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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근상을 받지 말걸.

오랜만에 부모님 집에 가서 제 예전 학교 다닐 때 성적표들과 상장들을 가져왔습니다.

스캔해서 디지털로 남겨두고 종이는 다 버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저것 스캔하다가 개근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개근상.


어릴 적에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여러 상들 중에서 개근상이 가장 값진 상이라는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성실하고 꾸준한 것만큼 값진 것은 없다면서요.


저는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을 빠지지 않고 출석해서 결국 개근상을 받았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열이 펄펄 나던 어느 날 하루 학교를 못 가고 개근상을 놓쳐서 안타까워하기도 했습니다.


뭐가 그리 안타까웠을까.


돌아보면 웃깁니다. 학교 좀 하루 빠지면 어떻다고.

공부를 열심히 했던 것도 아니고 책상에 앉아 자리만 지키고 있는 날이 많았는데.

그럴 거면 그냥 학교 며칠 빠지면서 서울 여행도 해보고 유명하다는 맛집들도 찾아다녀볼걸.


개근상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서 남들과 똑같은 경험만 하며 10년을 넘게 보냈다는 게 아쉽습니다.


남은 것은 이 종이 한 장이네요.


학교 다닐 때는 다른 사람들보다 잘 살기 위해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일이라 느꼈습니다.

항상 평균 정도밖에 못하는 제 스스로를 하찮게 생각하기도 했죠.


공부가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그보다 중요하고 재밌는 것들이 많다는 걸 30살이 훌쩍 넘어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제 딸이 학교에 들어가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딸아, 제발 개근상만은 받지 말거라.

아빠랑 같이 여행을 다니며 세상 공부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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