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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고 있는 주차장을 팔아 돈 번 썰

불법 주차와의 전쟁

오늘은 건물에서 놀고 있던 주차장을 판 이야기입니다.


건물주가 되면 스트레스받는 일이 많다는 것은 이미 많이 얘기했는데요.

주차장도 그중 하나입니다.


과연 주차장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뭐가 있을까요?

별일이 다 있습니다. ㅋㅋㅋ


제 건물은 필로티 구조인데요. 지붕이 있는 주차장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많이들 봤을 겁니다.


필로티 주차장. 사진의 집은 제 건물이 아닙니다.


여름이 되면 주변 건물의 세입자들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 꼭 우리 집 주차장 아래 그늘에서 담배를 피웁니다. 이 담배연기는 우리 집 세입자 방으로 올라가지요. 이 얼간이 놈들이 담배꽁초를 주차장에 그대로 버리고 가는 것은 뭐 당연합니다.


택배차, 혹은 일하는 트럭들은 차를 돌리기 위해서 우리 집 주차장을 이용합니다. 그런데 트럭에 짐들이 있어서 차의 높이가 주차장 높이에 애매하게 걸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주차장 천장의 센서등을 깨버립니다. 이들은 저에게 연락 없이 그냥 도망칩니다. 정말 짜증 나는 일이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잡은 적이 없네요. 이제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으니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제대로 응징하고 싶습니다.


이게 다일까요? 또 있습니다.

주차장에 자리가 비어 있을 땐 항상 모르는 차가 쑤시고 들어옵니다. 건물주가 이걸 그냥 허허하고 방치하면 차들은 옳거니 여기구나 하며 계속 불법주차를 합니다. 못 들어오게 하려면 매번 전화를 해서 단호하게 말을 하고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저에게는 너무 하기 싫은 일들이고 스트레스였습니다.


더 웃긴 것은 주차한 차주에게 어디 왔길래 우리 집에 차를 대냐 물어보면 옆집에 왔다고 하는 겁니다. 옆집 주인이 우리 집에 차를 대면된다 말했다고. 이런 얘기 들으면 정말 빡이 돕니다. 제가 바로 동네 호구인 것 같습니다. 심지어 옆집은 자기 주차장은 아예 셔터를 내려놓고 창고로 사용하고 있습니다.(주차장을 이렇게 사용하면 불법입니다.) 


우리 집 주차장에 차를 대는 것은 잘못이 명확해서 차 빼고 다시 대지 말라고 말하면 되지만, 이보다 애매한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우리 건물 안이 아니라 도로에 차를 대는 겁니다.


저희 앞 건물에 사는 사람은 저희 집 앞 도로에 종종 차를 댔습니다. 도로가 4미터 도로라서 매우 좁은데 차를 도로에 대어 놓으니 저희 집에 사는 사람들이 퇴근해서 주차를 하는데도 애를 먹고 아침에 차가 나갈 때도 그 차 때문에 애를 먹고 있었습니다.


이런 불편을 이전에도 (제가 운전을 할 줄 모르던 당시) 저희 집 세입자에게 몇 번 듣기는 했었는데, 차가 지나다닐 수는 있겠다 싶어서 큰 문제로 생각하지는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운전을 막 시작하고 나서인 2016년 2월의 어느 날, 제 차로 건물에 들렀다가 문제의 차가 주차되어 있는 것을 봤습니다.

으아, 제가 주차를 직접 해보려 하니 이제야 세입자들의 고충을 알겠습니다. 아주 개빡돌게 하는 위치에 차를 대놓고 있었던 것입니다. 주차장 1,2,3의 차가 모두 비어있다면 그럭저럭 쉽게 차를 댈 수 있겠지만 우리 건물에 차가 1대라도 이미 주차되어 있는 경우에는 주차할 때 묘기를 부려야 합니다.


저는 바로 전화를 했습니다.

앞 집에서 30살 후반에서 40살 초반쯤 돼 보이는 차 주인이 나오더군요.


"아니, 차를 여기에 이렇게 대 놓으면 어떡합니까? 차 빼주시고 여기에 대지 마세요."

"왜요, 여기에 그동안 계속 대 왔는데. 그리고 공간이 이리 많잖아요. 이 사이로 주차 충분히 할 수 있잖아요?"


이 얼간이 새끼는 지금까지 자기 편하려고 이렇게 차를 대 오다가 곧 엄청난 불편함이 닥칠 수도 있겠다 예감이 들었는지 기를 쓰고 차를 안 빼려 합니다.

아니, 내가 여기 30년을 넘게 살았는데 이제 와서 왜 그러냐고 합니다.


지금 당장 빼라고 하는데 절대 못 뺀답니다.

저는 빡이 돕니다. 서로 아무 말 없이 노려보는데 거의 싸움이 나기 직전입니다.

얼간이 놈은 체격은 좀 있어 보이지만 근육이 거의 없고 운동도 안 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 날 빗방울이 아주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고 저는 우산을 들고 있었는데, 이 우산으로 머리통을 한 대 후드려치면 이 새끼가 깨갱하고 말을 들을까 아니면 반격을 해서 개싸움이 벌어질까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 쪽이 됐든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일단 옆 집에 원수를 만들어서 좋을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억대 연봉을 받고 회사를 다니는 제가 딱 봐도 백수 같아 보이는 동네 얼간이와 개싸움 하다가 경찰서에 끌려가는 모습도 짧은 시간에 머릿속에서 빠르게 스쳐 갑니다. 끔찍합니다.


알겠다 그럼 뭐 법대로 하자 하니, 얼간이는 그러라 큰소리치고 집으로 들어갑니다.

사실 저는 이때 너무 순진해서 도로에 이렇게 차를 대는 것이 불법인지 아닌지도 몰랐었고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압니다. 생활불편신고 어플로 사진을 찍어서 신고하면 처리해줍니다. ㅋㅋ)


뭐 일단 사진은 찍어놔야 할 것 같습니다. 멀리서도 찍고 가까이서도 찍고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는데 얼간이 놈이 제가 사진 찍는 걸 숨어서 보고 있었는지 다시 문을 열고 나옵니다.


얼간이는 전략을 바꾸어서 사정을 하기 시작합니다.

"아니, 우리 이웃인데 너무 각박하게 하시는 거 아닌가요? 이웃끼리 서로 도와가며 지내야지요."

"뭔 소리요. 도와 가며 지낼 꺼면 차를 빼요. 이웃끼리 불편하게 하지 말고."

"아유~ 차를 뺄 데가 어디 있다고 빼요. 주차장도 없는데."


그때 생각이 팍 떠올랐습니다.

당시 우리 집은 위 그림에서 3번 주차장이 비어있는 상태였습니다. 이 자리에 자꾸 남의 차들이 들어와서 짜증이 났었는데 이 얼간이에게 돈을 받고 차를 대놓게 하면 이만한 딜이 없습니다. 얼간이도 좋고 나도 좋고.

가격이 문제인데 도대체 얼마를 받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는 겁니다. 얼간이와 말씨름을 하면서 머릿속에서 빠르게 생각을 해보려고 하지만, 당시에 차를 산지 얼마 안돼서 주차를 돈 내고 해 본 경험이 없는 저는 전혀 계산을 하지 못합니다.


'에라 모르겠다 한 달에 3만 원 달라고 하자. 어차피 놀고 있는 거 이거라도 받고 스트레스도 안 받으면 내게는 이익이지.'


얼간이에게 제안했더니 굽신굽신 하면서 좋아합니다. 그 이후로 얼간이는 만날 때마다 저를 사장님이라고 부르고 큰 목소리로 인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차들이 우리 집에 주차하는 거 보이면 자기가 처리해주겠다는 말까지도.




나중에 알고 보니 한 달에 3만 원은 무척 싼 가격이었습니다. ㅋㅋㅋ

지붕이 있는 주차장의 전용 자리를 한 달 3만 원에 쓴다? 지금 생각하면 순진한 제 모습에 웃음이 나옵니다.


얼간이는 그렇게 몇 달 동안 저희 집에서 싸게 주차를 하다가 이사를 갔습니다.

바로 몇 백 미터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갔는데, 이사를 가며 얼간이는 저에게 주차장을 계속 쓸 수 없냐고 물었고 저는 거절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월 9만 원에 팔았거든요.


얼간이가 이사를 가고 얼간이의 낡은 빨간 벽돌집은 부서지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도 이런저런 일들로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이 이야기는 다른 글로 적어보겠습니다.


그 스트레스 중 한 가지는 공사하는 차들이 자꾸 저희 집에 주차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순진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주차를 할 거면 돈 내고 제대로 주차해라. 공사 언제까지 할 거냐. 6개월? 좋다. 200만 원을 내라. 싫으면 차 다른 데다 대라. 길도 막지 마라. 이렇게 하는 게 너희들도 공사하기 편할 거다.


저는 200만 원을 받았고 그 돈을 옆 집 여자에게 차 100군데를 긁혔던 제 불쌍한 세입자에게 줬습니다.


지금도 주차장이 장기간 비게 되면 저는 월 9만 원에 주차장을 팝니다. 수요가 많아서 파는 것이 전혀 힘들지가 않습니다. 덕분에 제 스트레스도 줄고 수입은 늘었네요.

아내는 이런 저를 보며 발가벗겨 내놔도 굶어 죽지는 않겠다고 합니다. 하하 네, 사실 저도 자신 있긴 합니다.


놀고 있는 주차장 팔아 돈 번 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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