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다시 초중고등학교로 돌아간다면 저는 개근상은 받지 못할 겁니다.
그건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피곤하면 쉬고 며칠씩 여행도 가고 하면서 학교를 빠질 겁니다. 아무런 죄책감 없이.
도저히 도움이 안 되는 수업도 있을 겁니다.
차라리 내가 혼자 책을 보는 게 낫겠다 싶은 수업.
그런 수업에 의무적으로 앉아서 시간 낭비하느니 당당하게 밖으로 나가서 세상 구경을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공부를 열심히 안 할 거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열심히 할 겁니다. 선생님들에게 질문도 무진장할 것 같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쟤는 뭐 저리 쓸데없는 질문이 많냐 수군거릴 정도로.
그런 싸늘한 분위기를 신경 쓰지는 않을 겁니다. 예전의 저는 신경 썼지만.
뭔가 이해가 안 되면 쉽게 좌절하고 포기했습니다.
아 똑같은 설명에도 저 친구는 이해하는데 나만 이해를 못 하네.
내 머리는 이 정도밖에 안되는구나.
돌아간다면 이 정도로 끝내지 않을 겁니다.
적극적으로 선생님들에게 표현할 것 같습니다.
내 머리가 그리 좋지 않아 미안하다고. 하지만 나는 배울 의지가 있다고.
내가 이해가 안 가는 포인트는 바로 이 지점이라고.
내가 이해할 수 있게 다른 방식으로 설명해줄 수는 없겠냐.
아니 아니, 그건 지금까지 계속해온 똑같은 설명이잖아요.
성적에도 연연하지 않겠습니다.
성적을 잘 받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내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공부할 겁니다.
즐겁게 공부하고 성적표는 뒤에 따라오는 것.
성적이 좋든 나쁘든 즐거운 마음으로 열어볼 수 있습니다.
좋은 대학 못 가도 얼마든지 돈 잘 벌고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걸 아니깐.
이런 학생이 될 용기는 없었습니다.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선생님들에게 미움받을까 봐. 부모님이 실망할까 봐.
어쩌면 그렇지도 않았을 텐데. 너무 소심했다.
10대 시절.
배움과 경험들이 복리의 씨앗으로 자라나는 시간들.
이때 지금 알고 있는 몇 가지를 깨닫고 있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
배움의 즐거움을 학교를 다 졸업하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다시 학생 때로 돌아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끔씩 하곤 합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딸이 학교에 들어가면 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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