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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씩 속초 여행

한 달에 한 번씩 속초에 옵니다.

매달 일주일 정도는 속초에서 보내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즐거운 시간들입니다.


친구의 세컨 아파트 덕을 보고 있습니다.

친구 잘 뒀더니 내 인생에도 이런 행운이!


세컨 하우스를 가진다는 것이 이런 느낌이구나. 

온몸으로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친구가 처음 월세로 세컨 아파트를 구했다고 말했을 때 너무 플렉스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34평 새 아파트. 월세 150만 원, 관리비 20~30만 원.


야, 너무 과하지 않냐?


친구는 집이 비는 시간에 저를 초청해줬습니다.

매 달 속초에 와서 일주일씩 지내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속초에서 한 가족이 10일을 지내려면 최소한 숙박비 150만 원을 써야 하는데. 어라 그게 그거네?

오히려 청결 걱정하고 음식도 제대로 못해먹으면서 모르는 숙소에서 지내는 것보다 훨씬 낫습니다.

짐도 두고 다닐 수 있고요.

한 달에 10박을 세컨 하우스에서 지낼 수 있는 시간을 가진 사람이 흔치 않다는 것이 유일한 문제일 뿐.


세컨 하우스가 있으면 저 같은 지인에게 호의를 베풀 수도 있습니다.

부모님들이나 친척들에게도 호의를 베풀 수 있습니다.

언제든지 오셔서 편하게 쉬다 가세요.


이렇게 생각해보면 경제적으로도 괜찮습니다.

돈 아낀다고 한 달에 40-50만 원 정도의 집을 구하느니 그냥 150만 원 써서 새 아파트를 구한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여러 도시들을 돌아다녀봤지만 아직까진 속초가 우리 가족의 최고의 도시입니다.

10분 정도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적당한 도시 크기. 밀집도.

바닷가와 맛있는 물고기들.

소멸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활기.


만약 속초에 정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만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래서 사람들이 서울에 살려고 하는 군.'


속초는 사람들이 너무 없습니다. 원주민 8만 명 정도의 도시.

저녁 8시가 되면 온 도시가 어두 껌껌.

길거리에 가로등도 그리 많지 않아 참 어둡습니다.

아이고 이런 길을 어떻게 걸어 다니나 싶을 정도.

아마 CCTV도 많지 않을 겁니다.


있어야 할 곳에 횡단보도가 없거나 횡단보도는 있는데 신호등이 없습니다.

서울에서는 깨끗한 보도블록을 매년 갈아엎으며 돈을 쓰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발 걸려서 넘어질 것 같은 보도블록들. 인도도 좁습니다. 걸어 다니기가 좋지 않습니다.


당근마켓도 허접합니다.

물건도 별로 없고 동네 생활 커뮤니티도 활성화되어있지 않습니다.

축구가 하고 싶어 죽겠는데 아직 한 번도 하지 못했습니다. 시간 맞는 팀이 없어서.

속초에 팀 자체가 몇 개 없는 것 같습니다. 그것도 주말에나 모이는 팀들.

다른 운동이나 취미 생활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이런 것들은 큰 문제입니다.

함께 모여 할 수 있는 재밌는 일들을 포기하고 살아야 하니까.


아, 사람들이 이래서 서울에 살면서 세컨 하우스를 가지고 싶어 하는 거구나.

저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아무튼 친구 덕에 별 경험을 다해봅니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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