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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

특별한 일 년 중 하루

by 다채로um

나에게 부처님 오신 날은 공휴일 이상의 날이었다.

어릴 적부터 이날에 늘 부모님 손을 잡고 절에 있었다.

무슨 소리인지 알지 못할 소리들과

수많은 사람들이 엉켜있고, 절마당에 펼쳐진 연등도 보고, 점심시간 맞춰 공양이라고 하여 간단한 나물밥을 나눠 먹는 그런 날이었다.

'보살님'이라고 불리던 어머니는 이 날이 본인의 생일임에도 불구하고 늘 수많은 보살님들 틈에 끼어 설거지를 하고 계셨다.

'보살'은 절에서 봉사하시는 여성분을 혹은 절에 오시는 여성분께 사용하고, '처사'는 절에서 봉사하는 남성분을 혹은 절에 오는 남성분을 일컬어 이야기한다.


나는 어머니의 늦은 봉사가 끝날 때까지 아버지랑 절 한편에 동생들과 앉아 있다가 공양이 끝나고도 오랜 시간 동안 공양으로 나온 설거지를 하고 있는 어머니를 기다렸다.

어느덧 반나절이상의 시간이 흐르고 늦은 시각 집에 와서 어머니의 생일 축하를 했었다.


올해 칠순을 맞이한 어머니와 아버지는 해외여행 중이므로 나는 부모님 대신 겸 우리 가족의 연례행사 겸 하여 올해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절로 향했다.

적당한 바람과 적당한 빛이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하는 듯하다.


아이들과 합장을 하고 절에 들어서자 많은 이들이 절을 찾은 것이 보였다.

아이들은 아기부처님 목욕도 시키고 복전원탑에 합장하고 대웅전 앞마당에 자리 잡고 부처님께 절을 올렸다. 그리고 불자독송책을 들고 자리를 잡았다.

어릴 때부터 들은 게 있어 그런지 스님들이 어떤 내용의 기도문을 외우시는지 좀 들으면 찾을 수 있긴 하여 더듬더듬 찾아서 기도문을 읽고 있으니 옆에 멀뚱이 앉아 있던 보살님이 내행동을 보고는 내 책을 보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나는 내 앞에 쌓여있던 불자독송책 한 권을 들어 보살님께 펼쳐주고는 이 내용부터 읽으면 된다고 알려드렸다.

내가 절에 올 때는 어머니가 나에게 했던 행동을 오늘 처음 본 분에게 똑같이 하고 있었다.

오늘 처음으로 아이들과 공양에 참여했다.

아기띠를 하고도 매년 빠지지 않고 절에 들렀지만 떡공양 정도만 참여하다 오늘은 밥공양까지 참여해 보았다.

간단한 나물밥에 물김치를 받아 자리 잡고 공양을 시작했다.

나는 어느새 아버지, 어머니가 나에게 했던 말을 아이들에게 하고 있었다.


"절에서 먹는 밥은 남기면 안 돼 남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돼.

공양도 수행 중의 하나거든.

감사히 잘 먹어보자."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면서 어릴 적 나와 동생들이 떠오른 듯했다.

아이들은 진지한 눈빛으로 내 말에 귀 기울이고는 열심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물김치가 조금 매운 듯했다.

그럼에도 밥을 남기지 않고 깨끗이 공양을 비워낸 아이들이 기특했다.

옆에서 식사를 하고 계시던 노보살님이 아이들이 매울 법도 한데 잘 먹는다고 칭찬해 주셨다.

집에 돌아와서 보니 집 근처 절에서도 부처님 오신 날 행사를 하고 있었다.

요즘 귀한 연꽃을 만들어 나눠주고 있어서 받아왔다.

예전에는 부처님 오신 날 한 달 전에 가서 연꽃을 만들었는데 요즘에는 플라스틱소재로 기계로 만든 연꽃만 보다 심히 반가웠다.


정성 들인 연꽃을 보여 좋은 기운 받아 무탈한 한 해 보내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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