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순이 : 낯선 곳에서 만난 나 (6)

아파트, 그리고 다양한 집

by 일주일의 순이

작년 여름에 우리는 미국에서 1년동안 거주할 집을 구해야했다.

머나먼 해외에서 직접 가서 보지 못하고 제한된 정보로 집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우리는 짧은 시간에 촉박하게 준비를 해야해서 해외 정착 서비스의 도움을 약간 받았지만 우리가 정한 집에 가서 계약만 도와줄 뿐 결국 어디에서, 어떤 집에서 살지 열심히 찾아보고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일이었다.


가장 먼저 미국에서 어느 지역에 살지 정해야했다.

한국에서 왕복 2시간의 원거리 출퇴근을 하던 우리 부부는 출퇴근 길에 피곤에 시달렸던지라 특히 남편은 본인이 출근지에 최대한 가까운 곳에 살기를 원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곳은 차로 20-30분 정도 거리에 있고 한국 마트가 있고 새로 지은 집들이 많고 집값이 더 저렴했다. 즉, 같은 가격이면 2배 면적의 집을 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한국마트가 있어서 한국 식자재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이점이다.

주부의 관점에서 나는 조금 더 생활의 편의성이 좋은 곳에 살고 싶었지만 남편의 의견이 강력했다.


그다음은 어떤 형태의 집에 살 것인지에 대한 결정을 해야한다.

이전에 미국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지인에게 조언을 구했다. 1-2년의 단기간동안 다녀온 경우는 대부분 아파트에 살았다고 했다. 그런데 타운하우스 주택에 살아보지 못한 것이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외국인인 우리는 사실 선택의 폭이 많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개인이 그동안 어디에 살았는지 등 거주 정보 history가 누적이 되고 가정의 금융과 경제 상황에 관한 credit이 쌓이면서 그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집의 선택 폭이 달라진다.

우리처럼 미국 내에서 house history와 credit이 없는 외국인에게는 미리 세 달치에 해당하는 렌트비를 내야하고 통장 잔고와 수입을 증명하는 절차 등이 추가로 요구된다. 그렇게 해도 집주인이 미국에 처음 살게 되는 외국인에게 선뜻 렌트를 주지 않을 확률이 높다.

게다가 우리가 집을 구하는 시기는 미국 내에서 주택 가격이 상승하면서 집 값을 감당하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렌트로 돌아서서 렌트 수요가 높아졌고 미국내 인플레이션으로 주택 렌트비가 상승한 시기였고, 환율까지 치솟아서 여러모로 우리에게 불리한 시기였다.


주재원이나 해외 연수 등 미국 거주 여부가 미리 일찍 결정되고 전임자가 있는 경우는 집이나 살림살이 등을 넘겨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면 좀 더 좋은 조건에서 집을 구하는 것이 유리하다. 즉, 부동산이나 업체를 끼지 않고도 검증된 괜찮은 집을 좀 더 저렴하게 구할 수 있고 그런 집은 주인이 살지 않고 계속 렌트를 주는 집이라서 한국에서 1-2년 단기 비지팅 온 사람들이 매우 성실하게 렌트비를 낸다는 것을 이미 잘 알아서 한국인 Visitor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 거주 여부를 미리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미국행이 너무 촉박하게 결정되었다. 남편의 최종 발령 날짜가 너무 여유없이 급하게 통보되어서 비자 발급 및 집 구하기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시간적인 여유가 별로 없어서 고생을 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2년간 해외에 나간 사람이 없어서 전임자도 없었고, 미국과의 시차 때문에 새벽에 연락을 해야해서 더 어려움이 있었다. 게다가 치솟은 환율과 미국 내 인플레이션 때문에 상황이 좋지 않아서 제한이 더욱 많았다.


한국에서 우리가 살던 집은 아파트였다. 한국의 아파트는 건설회사가 지은 공동 주택이지만 각 집은 개인이 소유하거나 개인이 임대하는 집의 형태이다.

미국에서는 우리나라처럼 개인이 소유하는 아파트를 콘도미니엄(Condominium)이라고 하며 줄여서 콘도라고 부른다. 미국에서 아파트라고 부르는 주거 형태는 임대를 목적으로 지은 공동 주택으로 소유주도 회사이고 따로 leasing office를 운영하여 거기에서 아파트를 렌트하고 관리하는 일을 한다. 아무래도 개인 소유의 콘도보다는 leasing office에서 렌트하고 관리하는 아파트가 더 물량이 많고 집을 구하기가 쉽기 때문에 국내에서 준비하여 미국에 처음 집을 구할 때 많이 거주하는 형태가 아파트이다.

미국 아파트는 우리나라의 고층 아파트와 달리 대부분 2-5층이었다. 어찌보면 우리나라의 빌라 같기도 했다. 그리고 공용으로 이용하는 야외 수영장과 클럽하우스, 헬쓰장 등 어메니티 시설 등이 있었다.


아파트-1.jpg 미국 신축 스타일 아파트(1)
KakaoTalk_20230209_135637497.jpg 미국 신축 스타일 아파트(2)


또다른 미국 집의 형태로는 싱글 하우스와 타운 하우스가 있다. 단독 주택인 싱글 하우스(single house)와 옆집과 벽이 붙어있는 타운 하우스(town house)이다. 싱글 하우스와 타운 하우스의 장점은 대부분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야외 공간이 있다는 것이다.

KakaoTalk_20230210_011441137.jpg 미국 싱글 하우스(1)
KakaoTalk_20230210_011753324.jpg 미국 싱글 하우스(2)


아파트는 이웃집과 벽을 공유할 뿐 아니라 위쪽과 아래쪽 집과 바닥이나 천장을 공유하는 집의 형태라면, 타운하우스는 한 집이 계단으로 오르내리는 2-3층으로 되어있어서 위아래 층은 모두 한 집이고 옆집과는 벽만 공유하는 형태이다. 보통 타운 하우스는 1층이 개인 차고와 거실이나 주방이 있고, 2층에 개인 방과 개인 화장실이 있거나 1층에는 차고, 2층에는 거실과 주방, 3층에는 개인방이 있는 구조이다.

타운 하우스는 집이 2-3층으로 되어있고 옆집과 벽을 공유하다보니 집이 기다란 형태이고, 2층과 3층으로 공간을 활용하므로 한층으로만 되어있는 아파트보다 집을 좀 더 넓게 활용할 수 있다.

타운하우스.jpg 미국 타운 하우스(1)
타운하우스-4.jpg 미국 타운 하우스(2)


미국에서 주택의 가격은 평균적으로는 싱글 하우스> 타운 하우스> 아파트이고 세부적으로는 집이 보유하고 있는 방(bed room)의 개수와 화장실(bathroom) 개수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여러가지 거주 형태 중에서 아파트가 가장 구하기 쉽고 가장 경제적이고, 하우스는 관리가 손이 많이 가서 1년 단기 거주는 아파트가 지내기 편하다는 조언을 받아 미국에서 거주할 집으로 아파트를 알아보았다.

그런데 미국 아파트는 우리나라의 콘크리트 아파트와 달리 목조 건물이라서 목조 건물의 층간소음은 우리나라와 비교도 안 되게 층간 소음이 매우 크고, 미국 집은 진짜 오래된 집들이 많은데 너무오래된 건물은 벌레가 많이 나오고 카펫으로 생활하는 환경이라 컨디션이 안 좋은 경우가 많으니 가능하면 신축 집을 구하라는 조언이 있었다.


하지만 단독주택의 추억이 없는 남편과는 달리, 어릴 때 단독 주택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던 나는 미국 하우스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이 남았다.

우리가 구한 아파트는 우리가 층간소음에 예민하지 않은 것인지, 다행히 아파트에서 층간 소음을 거의 느끼지 못했고 출입문의 보안성이 좋았다. 반대로 보안성이 좋아서 이웃과의 교류가 힘든 환경이었다. 나는 이 점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반면에 타운 하우스는 이웃집과 맞닿아 있어서 이웃과의 교류가 좀 더 활발한 환경이다. 싱글 하우스도 이웃 사람들과 잘 알고 서로 인사하면서 지내는 모습이 참 좋아보였다.


미국에도 아파트가 있지만 그보다 많은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하우스에 살고 있는 모습을 보니 한국에서 아파트에 살면서 잊고 지냈던, 어릴 때 단독 주택에 살 때 같은 골목과 동네 안의 친구들과 많이 같이 어울려 놀고, 부모님도 이웃들과 정을 나누면서 살던 주택 시절 생각도 났다. 이왕이면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들을 더 많이 사귀고 교류했으면 더 좋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 집과 관련하여 어떠한 갈망이 있는지 알게 되었다.


아파트 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집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땅이 좁고 인구 밀도가 높아서 아파트가 효율적인 주거 공간이고 물론 사람들이 많이 모여사는 공통 주택의 편리한 점도 있다. 하지만 인간적인 주거 공간의 관점에서 볼 때 획일적인 아파트라는 공간, 특히 요즘 많이 지어지는 땅에서 먼 고층 아파트가 자연스러운 주거 형태가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반면에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이웃들과 서로 인사하며 교류하면서 지내는 여유로운 모습이 좋아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창문 바깥으로 보이는 나무와 바깥의 초록 풍경은 나도 그런 집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KakaoTalk_20230210_011855894.jpg 이웃들과 교류(1) Trick or Treat 사탕 받기
KakaoTalk_20230210_011603859.jpg 이웃들과 교류(2) 동네 어린이들 함께 모여서 놀기


* 6주간 이런저런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지만, 글로 풀어내면서 부족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그동안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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