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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이라고 항상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강남 불패 같은 소리 하네.

2007년쯤 있었던 일입니다.

저는 첫 회사를 들어가서 1년 정도 지낸 새내기였습니다.


어느 날 회사의 이사님이 부동산 전문가라는 지인을 초대해서 회사 회의실에서 세미나를 열어줬습니다.

당시에 부동산 시장이 워낙 호황이라 만나면 다들 부동산 얘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 본부의 사람들은 신이 나서 전부 들어가 열심히 강의를 들었습니다.

저 또한 열심히 들었는데요. 오래돼서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질 않지만 몇 가지는 기억합니다.


"강남불패"

"집 값은 강남에서 멀어질수록 싸진다."

"신분당선 개통 예정. 강남과 분당 런닝타임 15분."

"천당 밑에 분당"


뭐 이런 단어들을 쓰면서 부동산은 절대 떨어질 수가 없고 분당은 투자 하기 최고 좋은 지역이 될 거라는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합니다.

감동적인 강의였습니다. 당시에 느꼈던 진심입니다. 저는 제가 부동산을 잘 알게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혹하긴 했지만 가진 돈이 없으니 저는 곧 다시 회사 일하는데 집중했었는데요,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파크뷰는 당시에 강사가 찍어준 아파트 입니다. 꼭대기층에 연예인 남진이 살고 어쩌구 했던 이야기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이런 이야기들에 혹해서 이 아파트를 산 사람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출처: 호갱노노


2007년 당시의 가격을 13년이 지난 지금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20억이면 지금 돈으로 한 40억 정도 할까요?

이 정도 돈이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마 사람들은 당시에 부동산이 계속 오르니 욕심에 눈이 멀어서 사돈에 팔촌 돈까지 다 빌려서 이런 집들을 샀을 겁니다. 신분당선 개통하면 두 배는 오를 거라고 신이 나있었을 수도 있겠네요. (참고로 신분당선은 2011년 10월에 개통했습니다.)


그래프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당시에 과열된 분위기 속에서 부동산 불패 같은 말에 혹해 집을 산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받았을지 짐작이 됩니다.


"강남 불패", "부동산 불패", "무조건 오른다", "이게 정답"

저는 이런 단어를 자주 쓰는 사람들을 믿고 거르는데요. 강남 불패를 외쳤던 그 강사가 저에게 준 선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시장이 정말 좋았습니다. 서울 부동산은 불패라는 말도 많이 들립니다.

서울 좋지요. 뭐 분당은 안 좋나요? 분당도 무진장 좋은 동네입니다.

그런데 좋은 부동산도 적당한 값에 사야지 하늘 높은 값에 사면 이렇게 고통받습니다. 반대로 그저 그런 부동산도 싼 가격에 사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고요.


돈 벌기 쉬운 일은 하나도 없습니다. 불패라는 말은 그 말을 하는 사람을 믿고 거를 때쓰라고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그 불패남은 지금 뭐하고 살고 있을까요? 혹시라도 다시 만난다면 그 때 강의 이야기를 꼭 한 번 다시 나눠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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