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순이 : 낯선 곳에서 만난 나 (1)

갈색 눈과 까만 머리의 아시안, 한국인

by 일주일의 순이

질소 78%, 산소 21%, 아르곤 0.9%, 이산화 탄소 0.04%

평소에 그 존재를 의식하지 못하지만 우리 곁에 늘 존재하는 공기의 구성이다.


이러한 공기는 지구에서 살아가는 생명체인 우리에게 공기는 매우 자연스럽고 익숙한 물질이다. 따라서 우리는 살아있는 매 순간마다 공기 속의 산소를 이용하여 산소를 들이마시고 이산화 탄소를 내뱉지만, 특별한 상황이거나 호흡이 불편한 상황이 되기 전까지는 공기의 존재를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공기에 대한 아무 생각 없이 일상을 살아간다.


나의 삶도 그러했다. 지금까지 해외라는 낯선 곳에서 지내기 전까지, 익숙한 환경 속에서 나에 대한 별다른 의식 없이 일과 육아와 가사라는 세 가지 공을 굴리는 워킹맘이라는 삶을 매일 바쁘게, 충실하게 사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하지만 짧은 기간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낯선 환경과 문화 속에서 문득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우리의 문화는 이랬구나! 이제까지 느끼고 생각하지 못한 느낌과 생각을 갖게 되었다. 금순이는 그런 일상 속 소소한 이야기들을 적어 보려고 한다.


# Asian

미국에 도착하기 전부터 한국에서 아이 학교 관련하여 교육청에 서류를 제출하거나 각종 행정일을 처리할 때 가장 먼저 받는 질문이 있다. ‘What is your race?’ 또는 ‘What is your ethnity?’라는 질문이다. 인종이 뭐냐고? 무슨 민족이냐고?


답을 체크하는데는 몇 초도 걸리지 않는다. Asian에 체크하고 Korean이라고 적으면 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한 번도 그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굉장히 생소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황인종이라고 부르는 인종이며, 어릴 때는 단일민족국가라고 배웠고 한국인으로 외모도 비슷비슷하게 생겼고 언어도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너무 자연스럽고 흔한 일이라서 이것을 별로 의식하면서 지낼 일이 없었다.


내가 경험했던 Asian은 주로 한국, 중국, 일본과 같이 우리와 비교적 외모가 비슷한 지역인 동북 아시아이지만, Asia의 범위는 매우 넓다. 인도, 필리핀, 베트남과 같은 동남 아시아도 있고, 우리나라와 같은 동북 아시아와 비슷한 점이 별로 없다고 생각되는 중동 지역과 같은 서아시아까지도 모두 아시아이다. 문득 나와 동일하게 아시아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범위가 이처럼 폭넓다는 점이 참 신기하게 생각되었다.


아무튼 나는 누가봐도 100% 아시아인처럼 생겼고 실제로 100% 아시아인이다. 그런데 미국은 워낙 다양한 인종으로 이루어진 나라이지만, 백인이나 흑인, 라틴계 히스패닉이 주로 많고 Asian은 그에 비해서는 비율이 낮다. 그래서 미국에 사는 현지인들에게 아시아인은 상대적으로 낯설고 생소한 사람들이다. 국내에서는 내가 아시아인이고 한국인이라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지냈다면, 미국에서는 평소 나와 생김새가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내가 아시아인이라는 것이 계속 인식되었다. 그게 다른 사람들과 만날 때 나의 첫인상이고 나의 정체성(identity)였다.


# Korean


미국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Where are you from?”이다.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I’m from (South) Korea.”, “I’m Korean.”이다.


20년전 배낭여행이나 10년전에 여행에서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말하면 어딘지 잘 모르고, 나에게 일본인이냐 중국인이냐 물었지만 지금은 Korean이냐고 바로 묻는 사람들도 있고, 대부분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고 있었다. 내가 Korean이라고 하면 한국 드라마나 오징어 게임 같은 영상물, 또는 BTS나 블랙핑크 같은 아이돌 그룹이 대화 주제가 되기도 한다. 그 사이에 K-pop이나 K-drama 같은 우리나라의 문화 컨텐츠도 많은 인기를 얻었고, 또 우리나라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구나 실감하게 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출신을 묻고 나서 그 다음에 나누는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한 엄마는 본인은 매사추세츠 주 출신이고, 남편은 요르단 사람이라고 했다. 다른 엄마는 자기는 대학생 때까지 남미에서 살았고 미국으로 대학원에 와서 남편을 만났는데, 남편은 이스라엘 사람으로 유대계 미국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엄마는 자기는 Australia 출신이고 부모님 중 한 분이 타이완쪽의 중국 출신이라고 한다. 자기는 호주 출신이지만 부모님은 홍콩에 살고 계신데 코로나로 인해 몇 년간 못 만나서 너무 보고 싶다면서 나에게 너희 부모님은 어디에 살고 있니?라고 묻는 질문이 참 생소했다. 나는 우리 부모님도 한국인이고 한국에 살고 계시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그 위의 조상들도 모두 한국 사람이고 부모님은 모두 한국에 살고 계셔서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고 그런 질문을 받은 적도 없었던 것이다.


미국인들은 부모님과 조부모님으로 올라가면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조상들이 섞여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미국을 이야기할 때, melting pot이나 salad bowl, mosaic society로 표현하는 것이 피부로 와닿았다. 아이 학교에 갔을 때 선생님께서 아이들을 파악하기 위한 기본 정보에서 이름 옆에 인종이 표시되어 있는 것을 봤는데 Mixed라는 표현이 여러번 보였다. 또한, 미국은 워낙 땅이 넓고 주(state)가 많아서 한 나라 안에서도 어느 주에 살고 있는가에 따라 기준 시간이나 제도가 조금씩 다르기도 했다. 따라서 그들이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출신을 물으면서 backgroud를 체크하는 것은 다양성이 전제로 된 것이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같은 인종의 사람들이 사는 사회에서 살다가 다양한 피부색과 다양한 눈 색깔과 다양한 머리 색깔을 지닌 다양한 인종,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오니 새로운 경험이고 내가 아시아인이고 한국인이라는 것을 항상 인식하게 된다. 그동안 내가 정말 균질성이 높은 homogenious group에서 살고 있었다는 것이 실감이 되었다. 그리고 환경적으로 나는 다름과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이 높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갈색 눈과 검은 머리의 아시아인이고 한국인이라는 것은 내가 이미 태어날 때 결정된 것이다. 나의 뿌리가 한국인이고 내가 아시아인이라는 정체성은 후천적인 환경이나 노력 여부와 관계없이 절대 바뀌지 않는 것이다. 특히 선천적인 생물학적인 특성들은 옳고 그름,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에 내가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로 인해, 나와 다르다는 것이 자칫 차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전혀 다른 외모를 가진 다른 인종으로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다양성을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는 모습을 볼 때, 뭐랄까 나의 관점과 시야를 넓혀주는 느낌으로 머릿 속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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