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족 이야기가 쏙 들어가고 달나라까지 가즈아 외치던 소리도 조용해졌습니다.
월급 같은 건 의미 없다. 영끌해서 부동산 사야 한다는 말들도 이제 들리지 않습니다.
금리는 계속 올라가고 주식과 부동산들은 떨어져만 가니 아마 회사에서 받는 월급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상기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제 첫 월급은 세전 154만 원이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월급에 대해 투정 부려본 적이 딱 한번 있습니다.
첫 회사에서 첫 연봉 계약서에 사인하던 순간.
인사팀장님과 둘이서 작은 회의실에 들어갔습니다.
사인을 하기 전 인사팀장님이 물었습니다.
"연봉은 어떤 것 같아요? 만족스러운가요?"
"적죠."
"네?"
"저기 가리봉에 있는 아무 회사에 가도 이 정도는 주는 걸요."
뭐라 할 말이 없어 당황스러워하던 인사팀장님의 모습이 기억납니다.
"근데 뭐 괜찮아요. 열심히 해서 올리면 되니깐."
인사팀장님에게 이 말을 했는지 속으로만 생각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그리고 열심히 일했습니다.
제 실력을 올리는 게 가장 좋은 투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깐.
이후로 연봉이 적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지만 회사에서는 알아서 연봉을 잘 올려줬습니다.
이제와서 다시 계산해보니 연평균 20% 정도로 매년 연봉이 올랐네요.
부동산이라는 것을 월급만으로 살 수 있는 때가 있었습니다.
그것도 건물 한 채를.
그리 오래 전도 아닙니다. 2013년.
저는 그동안 모아 온 월급만 가지고 집을 샀습니다. 물론 대출도 받긴 했습니다만.
건물 가격이 8억 초반이었는데, 전세보증금이 4억 5천여만 원, 이전 건물주의 대출 2억 4천만 원을 승계받아 제 돈 1억 3천여만 원 정도를 주고 건물 한 채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 1억 3천여만 원은 오로지 월급으로만 모은 돈이고 코인 투자나 주식 투자를 해서 번 돈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건물을 사서 그렇지 그 당시 34평 서울 아파트들은 4억대가 수두룩 했습니다. 변두리는 3억대도 수두룩했고요.
사람에 따라 어느 정도 대출이 필요할 수도 있었겠지만 월급만으로 못 살 정도는 절대 아니었습니다.
저같은 사회 초년생이 8년 정도 일해서 모은 돈으로 건물을 살 수 있었으니 먼저 사회에 나가 자리를 잡고 있던 어른들은 대출 없이도 아파트 한 채는 쉽게 살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당시 공포심이 대단해서 용기가 필요했겠습니다만...
요즘 부동산 가격이 떨어진다는데 2013년 같은 시기가 또 올까요?
그건 모르겠습니다. 알 수가 없죠.
그럼 이런 기회가 다시 온다면 잡아야 할까요?
잘 잡아야 합니다.
그동안은 본업에 집중하여 열심히 일하고 자기 능력을 키워나가면서 기다리는 게 가장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자 기회나 힐끔 거리면서 본업에 소홀하면 기댈 수 있는 것은 운 밖에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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