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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네이버를 누가 써요

네이버 투자에 실패했던 이야기

2018년부터 네이버 주식의 가격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고 저는 네이버를 사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시가총액이 약 25조 원일 때부터 사기 시작해서 16조 원으로 떨어질 때까지 꾸준히 매입했고 평균 약 22조 원(한 주당 가격으로는 약 13만 원)의 가격으로 꽤 많은 양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제 포트폴리오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달리고 있었죠.


저는 네이버가 좋은 회사라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네이버가 실검을 조작한다 뉴스를 조작한다 말하지만 저는 네이버가 그런 회사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해진이라는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한 손에 꼽을 수 있는 최고 실력을 가진 경영자라고 생각하고 있었고요. 그분의 정직함과 진정성도 믿고 있습니다.

제가 본 네이버의 수십 명의 이사들은 주말 밤낮없이 일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구글이 네이버를 이기지 못하는 게 네이버의 브랜드나 사람들의 습관 때문이 아니라 네이버의 검색 결과가 좋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당시 자회사에서 만든 제페토가 하늘을 뚫을 기세로 잘 나가기 시작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일본의 사업들이 잘되는 것도 알고 있었고 V라이브 같은 앱들도 글로벌로 잘 뻗어가면서 글로벌 순항도 아주 좋았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네이버의 전망은 너무 좋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네 주스 가게에서 생긴 일입니다. 2019년 여름쯤으로 기억합니다.

아기를 데리고 작은 가게의 테이블에 앉아 시원한 주스를 마시고 있었는데 옆 테이블에 12살 정도 되는 꼬마 여자애들 둘이 보입니다.

핸드폰을 서로 신나게 만지면서 대화하는데 유튜브에서 검색해보라는 말을 합니다.

저는 호기심이 발동해 말을 겁니다.

"얘들아, 너희는 네이버에서는 검색 안 하니?"


그런데 그 대답이 재밌습니다.


아유~~ 요즘 네이버를 누가 써요! 계정도 안 만들었어욬ㅋㅋㅋ


"계정도 안 만들었다고? 진짜야? 다른 애들도 그러니?"

"요즘 네이버 아무도 안 써요. 다 구글만 써요." 까르르 웃으며 늙은 아저씨를 놀리듯 말합니다.


별 것도 아닌 짧은 대화였는데, 이상하게 이 대화가 제 머릿속에서 계속 떠나질 않았습니다.

'이 친구들이 자라서 10년 정도 지나면 정말 사람들이 네이버 안 쓰고 구글만 쓰게 되는 것 아닐까?'

'그럴 수도 있지. 구글은 훨씬 많은 자본과 더 뛰어난 엔지니어들이 있잖아.'

'한국에서도 이미 핸드폰을 장악했고 검색 엔진도 계속 개선되고 있다고.'

'유튜브는 정말 대단해. 나도 요새 유튜브에서 검색을 하는 걸.'


이런 생각들이 계속 들면서 네이버에 대한 제 좋은 감정은 확신에서 의심으로 바뀌어갔습니다.

게다가 네이버 주가가 오랫동안 바닥에 있으니 제 의심은 강해지고 마음이 흔들립니다.


결국 저는 네이버의 주가가 조금 상승하던 그 해 가을쯤 네이버 주식을 모조리 팔았습니다.

연 수익률로 환산하면 약 5%~10% 정도 이익이 났을 것 같습니다.




지금 네이버의 가격은 약 60조 원입니다.

200% 정도 수익 낼 수 있었던 것을 이름도 모르는 꼬맹이들의 한 마디에 흔들려서 5% 수익을 내고 팔아버린 것이 우습네요. 지금까지 잘 가지고 있었으면 저는 경제적으로 훨씬 풍요롭게 살 수 있었을 텐데요.


그래도 저는 이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가져가고 싶습니다. 게다가 이게 그리 부끄러워할 일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투자자였던 피터 린치조차 똑같은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출처: https://ridibooks.com/books/687000054


피터 린치는 이런 실수를 이후로도 몇 번 더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익절은 항상 옳다." 이런 말에 현혹되어서 주식을 빨리 팔아버리지 말고 기회를 잡게 되면 충분히 기다려서 10배든 20배든 최대한 이익을 취하라는 말과 함께.


저에게 좋은 경험을 선물해 준 이 꼬맹이들을 다시 만나면 맛있는 주스를 사주고 싶습니다.

'너희 때문에 내가 얼마를 날린 줄 아니?'라고 속으로 웃으면서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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