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부동산 없이 직접 계약하는 게 더 좋은 이유

직접 계약할 때 장점 세 가지

7년여 째 건물을 운영하면서 부동산을 끼고 계약해본 게 10번도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중 딱 한 번 만이 부동산에서 세입자를 찾아주고 계약까지 완료한 경우였고, 나머지 아홉 번 정도는 제가 구한 세입자들이 부동산에서 계약서만 작성하길 원한 경우였습니다.

이 외의 모든 계약은 저와 세입자가 다이렉트로 했습니다. 한 100번쯤 되려나요. 셀 수도 없네요.


전세나 월세가 금액이 큰 경우에는 방을 구하는 사람이나 내주는 사람이나 부동산에서 계약하길 원하겠지만, 보증금이 작은 원룸 월세 같은 경우에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요즘은 다 알고 있는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가 바로 그런 직거래 카페입니다. 저도 이 카페를 잘 이용하곤 합니다.


부동산 없이 계약을 한다니 무서운 생각이 들겠지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오히려 직접 계약할 때 좋은 점들이 많이 있는데 이런 점들을 집주인 관점으로 적어보겠습니다.


복비를 안 낸다.

자신이 홍보를 하고 계약까지 했으니 세입자나 주인이나 부동산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습니다.


사람이 더 많이 찾아온다.

저만의 경우를 일반화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저는 확실히 그랬습니다.

처음부터 직접 계약을 하려던 게 아니었습니다. 부동산에 올리니 방 보러 오는 사람이 없어서 제가 직접 홍보를 해야겠다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니 말 그대로 줄 서서 방을 보고 가는 날도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직방이나 다방을 많이 쓰기 때문에 피터팬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습니다)


내가 세입자를 고를 수 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에어비앤비 썰에서도 얘기했지만, 저는 세입자를 받을 때 아무나 받고 싶지가 않습니다. 한 번 잘못 받으면 오랜 기간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부동산에 방을 내어 놓으면 내가 집주인인데도 불구하고 부동산에 끌려다니게 됩니다.

회사에서 바쁘게 일하다가 전화가 와서 받아보면, 지금 손님 왔는데 계약하고 싶어 하니깐 "빨리" 오랍니다. 부동산 입장에서는 얼른 사인하고 계약하고 싶으니 빨리 안 오면 딴 데 갈 것처럼 말합니다. 괜히 초조해집니다.

정작 나는 세입자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습니다. 몇 살 인지도 모르고 무슨 일을 하는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릅니다.

부동산에 가서 계약서를 앞에 놓고서야 드디어 세입자의 얼굴을 보게 됩니다.

저는 세입자가 어떤 사람인지가 궁금하지만 이 자리에서 하나하나 물어보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맘에 안 든다고 그 자리에서 계약 안 하겠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여러분들도 한 번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부동산에 갔더니 이런 세입자가 기다리고 있으면?


계약하자 해서 갔더니 몸에는 문신이 잔뜩 있고 추리링에 나시를 입은 딱 봐도 받으면 골치 아플 것 같은 세입자가 앉아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으~ 저는 이런 상황이 너무 싫습니다.

제가 직접 세입자를 구하는 걸 더 선호하는 큰 이유입니다.


그럼 제가 세입자를 구할 때는 어떤 식으로 걸러내냐고요?


저는 전화보다 카카오톡으로 세입자 후보(?)와 연락을 나눕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세입자들 전화나 받고 앉아 있을 순 없으니까요. 그런데 카톡으로 얘기하면 좋은 점들이 있습니다.

세입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보지 않아도 카톡 프로필과 카카오스토리에서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이 좋으면 담배를 피우는지 안 피우는지, 친구들 무리가 잔뜩 있고 매일 술 마시러 다니는건 아닌지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약속을 잘 지키는지를 봅니다.

방 보여주겠다고 약속을 잡았는데, 막상 약속 시간이 되면 연락이 없는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그래서 항상 당일 아침에 변동 사항이 없는지 확인을 하곤 합니다. 연락도 안되다가 갑자기 약속 시간을 바꾸자고 한다거나 약속 시간에 한참 늦게 오는 사람들은 불합격입니다.

반면에 약속 시간을 잘 지키고 예의 바르고 명확하게 커뮤니케이션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이렇기만 하면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무슨 일 하는지 회사는 어딘지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몸에 문신이 있어도 걱정 안 합니다.




위에서 좋은 점만 나열했지만, 단점도 짧게나마 적어봐야겠습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 부동산 없이 혼자 세입자를 구하는 것은 참 피곤한 일입니다. 그리고 문제가 되었을 때의 리스크 부담을 온전히 짊어져야 합니다. 사실 부동산이라고 이 리스크를 짊어져주는 것은 아닙니다만 심리적으로는 안정이 되긴 합니다.


그래도 한 번 직접 계약을 경험해보면 좋은 점들이 많이 있고, 이 과정에서 느끼는 바도 많이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100명 가까이 계약을 해보면서 정말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저처럼 항상 이렇게 하라고 권유는 못하겠지만, 한 번쯤 해보기에는 아주 좋은 경험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이 글은 집주인의 관점에서 쓰여진 글인데요, 세입자의 관점으로도 언젠가 글을 적어보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