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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중개소 없이 직거래 하기 - 세입자 편

계약 시 확인해야 할 것들

이전에 부동산 중개소 없이 직접 계약하기에 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너무 집주인 쪽에 치우쳐 있어서 세입자들을 위한 글도 써달라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오늘은 세입자의 입장이 되어서 직접 계약에 대한 글을 적어보겠습니다.


직거래를 하기 위한 플랫폼으로는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라는 네이버 카페가 있습니다. 거의 유일한 플랫폼입니다. 많은 집주인들이 이 카페에 직거래로 방을 올리고, 세입자들도 미리 이사를 나갈 때 여기에 방을 내놓곤 합니다.

키워드 알림 기능을 사용하면 괜찮은 집이 올라왔을 때 알림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세입자나 집주인이나 중개소 없이 직거래를 하면 수수료를 아낄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직거래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보증금을 날릴까 봐서겠죠.


그래서 보증금이 작은 월세 원룸에서 직거래가 가장 많이 일어납니다.

수수료 한 푼이라도 아끼고 싶은 학생들이나 사회초년생들이 직거래를 많이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과 직거래 계약을 하려고 자리에 앉으면 얼어서 긴장해 있는 표정이 보입니다.

등기부등본과 계약서를 보여주면 쳐다보기는 하는데 그냥 보는 척만 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웃으면서 어디를 봐야 하는지는 아냐? 하고 물어보면 그제야 '헤헤헤 잘 모르겠어요' 합니다.


등기부등본의 앞 장에는 집주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그리고 주소가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뒷장에는 이 집을 담보로 얼마나 대출을 받았는지가 나와있습니다.


우선 지금 나랑 계약하는 사람이 이 집의 주인이 맞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게 가장 중요한 건데 사람들은 앞장은 쓱 넘기고 다 뒷장 먼저 보려고 합니다. 대출이 많으면 보증금을 떼인다고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가 봅니다.


집주인에게 반드시 신분증을 달라고 해서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이 맞는지를 확인해봐야 합니다. 고개를 들어서 집주인의 얼굴을 쳐다보세요. 사진이랑 얼굴이 똑같은지까지 확인해봐야지요.

등기부등본에 적힌 집주인의 주소는 계약서에 있는 집주인의 현재 주소와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이건 괜찮습니다.


등기부등본에는 출력한 날짜가 적혀있을 겁니다. 이게 하루 이틀 전이면 괜찮지만 너무 오래된 날짜면 곤란합니다. 그래도 걱정할 건 없습니다. 직접 뽑아보면 되니까요.

많이들 모르고 있지만 등기부등본은 주소만 알면 누구라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기가 주인이 아니어도 됩니다. 그러라고 등기를 하는 겁니다.

인터넷등기소 웹사이트나 앱을 다운로드한 뒤 700원을 결제하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뒷장에서는 대출금을 확인하면 됩니다. 이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얼마를 대출을 받았는지 적혀있습니다. 집주인이 망하거나 해서 이자를 못 내면 은행이 이 집을 뺏어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러분은 여기 적힌 은행보다 후순위입니다.

즉, 집주인이 망하면 여기 적혀있는 은행들이 집을 팔아버린 다음 돈을 챙겨가고, 나머지 돈을 여러분이 갖게 됩니다.

집의 가치에 비해 대출금이 과도하게 많다면 은행이 다 가져가고 여러분은 보증금을 떼일 수 있습니다.

부동산에서는 집의 매매 가격 대비 70%까지는 괜찮다고 하지만, 부동산은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무슨 말이든 합니다. 저는 50% 이상 대출이 있는 집은 권유해드리고 싶지가 않습니다.


만약 보증금 1000만 원 정도 혹은 그 이하의 월세라면 집에 잡힌 담보 대출은 별로 걱정할 것도 없습니다. 혹시 집주인이 망해서 집이 팔려나가도 여러분의 보증금을 은행보다 먼저 돌려줄 거거든요.


등기부등본에 문제가 없으면 계약서를 읽어봅니다.

계약서에서는 특약 사항을 잘 읽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반려동물 금지라거나 실내 흡연 금지 같은 조건들이 특약 사항에 들어갑니다. 집주인에게 요구할 부분과 집주인이 원하는 부분들을 서로 잘 협의해서 이 특약사항에 적어 넣으면 됩니다.


계약서를 쓸 때 세입자는 대부분 소극적으로 임하는데요. 계약은 둘이서 함께 하는 거지 일방적으로 하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요구할 것이 있다면 말로만 약속하지 말고 꼭 특약사항에 적어두세요.

예를 들어 입주일 전까지 도배를 완료해달라 같은 것을 적어달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런 것들을 요구할 때는 합당한 정도로 해야지 무리해서 하면 안 됩니다. 도배지 상태가 아직 쓸만한데 도배해달라고 계약서에 꼭 써달라 하면 아마 집주인은 여러분하고 계약 안 할 겁니다.


다 문제가 없으면 계약서에 사인을 합니다.

계약서를 쓰고 나면 동사무소에 달려가서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를 받아야 합니다. 아직 이사를 하기 전이어도 처리해줍니다. 여러분이 확정일자를 받기 전까지 집주인이 다른 대출을 받으면 여러분이 돈 받을 순위가 밀리기 때문에 확정일자를 빨리 받으라고 하는 겁니다.

이렇게 확정일자를 받아놔야 여러분의 권리도 확정됩니다.




뭐든지 직접 한 번 해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부동산 중개소에 너무 의지하면 안 됩니다. 부동산은 대부분 집주인 편이고,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무슨 말이든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말은 한 귀로 흘려 들어야 하고 어떤 말은 사실 확인을 직접 해봐야 합니다. 이런 것들은 경험이 쌓이면서 점차 배우게 되는데요, 직거래 계약을 한 번 해보면 더 빨리 배울 수 있습니다.


저는 건물주이기도 하면서 전세를 사는 세입자이기도 합니다.

저 또한 부동산에서 세입자로 계약을 하곤 하는데요. 이런 직거래 계약들을 여러 번 하다 보니 부동산에서 계약을 할 때도 중개사의 조언은 참고만 하고 제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직거래 계약을 하신다면 너무 무서워하지 말고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부동산 중개소를 통해 계약을 하더라도, 부동산이 없이 스스로 계약을 한다는 생각으로 임해보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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