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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가진 것보다 적게 쓰며 살기

행복하게 사는 법

제 첫 차는 2015년에 산 100만 원짜리 중고차였습니다. 2001년식 10만 킬로를 탄 소형차였는데 친구에게 100만 원을 주고 샀죠.


이때 이미 저는 건물도 가지고 있고, 주식도 많이 가지고 있었으니 돈이 꽤 많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당시 제 주변의 지인들은 스포츠카를 많이 타고 다녔습니다. 포르쉐, BMW 무슨 M 시리즈와 Z4, 뚜껑 열리는 이름 모를 벤츠 등등.

차는 뚜껑이 열리는 차와 열리지 않는 차로 나뉜다며 중고차를 사더라도 간지 나는 걸 사라고 조언해주던 친구도 있었는데, 이상하게 저는 차에 큰 관심이 생기지 않더라고요.


100만 원짜리 차는 운전연습 용으로 샀던 것이고, 3개월 연습 후에 새 차를 하나 사긴 했습니다.

3300만 원쯤 주고 샀는데, 깡통 옵션이라 블루투스도 안되고 후방 카메라도 없습니다. ㅋㅋ

그래도 5년 넘게 만족하며 잘 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5년 정도는 더 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가족이 사는 집은 방 2개짜리 전셋집인데요, 실평수는 한 25평쯤 되려나.

전세가는 4억 원이 조금 넘네요.

제가 가진 건물은 이보다 몇 배는 비싸지만 저는 지금 이 집에서 무척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집주인이 허락만 해준다면 계속 살고 싶습니다.


거실에는 43인치 풀HD 티비가 한 대 있습니다. 2016년에 결혼할 때 50만 원 정도 주고 샀는데 보급형이라 그런지 넷플릭스 같은 것이 내장되어 있지 않습니다. 저는 그런 OS가 들어있는 티비를 아직까지 써본 적이 없습니다. ㅋㅋ

그래도 크롬캐스트와 외장하드를 하나씩 달아놓고 4년째 불편함 없이 아주 잘 쓰고 있네요.


어떤가요? 욕심 없이 사는 것 같이 보이시나요?

하지만 이런 저라고 욕심이 안나는 것은 아닙니다.


어제만 해도 설거지하다가 불쑥 테슬라 모델X 가 욕심나더라구요. 나도 저런 차를 타고 다니며 주위 사람들에게 부러운 눈길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네이버 자동차를 구경합니다.

저도 욕심이 난다고요. 테슬라 모델X


이런 욕심은 잦은 주기로 불쑥불쑥 생깁니다.


티비도 풀HD가 아니라 4K 티비를 보고 싶습니다. 무려 12년 전인 2008년도에 한 지인이 풀HD 티비를 샀다는 얘기를 해준 게 기억나는데 저는 이제야 그 풀HD 티비를 보고 있습니다. ㅋㅋ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도 FHD 티비를 가지신 분들보다는 4K 티비를 가지신 분들이 많을 것 같네요.


이렇게 욕심이 불쑥 올라왔다가도 저는 곧 이런 욕심을 다시 집어넣습니다.

LCD 모니터를 쓰다가 다시 CRT로 돌아갈 수 없고, 큰 집에 살다가 작은 집으로 갈 수 없듯이 한 번 씀씀이가 커지면 다시 돌아올 수 없을까 봐 무섭습니다.


이렇게 소비를 절제하는 것이 제가 가진 자산을 늘리는데 도움을 줬을까요?

글쎄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아끼기만 한다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래도 이런 태도가 제가 맘 편하고 행복하게 사는데 도움을 준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코로나 때문에 주식 시장에서 모두가 힘들 때도 저는 걱정을 별로 하지 않고 현금을 더 사용해서 괜찮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만약 무리해서 레버리지 투자를 하고 있었다면 아주 고통스러웠을 것 같습니다.

현금 흐름에 비해 씀씀이가 작으니 시장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마음이 항상 편합니다.


돌아보면 제가 일찍 회사를 그만둔 것도 큰 욕심을 안 부렸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래머로써 한창의 나이에 자리를 내려놔버린 것인데요.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집안일을 하면서 가족들과 여유 있게 지내는 삶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런 저를 아직도 옛 지인들이 같이 일하자며 찾아옵니다. 여러 가지 달콤한 제안들을 합니다.

저는 그 달콤함에 잠깐 빠졌다가 이내 속으로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그래서 지금 제안을 하는 이 친구가 나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나?'


친구들은 끝내주는 회사인 것 처럼 이야기 하지만, 얼굴은 일에 찌들어 매우 피곤해 보입니다. 좋은 점만 얘기하지만 회사에 돌아가서 자리에 앉으면 스트레스 투성인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 스트레스를 나누고자 저를 찾아온 것입니다.


저는 아침에 일어나서 그때그때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서 할 수 있고, 오후에는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내와 아이와 함께 또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저녁 늦은 시간에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축구를 하러 가곤 합니다.

제 주위에 있는 많은 부자들 중 저처럼 맘 편하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을 떠올리지 못하겠습니다.

이 친구들만큼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건물과 제가 만든 앱에서 꾸준한 수익이 나와주고 있습니다.

만약 욕심에 혹해서 뭔가를 벌이기로 한다면 지금의 밸런스가 깨져버릴 겁니다.


이거 참, 글을 쓰고 나서 보니 저는 앞으로 다시는 회사에 돌아가지 못하겠군요. 그래도 뭐 행복하니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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