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 눈과 까만 머리의 아시안, 한국인
# Korean
미국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Where are you from?”이다.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I’m from (South) Korea.”, “I’m Korean.”이다.
20년전 배낭여행이나 10년전에 여행에서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말하면 어딘지 잘 모르고, 나에게 일본인이냐 중국인이냐 물었지만 지금은 Korean이냐고 바로 묻는 사람들도 있고, 대부분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고 있었다. 내가 Korean이라고 하면 한국 드라마나 오징어 게임 같은 영상물, 또는 BTS나 블랙핑크 같은 아이돌 그룹이 대화 주제가 되기도 한다. 그 사이에 K-pop이나 K-drama 같은 우리나라의 문화 컨텐츠도 많은 인기를 얻었고, 또 우리나라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구나 실감하게 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출신을 묻고 나서 그 다음에 나누는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한 엄마는 본인은 매사추세츠 주 출신이고, 남편은 요르단 사람이라고 했다. 다른 엄마는 자기는 대학생 때까지 남미에서 살았고 미국으로 대학원에 와서 남편을 만났는데, 남편은 이스라엘 사람으로 유대계 미국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엄마는 자기는 Australia 출신이고 부모님 중 한 분이 타이완쪽의 중국 출신이라고 한다. 자기는 호주 출신이지만 부모님은 홍콩에 살고 계신데 코로나로 인해 몇 년간 못 만나서 너무 보고 싶다면서 나에게 너희 부모님은 어디에 살고 있니?라고 묻는 질문이 참 생소했다. 나는 우리 부모님도 한국인이고 한국에 살고 계시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그 위의 조상들도 모두 한국 사람이고 부모님은 모두 한국에 살고 계셔서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고 그런 질문을 받은 적도 없었던 것이다.
미국인들은 부모님과 조부모님으로 올라가면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조상들이 섞여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미국을 이야기할 때, melting pot이나 salad bowl, mosaic society로 표현하는 것이 피부로 와닿았다. 아이 학교에 갔을 때 선생님께서 아이들을 파악하기 위한 기본 정보에서 이름 옆에 인종이 표시되어 있는 것을 봤는데 Mixed라는 표현이 여러번 보였다. 또한, 미국은 워낙 땅이 넓고 주(state)가 많아서 한 나라 안에서도 어느 주에 살고 있는가에 따라 기준 시간이나 제도가 조금씩 다르기도 했다. 따라서 그들이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출신을 물으면서 backgroud를 체크하는 것은 다양성이 전제로 된 것이었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같은 인종의 사람들이 사는 사회에서 살다가 다양한 피부색과 다양한 눈 색깔과 다양한 머리 색깔을 지닌 다양한 인종,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 오니 새로운 경험이고 내가 아시아인이고 한국인이라는 것을 항상 인식하게 된다. 그동안 내가 정말 균질성이 높은 homogenious group에서 살고 있었다는 것이 실감이 되었다. 그리고 환경적으로 나는 다름과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이 높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갈색 눈과 검은 머리의 아시아인이고 한국인이라는 것은 내가 이미 태어날 때 결정된 것이다. 나의 뿌리가 한국인이고 내가 아시아인이라는 정체성은 후천적인 환경이나 노력 여부와 관계없이 절대 바뀌지 않는 것이다. 특히 선천적인 생물학적인 특성들은 옳고 그름,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기에 내가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로 인해, 나와 다르다는 것이 자칫 차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전혀 다른 외모를 가진 다른 인종으로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다양성을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는 모습을 볼 때, 뭐랄까 나의 관점과 시야를 넓혀주는 느낌으로 머릿 속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