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동산 중개사와 전세 계약 관련 통화를 하는 중..
중개사가 죄송하다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저... 그런데 임차인이 특약 사항에 몇 가지만 추가해달라고 하시는데요."
"네 뭔데요?"
"전세금을 만기날 바로 돌려주겠다고 계약서에 적어달랍니다."
"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 그건 당연한 건데. 뭐하러 특약사항에 적지?
계약서 상단에 이미 적혀있잖아. 언제부터 언제까지 임대해준다고.
그걸 특약 사항에 적으면 중복으로 쓰는 거 아닌가? 똑같은 말을 뭐하러 또 쓰지?
잠시 생각해봅니다.
특약 사항에 그렇게 적으면 법적 효력이 더 강력해지나?
만약 집주인이 전세금을 제때 안 돌려주면? 저 특약 사항 때문에 임차인은 더 나은 상황이 될까?
그럴 리가 없잖아!
하지만 저는 임차인의 마음도 알고 있습니다.
법이고 부동산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20대 시절의 불안한 마음을.
요즘 부동산 값이 떨어지면서 이사를 나가야 하는데 보증금을 제 때 못 돌려받아 분노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집주인들이 너무나 당연하고 뻔뻔하게 다음 세입자가 들어와야 그 돈으로 전세금을 돌려주니깐.
실제로 너무 많이 일어나는 일이니 임차인 입장에서는 불안했겠지.
중개사분에게 괜찮으니 특약 사항에 적어달라고 했습니다.
"다음은 뭔데요?"
"아... 보증 보험에 들어도 되는지를 물어보는데요."
"음? 그건 임차인 마음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아.. 보증 보험에 드는 걸 협조한다고 특약 사항에 적어달라고 하네요."
"하하... 제가 협조를 하든 안 하든 상관없을 텐데... 네 협조한다고 적어주세요~"
"또 있나요?"
"이사 날까지 근저당 설정이나 소유권 변동을 하지 않는다고 적어달라 하시네요.."
"네 그럼요. 적어주세요."
중개사가 연신 미안해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전세금 안 돌려주고 배짱부리는 집주인들이 얼마나 많으면 이 지경이 됐을까?
10년 가까이 원룸을 운영하면서 임차인이 원하는 날짜에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이사 갈 날짜가 다가오면 미리 돈을 준비해놓으니깐.
지금 주식이 이렇게 싼대도 가진 현금을 다 쏟지 못하고 남겨두고 있습니다.
언제 누가 이사를 간다고 할지 모르니 대비를 하기 위해서. 스페어타이어처럼.
남의 돈을 자기 돈처럼 생각하는 집주인들은 그만한 벌을 받아야 합니다.
임차인들도 집주인 탓만 해서는 안됩니다. 세상에 이런 못된 집주인들이 5할은 넘을 것 같은데.
이미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데 일단 믿어보고 안 되면 그때 가서 눈물 흘릴 건가?
법과 제도로 개선이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만... 저라면 그런 걸 기대하기 보다는 계약 하기 전에 집주인은 어떤 사람인지, 담보물은 어떤지 꼼꼼하게 조사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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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슬픈 현실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