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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도 회사원만큼 스트레스받습니다.

건물주도 여러 직업 중 하나일 뿐입니다.

직장인들은 또라이 불변의 법칙이라는 말을 쓰곤 하죠.

어느 팀으로 가나 또라이 한 두 명은 있다는 말입니다. 이직을 하던 팀을 옮기던 꼭 또라이 같은 사람이 한 두 명 있다 해서.

출처: ㅍㅍㅅㅅ 회사 내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


그런데 말이죠. 직장은 가장 정상적인 사람이자 지성인들이 모인 곳입니다.

직장인들이 말하는 또라이는 그냥 성격 좀 더러운 사람이지 또라이가 아닙니다.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또라이가 제일 많은 곳은 어디일까?'


그건 군대인 것 같습니다.

임의의 사람들이 출 되어 모이는 곳. 원하던 원치 않던 가야 하는 곳.

각각 다른 수준의 교육을 받고 다른 지역에 살고 신체 조건 또한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먹고 잡니다.


이렇게 필터링되지 않은 사람들을 모아 놓은 곳이야 말로 인간의 다양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교육기관을 거치면서 상식을 벗어난 사람들이 다 걸러진 평온한 직장의 사무실에 비하면 군대는 정글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매 순간 긴장해야 합니다. 어떤 또라이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릅니다.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는 엘리트 직장을 다니며 편하게 살다가 건물주를 해보니 건물주 또한 정글의 삶임을 느끼게 됩니다.


차를 100군데나 긁고 간 옆 집의 그분이나, 우리 집 주차장 앞에 차를 대놓고 떼쓰던 앞 집 남자. 옆 집 건물 2층에서 쓰레기 봉지를 우리 집 쓰레기장에 던지고 들어가는 정신 나간 세입자.


회사에 이 정도의 또라이가 있을까요?

여러분이 출근해서 일하려는데 누군가 키보드에 똥을 묻혀 놨다면 그건 이 정도 또라이라 부를 수 있겠습니다. ㅋㅋㅋ

그런데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지요?

이렇게 상식을 벗어난 사람들과 만나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건 회사원의 좋은 점입니다. 너무 당연해서 못 느끼고 사는 거지요.


어떤 사람들은 모든 건물주들이 관리인을 따로 두고 있고 그들이 궂은일을 다 처리해줄 거라 생각합니다. 티비에 나오는 건물주들만 보면 그런 오해를 할 수도 있겠습니다.

건물주도 그냥 여러 직업 중 하나입니다. 굳이 말하면 회사원보다는 자영업자 쪽에 가깝습니다. 정글 속에서 살며 때로는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 개싸움도 하면서 사는 직업입니다.

안정적으로 월세가 따박따박 들어올 거라고 생각하는 것 또한 오해 입니다. 며칠 전 만난 제 친구 중 하나는 요즘 공실이 많아져서 이자 낼 돈도 못 벌어 매달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집 값이 오를꺼라구요? 집값은 항상 오르기만 할까요?


건물주의 좋은 점만 보면 조물주 위에 건물주 같은 말을 할 수 있겠지만, 세상에 편하게 돈 버는 직업이 어딨겠습니까?

만약 그런 곳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얼마 안 가서 아수라장으로 변할 겁니다.

세상의 온갖 사람들이 소식을 듣고 달려와서 서로 빼앗으려고 개싸움을 벌일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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