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순이: Canada 5년 살이 (1)
'낭만'과 '폭풍우' 사이
2013년 여름에 나는 미국에 살고 있었는데, 그때 뉴욕 여행을 갔었다. 뉴욕 여행동안 잠시 캐나다로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러 갔던 적이 있었다. 그 여행 당시 내 기억 속 캐나다는 조용하고 한적한 느낌의 약간은 시골스러운 나라였다. 나이아가라 폭포 근처에 유원지 비슷한 작은 놀이동산이 있었다. 아담하고, 낡았지만 아기자기한 것이 대도시의 느낌이 아니라서 더 귀엽고 정감 어렸다. 밤에 대관람차를 타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짧은 시간 동안 나이아가라 폭포와 그 일대의 야경도 즐겼다. 그리고 한참 후, 드라마 ` 도깨비를 통해서 본 캐나다는 낭만스럽고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그곳에 가면 몽환적인 사랑이 이루어질 것 같았고, 고풍스러운 느낌의 건물이 있는. 그런 이미지의 나라가 내게는 캐나다였다.
tvN '도깨비'의 한 장면
tvN '도깨비'의 한 장면, 캐나다 퀘벡
(출처: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travel/world-heritage/article/historic-district-old-quebec)
마치 주변의 누군가가 제주 한달살이. 혹은 프랑스 한 달 살이. 이탈리아 로마 한달살이를 한다고 하면 ‘그곳에서 한 달간 여행하듯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부러움과 함께 내 머릿속에는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스틸사진의 이미지와 함께 ‘낭만’스럽다는 느낌이 동시에 든다. 캐나다 5년 살이라는 말이 그 누군가에게도 내가 ‘@@살이’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같이 들릴 수 있다. 대자연이 있고, 단풍이 있고, 도깨비에 나오는 퀘벡이 있는 나라에서의 낭만스러운 생활. 내가 캐나다에 가기 전에 캐나다도 막연히 나의 이틀간의 짧은 여행과 티브이 속 이미지가 섞여 그저, 낭만적인 단풍의 나라 이미지였다.
어쩌면 직접 가서 생활인으로 사는 일상과 달리 ‘살이’도 여행과 같이 어쩌면 적당한 낭만과 즐거움, 아주 간혹 안 좋은 경험의 기억이 섞인. 후에 생각해보면 막연히 참 그리워지는 소중한 여행의 기억에 가까운 기억일 수 있다. 문제가 생겨도 힘듦보다는 그저 이 문제는 행복한 순간에 극복해야 하는 예상치 못한 모험의 일종으로 잘 극복되어 후에 그저 무용담으로 남을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
20-30대에 혼자 한 달 가까이 여행 다녔던 당시에 만났던 도시들은 나에게 그런 이미지들이다. 각각의 도시들과 그 도시들에서 갔었던 멋진 박물관, 고즈넉한 역사 유적지, 혀에 느껴지는 맛있음을 넘어서 여행지에서 느끼는 색다른 기분을 더 특별하게 느끼게 해주는 다양한 음식의 향과 기억. 순간순간 길거리에서 연주되거나 레스토랑에서 흘러나온 음악, 혹은 내가 좋아해서 나의 소중한 아이팟에 담겨 있던 여행 내내 계속 듣던 음악들과 여러 여행의 기억들이 뒤섞여. 어디에서 무엇을 경험했던, 누구를 만나서 무엇을 먹었던, 그저 즐겁고 낭만적인 순간으로 기억되는 그 느낌. 그래서 내가 캐나다에 몇 년간 살러 가야 함을 알았을 때도, 이전 내 여행의 경험 혹은 3년의 미국 생활처럼 캐나다의 생활도 비슷하리라 생각했다. 낭만과 현실이 뒤섞인 그런 종류의 생활을 막연히 그렸던 것 같다.
나는 캐나다 5년 살이 이전에 미국 3년 살이를 한 적이 있다. 미국의 숲이 많고 , 호수가 많았던 더운 지역이었던, 그 아름다운 도시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던 미국 3년 살이는 낭만과 즐거움이 뒤섞인 기억이 있다. 그래서 캐나다에 가야 함을 알았을 때도, 막연히 이전의 여행이나 미국에서의 생활과 비슷한 그 느낌의 살이를 예상했다.
하지만, 캐나다에서의 5년 살이는.. 대부분의 시간들이 낭만과는 멀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고생을 했던 시기이기도 하고, 다양한 생각의 변화가 생긴 시기이기도 하다. 캐나다에 가는 준비를 하는 동안 순간순간 캐나다에서의 생활을 생각하면 머릿속에는 모네의 그림 같은 이미지들이 떠올랐다. 막상 캐나다에 가보니, 내가 예상했던 느낌의 이미지는 그저 아름다운 상상이었다. 5년을 사는 내내, 왜 이리 내 삶이 척박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캐나다에 있는 동안 가장 자주 들었던 생각 중 하나다.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서 겸손해지면서도 숨을 헉헉거리면서 살았던 것 같다.
어쩌면 나는 캐나다 가기 전에 나는 ‘낭만주의를 꿈꾸던 소녀’였던 것 같다. 내 인생의 9할 가까운 시간 동안,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목표는 ‘순간의 낭만’이었다. 그런 내가 캐나다에 있는 동안은 ‘낭만’을 자주 잊은 채로 ‘세상을 개척해야 하는 척박한 인생을 사는 여성’으로 점점 변해 갔다. 이것은 나에게 생긴 큰 자아의 변화이다.
캐나다에 살면서, 드라마 속 공유와 김고은이 갔던 캐나다의 도시와 그들의 데이트가 만들어준 나의 캐나다에 대한 환상은 도깨비처럼 사라졌다. 내가 오랜 시간 소장하고 있던 터너 그림 속의 폭풍우 속의 배처럼, 나는 온갖 폭풍 비바람을 맞으며 커다란 파도 속에서 흔들리는 것 같은 캐나다에서의 일상을 살았다. 나의 캐나다 5년 살이는 그러했다. 폭풍 속에서 흔들리는 작은 조각배 같은 나를 마주하는 시간.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Snow Storm - Steam-Boat off a Harbour’s Mouth,1842눈폭풍 속 유도 등을 따라 항구를 떠나는 증기선(Snow Storm-Steam-Boat off a Harbour’s Mouth), 내가 미국 The Woodlands에 살 때 친한 후배가 놀러 왔다. 후배와 함께 내가 좋아하던 The Museum of Fine Arts, Houston에 갔다. 그곳의 기프트 샵에서 후배가 내가 좋아하는 터너의 그림 중 하나를 선물로 주었다. 되돌아보면, 최근 5년 동안 나는 폭풍우 속에 살아온 느낌이이제 이 그림을 멀리 보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