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생활을 하면서 할 수 없이 배우게 된 것들이 있습니다.
LED 등 교체하기.
세면대 수전, 팝업, 호스, 배수관 교체하기.
하수구 트랩 설치하기.
크랙이 생긴 곳 실리콘 바르기.
에어컨 누수 수리하기.
도어록 교체하기.
인덕션 교체하기.
지금 보면 다 별것 아닌 것들인데 저것들을 못해서 처음엔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뭐가 고장이 났다 하면 무섭고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전등이 고장 났다 하면 사람을 불렀습니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샌다하면 사람을 불렀습니다.
혼자 하는 게 엄두가 안 났거든요. 처음 해보는 거니깐.
괜히 내가 하다 잘못되면 어쩌지? 감전이라도 되면 어쩌지? 수도관 터지는 거 아니야?
에이 그냥 사람 불러서 안전하게 하자.
누굴 부른다고 해서 안전한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대충 공사해놓고 빨리 돈 받고 가려는 사람이 천지삐까리입니다.
이런 경험을 하다 보면 제 집을 아껴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저와 가족밖에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래, 기본적인 것은 내가 해보자.
LED 등을 처음 갈아본 날의 기쁨을 기억합니다.
유튜브에서 본 대로 낑낑 거리며 따라 해 보고는 불을 탁 켰는데 전등이 켜지자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며칠 전 친한 동생과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LED 등이 고장 났는데 내일 18만 원 주고 교체하기로 했다고 비싼 거냐고 물어보더군요.
"에? 18만 원? 너무 비싼데?"
업자가 가져다준다는 LED 거실 등 제품을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배송비 포함 약 8만 6천 원.
그럼 인건비가 약 10만 원이 군.
업자도 인건비를 10만 원이라고 적는 것은 미안하다 생각했는지, 잡자재, 등기구 보강이라는 명목으로 다른 돈을 껴넣었습니다. 재료비에 웃돈도 꽤 얹었습니다.
수리는 잘했냐고 오늘 동생에게 물었습니다.
깔끔하게 잘해주고 가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기존 LED 전등 수거 명목으로 2만 원을 또 받아가셨다고...
그날 저녁 식사를 하면서 크게 웃었던 포인트는 이 동생이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나왔다는 것입니다.
"야, 넌 그렇게 똑똑한 애가 어떻게 전등 하나 못 가냐?"
"하하하, 제가 전기공학부의 자존심을 걸고 해 보려고 노력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불렀어요. ㅋㅋ"
으하하, 엄청 웃었습니다.
너무 똑똑해서 이 세상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이 동생에게도 이런 얼간이 같은 모습이 있다니... 너무 인간적이잖아.
가만히 예전의 저를 생각해보니 어렴풋이 이해가 가긴 합니다.
처음 해보는 것은 무섭습니다.
나도 LED 등 교체할 때마다 사람 불러서 했었는 걸.
이제 제가 혼자서 LED 등을 갈 수 있게 된 게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간단한 집수리 정도는 용기 있게 도전해본다면 남은 인생 내내 편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