라는 걸 테스트해보고 싶어.
어릴 때 스포츠 선수들이 연봉 때문에 재계약을 안 하고 싸우는 것을 보면 이상했습니다.
돈을 저렇게 많이 받는데 그깟 몇 프로 더 받으려고 저렇게 싸워가면서 뻐팅긴다고?
이런 질문을 어른들에게 하면 어김없이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스포츠 선수들은 연봉을 실력으로 생각하는 거야. 자기 실력을 인정받고 싶은 거지."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서 진실을 테스트할 수 있는 것 중 돈 만한 게 없다는 걸 깨닫게 되었거든요.
내 음식이 맛있다 맛없다 하는 말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손님들이 지갑을 열어 기꺼이 지불해주는 돈이 진실인 것입니다.
이런 관점으로 바라보면 본인의 연봉이 곧 그 업에서의 실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결국 궁금증을 풀어냈습니다.
1. 이해진 의장님이 한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제가 만든 앱은 하루에 1명도 설치하지 않은 날들이 많았습니다. 너무 우울해서 독한 술로 슬픈 패배감을 달래곤 했습니다. 마음이 어찌나 쓰린지 맥주 같은 술로는 달래지지 않더군요.
2. 회사에서 수수료를 떼어간다는 제 생각은 옳았습니다.
회사에서 연봉 1억을 받는다면 회사를 그만두면 같은 노력으로 그 이상을 벌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오해하는 부분은 '같은 노력' 부분인 것 같습니다.
적어도 회사에서 하는 만큼은 일해야 하는데 덜 노력하고 더 벌려고 하니 쉽지가 않습니다.
3. 이 잠재력은 쉽게 발현되지 않습니다.
최소한 1년. 통상 3년 정도는 해봐야 결과가 나옵니다. 10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결과가 나오기 전에 포기합니다.
하지만 이 날 이해진 의장님은 또 한 가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성공은요, 실패하고 실패하다가 더 물러설 곳 없는 마지막 한 걸음에 나오는 거예요."
이 말은 제가 포기하지 않을 수 있게 도와줬습니다.
4. 저는 실력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이걸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입니다.
4년의 노력 끝에 드디어 회사 다닐 때의 연봉을 넘어섰습니다.
더 이상 제 자신에 대해 의심하지 않게 된 것이 너무너무 기쁩니다.
저는 스스로의 힘으로 세상에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니 그제야 평안을 얻게 되었달까요?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이 부럽지 않게 되었습니다.
본인이 진짜 얼마짜리 사람인지 알고 싶나요?
회사를 그만두고 혼자서 도전해보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회사는 자신의 온전한 가치를 드러낼 수 없게 상한선을 막고 있는 존재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 울타리를 깨고 나와야만 자신을 테스트해볼 수 있습니다.
외롭고 고된 길이지만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이 길은 자기가 누구인지 찾아가는 과정이고 그 열매는 너무 달콤하거든요.
이제야 저는 저를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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