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1학년에서 3학년 사이 어느 때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1980년대 후반.
더운 여름날이었습니다.
학교가 끝나고 친구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저는 왜인지 운동장에 홀로 남아있었습니다.
아 너무 덥다.
목이 너무 마르다.
시원한 콜라 하나 벌컥벌컥 마시면 소원이 없겠다.
딱 300원만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돈이 없잖아.
어디 내가 마술을 부려서 돈을 한번 만들어볼까?
수리수리 마수리...... 주머니에 돈이 생겨있게 해 주세요.
주문을 외우며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정말 동전이 잡히는 겁니다.
300원이었던가. 250원이었던가.
말도 안 돼.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는 거지?
정말 마법이 통했나?
너무 신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학교 정문 앞에 있는 문방구로 갔습니다.
콜라가 있습니다.
냉장고 안에 이슬이 맺혀있던 시원해 보이는 조그만 병 콜라.
그래, 이걸 마시고 싶었어.
한참을 바라봤습니다.
저는 사지 않고 그냥 집으로 갔습니다.
돈을 써 버리기가 너무 아까워서.
어머니가 일터에서 돌아오시자 저는 말했습니다.
"엄마엄마. 오늘 진짜 이상한 일이 있었어.
학교 끝나고 목이 너무 말랐는데 내가 마술을 부렸거든.
근데 주머니에 진짜로 동전이 있는 거야."
"그래서 콜라 사 먹었니?" 어머니가 물었습니다.
"아니 목마른 거 꾹 참고 그냥 가지고 왔지롱."
저는 자랑스럽게 손을 내밀며 동전을 보여드렸습니다.
"내가 진짜 마술을 부렸어."
어머니는 깔깔 웃다가 갑자기 울컥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그거 너 혹시 목마를까 봐 음료수 사마시라고 엄마가 아침에 주머니에 넣어준 건데...
그냥 가지고 돌아왔니."
아, 그런 거였구나. 마술이 아니었구나...
그제야 무슨 일인지 파악이 되었습니다.
어릴 적 저희 집은 꽤나 가난한 편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주머니에 동전을 넣어주는 건 그 전에는 없던 일이었습니다.
목마를까 봐 얼마나 걱정했으면.
그걸 그대로 가지고 왔으니 얼마나 속상했을까.
이 기억이 좀처럼 잊혀지질 않습니다.
관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