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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에서의 일주일

그놈의 물이 뭐길래

단양에서 가족들과 일주일을 보내고 왔습니다.

단양은 인구 2만 7천 명의 도시.

지금까지 다녀본 도시 중에 가장 적은 인구의 도시입니다. (그전엔 강원도 영월이었네요. 3만 명)

도시가 워낙 깨끗하고 크기에 비해 먹을거리도 많아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단양은 1985년에 충주댐이 건설되면서 수몰되었던 도시.

당시의 (구) 단양시내는 단성면 지역이었던 것 같습니다.

신라적성비가 있는 곳. 현재도 마을이 조금 남아있기는 합니다.


https://youtu.be/tQDOzDhGreY?si=PROrdTThmF18RvtI

구 단양읍내가 수몰되기 전의 기록을 남겨둔 다큐멘터리


태어나서 자란 고향이 물에 잠기는 건 대체 어떤 기분일까?

저는 지금도 2년에 한 번씩은 제가 어릴 적 뛰놀던 곳에 가서 산책을 하며 그때 생각을 하고 오는데요.

고향이 사라진다 생각해 보면 끔찍합니다.


1985년의 단양 사람들은 왜 동의했을까?

단양을 최고의 호반 관광 도시로 만들어주겠다는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새로운 단양읍내를 지으며 분양을 해준다니 좋은 땅을 얻어서 돈을 벌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주민들이 기대했던 모습의 도시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안전하다고 나라에서 골라준 땅인) 현재의 단양읍내가 1990년 홍수 때 남한강 물이 역류해서 잠겨 버린 적도 있었다고 하네요. ㅠㅠ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단양천댐 결사반대라는 플랜 카드를 봤습니다.

2024년 9월

아니 이건 또 뭐야?

충주댐이 아니고 단양천댐은 뭐지?

무슨 일인가 찾아보니 지난 7월에 환경부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14개 댐 후보지를 발표했다고 합니다. 그중에 단양도 포함이 되어 있다고.

단양에 또 댐을 만들 계획인데, 하필이면 댐을 만들겠다고 하는 위치가 예전에 수몰됐던 구단양 지역.

단양군민들을 두 번 죽이지 말라는 주민들의 외침이 이해가 됩니다.

반대가 심해서 아마 진행이 쉽지 않을 걸로 예상되긴 합니다만, 혹시라도 댐을 짓게 되면 단양팔경 중 6 경인 하선암은 물에 잠겨서 더 이상 못 보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행을 하면서 물에 대해서 많이 생각을 했습니다.

그놈의 물이 뭐길래.

물 때문에 전쟁도 한다는 얘기는 책에서는 봤지만, 실제로 지역주민들과 정부부처의 갈등을 보니 훨씬 크게 와닿았습니다.

이런 갈등을 겪지 않으려면 부자 동네, 인구가 많은 동네에 살아야 하지 않나 하는 씁쓸한 생각까지.

아무쪼록 문제가 잘 해결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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