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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날

40년 넘게 살면서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날을 꼽으라면 오늘입니다.


서초구청장배 축구대회

이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35도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2시간이나 축구 시합을 뛰었습니다.


20,30대 경기에 후보로 뛰기로 엔트리에 들었는데 몇몇 사람들의 노쇼로 이 늙은(?) 제가 모든 시합을 다 뛰어버린 것입니다.

게다가 상대팀 친구들은 어찌나 크고 잘하던지. 전부 한 때 선수 출신인 것 같았습니다.

축구하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습니다.

전혀 재밌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힘든 날이 살면서 언제 있었을까?

군대에서 행군하던 날?

카카오에서 밤새면서 서비스 점검하던 날?

오늘처럼 한계에 다다렀던 날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한 편으로 이렇게 힘듬을 느끼고 나니 제가 살아있음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높은 산에 오르는 등반가들이 매번 목숨을 걸고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걸까?


나이를 먹으면서 거의 모든 것이 시시합니다. 설렘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이미 대부분 경험해본 것들이니까.


한계를 이겨냈다는 기쁨 반.

다시는 이런 고통을 겪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 반.


오늘은 기억할 만한 특별한 날이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걸로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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