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묵
나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초능력자'이다.
TV에 나오는 웬만한 음식도 척척, 서양의 음식에도 거부감 없이 레시피를 배우고 만들어 주셨었다.
그중에 나는 엄마의 탱글탱글한 묵 한 접시가 제일 좋았다.
고춧가루가 들어간 간장 양념을 올리고 집어먹는 묵을 먹을 때 행복감이 온몸에 퍼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어릴 적 내 생일에는 묵을 정성껏 쑤어 주셨다.
생일 때 가족의 축하와 함께 먹는 묵은 나에게 특별한 음식이 되었다.
오랜 지병으로 병원 생활을 해서 겨우 간 초등학교에서도 병원을 전전하느라 친구 사귀는 법을 몰라 늘 혼자 있을 때, 나의 식탁에는 묵이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좀 더 자라 중학교에 가서 좋은 친구들을 만났을 때 역시 내 식탁 위에는 묵이 있었다.
시간이 흘러 고등학교에서 왕따라는 것을 처음 경험해 속이 상해 잔뜩 울고 온 날에도 식탁 위엔 묵이 있었다.
그러다 대학교를 가고 회사에 취직하고 나서는 식탁의 묵의 자리는 거의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어느덧 가정을 이루고 육아에 정신없던 순간,
집 앞 장터에 파는 묵을 보고 너무 반가웠었다.
처음 엄마가 되어, 모르는 게 너무 많아 힘이 들어 저녁 한 끼 때울 것을 찾아 돌아다니던 중,
발견한 묵이 얼마나 좋던지.
엄마가 만들어주던 것만 먹던 내가 엄마가 되어 엄마의 레시피를 더듬어 가며 만들어 먹던 묵 한 접시의 맛은 나에게 게임 속 힐링 포션이 되어주었다.
한 번은 시댁의 친척분들을 만나러 갔을 때 잔뜩 긴장해 있는데 식사 시간이 되어, 억지로 함께 하고 있는 중에 상에 올라온 묵 접시를 본 순간 얼마나 반갑던지.
마치 엄마가 내 옆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
이처럼 묵 한 접시는 나의 희로애락과 함께 하고 있다.
나의 인생은 아직 반도 안 왔지만, 그 시간 동안 나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준 엄마의 묵 한 접시는 아마 평생 나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요즘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차에,
엄마가 보낸 반가운 묵 1모.
나는 아이들과 묵밥을 해 먹으며 엄마의 응원을 마음으로 들었다.
이제는 나도 엄마한테 따뜻한 응원과 위로를 주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그리고 이 우주 같이 넓은 마음을 나의 아이들에게 전할 수 있는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