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기

코로나가 준 선물

벌써 1년째 밖에 못 나가고 살고 있으니 참 답답합니다.

최근 두어 달은 특히나 바깥 구경을 못하고 살고 있습니다.

쓰레기 봉투 버리러 나갈 때가 바깥세상과 연결되는 몇 안 되는 소중한 순간일 정도니까요.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습니다.

바깥 약속이 없고 집에만 있다 보니 드디어 루틴이 잡혀가고 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인상 깊게 읽은 책입니다.

장편소설을 쓸 경우, 하루에 200자 원고지 20매를 쓰는 것을 규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좀 더 쓰고 싶더라도 20매 정도에서 딱 멈추고, 오늘은 뭔가 좀 잘 안된다 싶어도 어떻게든 노력해서 20매까지는 씁니다. 왜냐하면 장기적인 일을 할 때는 규칙성이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 이사크 디네센은 '나는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매일 조금씩 씁니다'라고 했습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는 매일매일 20매의 원고를 씁니다.


하루키는 아침에 일어나면 달리기를 하고 매일 글을 쓴다고 합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자기만의 루틴을 만들어서 그걸 매일 그냥 합니다.

'일정한 시간'이 아니라 '일정한 '을 쓴다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도 이렇게 하면 어떻게든 매일 한 발자국씩 전진할 수 있겠군.


2년 전 쯤 이 책을 읽은 이후로 저만의 루틴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는데 잘 되지 않았습니다. 내일부터 매일 운동해야지 생각은 쉽게 해도 어디 그게 잘 되나요?


하지만 역시 의지보다는 환경이 사람을 바꾸는가 봅니다.

코로나가 저를 도와줬습니다. 바깥 약속이 없이 집에만 있다 보니 루틴을 만들기가 수월했습니다.

9월 이후로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코딩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회사 생활을 열심히 할 때도 저의 연속 코딩 기록은 61일이었는데, 은퇴한 지금에 와서 이전 최고 기록을 압도적으로 깨버렸네요.


어렸을 땐 매일 똑같은 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이 참 답답해 보였습니다.

'난 그런 단조롭고 지겨운 삶은 살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했죠.

지금은 매일 똑같은 일을 불평 없이 하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매일 글을 쓰는 작가들. 매일 훈련을 하는 운동선수들. 매일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


요즘 제 삶은 단조롭지만 행복합니다.

뭔가를 매일 꾸준하게 생산하고 훈련한다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매일 이렇게 코딩하고 글 쓰며 살다 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어쩌면 하루키도 그런 느낌으로 사는 건 아닐까요?



비슷한 글:

이렇게 살다 죽어도 좋겠어

매거진의 이전글 절대 포기하지 않는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