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부자들도 우리랑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기생충이지만 행복해

가족끼리 제주도에 와서 일주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친구의 별장에서.


IT산업에 있다 보니 대박이 나서 벼락부자가 된 친구들이 몇 있습니다.

저는 이들의 별장에 기생해서 삽니다. 기생충 가족처럼.


한 달은 속초에서, 또 다른 달은 제주도에서.

올 해는 그렇게 살다가 보낼 것 같습니다.


친구의 별장에서 가족끼리 편히 쉬고 있는 중 아내가 말합니다.

"여보,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요."

"음? 뭔데요?"

"부자들이라고 해서 보통 사람들이랑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랑 똑같이 너구리 먹고 신라면 먹고 테라 마시잖아요."


푸하하.

깔깔 웃다가 잠자코 생각해봤습니다.

둘러보니 진짜 그랬습니다.

선반에 있는 라면들. 냉장고에 있는 테라와 한라산.

여기저기 이케아 소품들. 보통 사람들의 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야유회 기념일 수건.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게 유니콘 창업자의 집이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아내는 또 말합니다.

"사람들은 부자들이 대단한 삶을 살 거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현실에서 보니 우리랑 별반 다른 게 없어요. 직접 보지 않았으면 깨닫지 못했을 것 같아요."

"허허.. 그러게요."

머리를 한 대 두드려 맞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부자들의 삶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지레짐작해서 부러워하며 사는 건 아닐까?

그들도 우리랑 똑같이 시시콜콜한 농담하며 작은 것에 기뻐하고 슬퍼하고 하는데.

똑같이 신라면 너구리 먹는데.

뭐가 그렇게 부러운 걸까?


현명한 아내를 둬서 정말 다행입니다.


추가:

이 글을 읽은 별장 친구의 코멘트.

"신라면 블랙이라도 사다놨어야 했나..."



비슷한 글:

행복을 위한 킥보드

자기가 가진 것보다 적게 쓰며 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