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이걸 못해서 돈 주고 사람을 불렀습니다.
건물주를 하면서 생기는 기술적인 문제들이 항상 스트레스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기술적인 부분이 너무 부족합니다.
건축도 모르고 전기도 모릅니다. 손재주도 어찌나 없는지 나이 마흔이 다 되도록 음식물 쓰레기 봉지 하나 깔끔하게 못 묶습니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미술 시간이 제일 싫었습니다. 제가 만든걸 선생님에게 보여 주는게 부끄러웠거든요.
그래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좋든 싫든 하다 보니 이제 건물에서 뭐가 고장나면 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겼습니다.
세면대의 수도꼭지, 팝업, 고압호스, 배수관들은 이제 제가 혼자서 새걸로 교체할 수 있습니다.
인덕션 분리나 설치도 할 수 있고요, 도어락도 셀프로 설치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괜시리 무서우니 돈 주고 사람 불러서 했던 일들인데, 일단 한 번 해보면 별 것도 아닌 일들입니다.
무섭지만 한 번 해보면 별 것도 아닌 일. 세상에는 그런 일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LED 등 교체 또한 그런 일 중 하나였습니다.
형광등 안정기를 교체해야 하는 일이 생길 때마다 저는 LED 등으로 바꿔오곤 했었는데요, 전기를 모르니 이걸 혼자하는게 무서워서 그동안 동네 설비 아저씨를 불러서 처리하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저런 거 하나 스스로 못하고 사람을 불러다 쓰는게 맞나? 하는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회사 일 바쁘다는 핑계로 스스로를 위안하곤 했었죠.
최근에는 회사를 그만두고 시간도 많이 생겨 이번에야 말로 이를 극복해보자 했습니다.
제가 가장 궁금했고 걱정했던 부분은 어떤 색깔의 선을 어느 쪽에 꼽아야 할지였습니다. 선이 2개가 있는데 반대로 꼽아서 뭔가 잘못될까봐 무서웠거든요.
그런데 여러 설명서를 찾아봐도 어떤 색을 어디에 꼽아야 한다는 말이 없습니다.
처음 설치하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궁금증일 것 같은데, 제조사들은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지 설명서에 이런 말을 적어주지도 않습니다. (아무데나 꼽아도 됨. 이라고 몇 글자 적기가 그렇게 힘드냐)
고객 문의로 분명히 많이 들어 올 것 같은데, 설명서를 만든 사람은 고객 문의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는 것이 분명합니다.
결국 유튜브를 열심히 뒤져서 찾아보고 선은 아무렇게나 꼽아도 상관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색깔도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접지선은 무시해도 됩니다.
공부를 하고 나니 걱정이 많이 줄어듭니다.
두꺼비집을 내리고도 무서우니 미리 사둔 절연 장갑까지 끼고을 작업을 합니다.
앗, 뭐야
10분 정도 걸렸나.
불이 들어옵니다. 어려운 점이 1도 없었네요.
이 쉬운 걸 여태 돈 써가며 사람 불러서 했다니 저도 참...
이렇게 작은 일이라도 도전해서 이뤄내면 정말 기쁜 마음이 듭니다.
언제까지 건물을 가지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가지고 있는 동안에는 하나 하나 열심히 배우고 도전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