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비트코인 투자 했다 망한 썰

다른 호구 찾다 호구 된다.

제가 한 투자에서 가장 실패한 케이스는 비트코인입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그리고 이름도 잘 기억 안나는 잡코인들.


기록을 뒤져보니 2017년 12월에 처음 발을 담갔네요.

인터넷에서는 누가 갑자기 천억 대 벼락부자가 됐다고 하고, 실제로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하나둘씩  얼마를 벌었다 떠들기 시작합니다.

식당에 앉기만 하면 다들 코인 이야기로 바쁘던 때가 있었죠.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주위에서 이야기를 많이 들으며 저도 솔깃합니다.

"한 백만 원 정도만 사볼까?"

오르면 팔고 다시 하고 하면서 한 달에 70만 원 정도 벌었네요.

우와 재밌습니다. 게임 같기도 하고 돈 버는 거 참 쉽습니다.


그렇게 한 달 정도가 지나 2018년 1월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코인은 불기둥입니다.

친한 친구와 점심을 먹었는데, 이 친구는 저보다 훨씬 돈이 많았고 저랑 같은 프로그래머였으면서 전문 투자자이기도 했습니다.

역시나 코인 이야기를 신나게 합니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이제 잘 기억은 안 나지만 블록체인의 미래가 밝다. 앞으로는 세상이 토큰화 될 거다. 뭐 이런 이야기들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점심값은 그 날 자고 일어났더니 천만 원을 번 그 친구가 냈습니다.


친구와 헤어지고 쌀쌀한 공원을 혼자 거닐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합니다.

아, 이 친구는 지금도 나보다 돈이 많은데 혹시 코인 가격이 계속 오르면 따라갈 수 없게 격차가 벌어질 것 같은데?

1000만 원 정도만 사볼까? 그러면 100배 올라가면 10억이 되네. 흐음.. 그 정도론 너무 적은데?

만약 1억 정도를 사서 100배 올라가면 100억이 되지. 이 정도면 정말 평생 놀 수 있겠군.


이 따위 생각들을 하며 공원을 거닐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너무 허접해서 한숨이 나옵니다. ㅋㅋ

제가 저따위 생각을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저는 왜 그랬을까요?


욕심이 났습니다.


마음속에 욕심과 초조함이 가득했습니다.

결국 저는 이를 떨쳐내지 못하고 5,000만 원 정도를 투자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코인이나 블록체인이라는 게 뭔지 잘 이해하지도 못했고, 어떤 가치가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내가 산 가격보다 더 비싸게 사줄 호구를 기대하며 샀다고 보는 게 맞겠습니다.


1년 정도가 지나서  4,000만 원이 넘게 손실을 보고 가지고 있던 코인들을 정리했습니다.

상품 자체를 보지 않고 다른 호구들을 기대하며 투자하는 행동은 앞으로 다시는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뼈아픈 일이었지만, 당시 욕심과 조급함에 마음이 달아오르던 그 이상한 느낌은 아마 잘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계속 제 기억에 남아있어 줬으면 좋겠네요. 4,000만 원짜리 기억이니까요. ㅋㅋ




최근의 부동산 시장과 테슬라 주식을 바라보면 저 때 생각이 납니다.


3년 상승률 무엇...?
Whoa … the stock is so high


부동산이나 테슬라가 비트코인과 비슷하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가격이 급등하니 사람들이 불나방처럼 달라드는 모양새는 많이 비슷합니다. 아마 제가 느꼈던 그 욕심과 조급함을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에 달고 살고 계실 것 같습니다.


앞으로 부동산과 테슬라 주식이 더 오를지 내릴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새로 사시는 분들께서는 혹시 내가 옆 사람이 부자 된 걸 보고 욕심 나서 따라 사고 싶은 건 아닌지.

상품 자체는 보지 않고 다른 호구가 비싸게 사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사는 건 아닌지 잘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 두 번째 투자 실패 썰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왜 자꾸 실패만 하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