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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에서 물이 새요

세입자들에게 전화나 카톡이 오면 덜컥 겁부터 납니다.

하아... 또 무슨 사고가 생긴 거지?


두 명의 세입자에게 동시에 연락이 왔습니다.

에어컨에서 물이 떨어진다고.


하아... 어쩌지?

A/S 기사를 불러야 하나? 새로 사는 게 더 쌀까?




건물주는 생각보다 지저분하고 어려운 직업입니다.

특히 저 같은 원룸 건물주는요.


더러워 지면 청소해주고 고장난 것들 생기면 고치고.

저는 고장난 것들 고치는 걸 어려워 합니다.

이런 저에게 구원자가 있다면 바로 유튜브.

유튜브를 통해서 건물에서 생기는 문제들에 대해 이해하고 스스로 고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유튜브가 나를 구원해주지 않을까?

'에어컨 누수'라고 치니 바로 영상이 나옵니다.

살면서 에어컨을 한 번도 분해해본 적이 없었지만 유튜브를 보니 물 빠지는 구조를 알게 되었습니다.

에어컨에서 물이 떨어지는 원인의 대부분은 바로 배관이 이물질로 막혔기 때문이랍니다.

그럼 배관을 어떻게 뚤어주냐?

바로 두꺼운 빨대로 배관 구멍을 후우우우욱 불어주기.


참나. 과연 이게 될까?

혹시 진짜 될지도 모르지 뭐.

두꺼운 빨대 하나와 전동드라이버를 챙겨서 출동했습니다.


에어컨을 뜯어보니 물받이 통에 아니나 다를까 물이 고여있습니다.

빨대를 꽂고 후우우우욱 불어줍니다.


더러운 물이 얼굴에 계속 튑니다.

참나 이게 뭐하는 짓인가.


와 씨, 근데 진짜 됩니다.

막혔던 물이 쪼로로로록 내려가면서 배관이 뚫리는 소리가 분명하게 들립니다.

'됐다, 이건 제대로 고쳐졌다.' 라는 확신이 들 정도로.


에어컨 두 대를 모두 제 손으로 고쳤습니다.

그 기쁜 감정이란...

프로그램을 짜다보면 골치 아픈 버그를 만나곤 하는데 그 원인을 정확히 찾아 해결했을 때와 똑같이 기쁜 감정입니다.


게다가 건물주로서의 내 가치가 업그레이드된 기분.

이제 에어컨 문제도 내가 고칠 수 있다구!

별 것 아닌 일이지만 덕분에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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