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이 : 찐 P의 정리생활 (2)

by 일주일의 순이

브런치 글쓰기라고 간만에 태블릿을 이용해 글을 쓰려고 하니 영 어색하다. 게으르지만 또 어색하고 불편한 건 참을 수 없는 나. 이것도 P의 특징일까?


애초에 P의 정리 목표는 '깨끗함'이 아니다.


그저 '지저분함'을 면하고 싶을 뿐이다. 깨끗한 것이 좋긴 하지만 그 경지까지 오르는 건 P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지저분한 건 또 마음이 불편하니까 겨우 지저분함을 면하면 꽤 만족한다. (원래 P는 지저분해도 불편하지가 않아야 한다. 나는 정리를 알고 나서 괴로운 P로 변질된 셈이다.)


지저분하지 않기 위해서는 1년에 두 번 정도의 대청소가 필요하다. 불필요한 짐들을 먼저 버리는 작업이다. 이 작업을 마음먹고 행동으로 옮기는 게 가장 큰 일이다. 이 단계만 여러 날 머릿속에서 되새기다 실행에 옮기지 못할 때가 부지기수다.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 불필요한 짐은 대부분 옷과 책 그리고 장난감들이다. 작아진, 낡은, 안 입는 옷을 버린다. 낡거나 나이에 안 맞는 책을 버린다. 부서지거나 짝을 잃은 장난감을 버린다.


버리는 것도 귀찮은 P는 수거업체를 이용한다.


최소 20kg 정도의 옷을 버릴 때 헌 책도 수거해 준다. 덕분에 양을 늘리기 위해 집안 구석구석 버릴 것들을 찾는다. 나에겐 수거도 고마운데 약간의 돈도 주니 P에겐 일석이조다.


이번 방학 친구들을 우리 집에 초대하느라 대청소를 했다.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P의 몸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은 남에게 보여주기다. 지인을 초대하자면 평소처럼 엉망인 집을 그대로 노출할 수는 없지 않은가!

대청소를 끝낸 후는 현상 유지가 핵심이다. 아이들이 어리니 어지르는 건 어쩔 수 없다. 어지러진 물건들을 최대한 빨리 제자리를 찾게 한 뒤 무선 청소기를 돌린다. 물론 이 정도로 현상 유지가 되긴 어렵다. 1주일에 한 번은 집안 구석구석을 유선 청소기로 밀고 물걸레 청소기도 돌리게 한다. 1주일에 한 번 청소기를 돌리는 건 남편 몫이다. 늘 섬세한 정리는 내 손을 거쳐야 완성되기에 청소기까지 돌리는 건 힘들다.

지금 가장 주력하고 있는 건 아이들이 어지른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연습을 시키는 것이다.

1편에서 말했듯 게으른 P는 혼자서 정리를 감당할 수 없다. 큰 틀에서 자리만 잡아주고 정리는 온 가족의 몫이 되도록 해야 한다.

깨끗한 집을 보면 누구나 기분이 좋다. 그래서 청소하는 게 즐겁다는 사람들도 많다. 나도 깨끗한 집을 보면 기분이 좋다. 그래서 특히 집을 비우기 전에는 청소나 정리를 하는 편이다. 집에 있으면 언제든 할 수 있으니 미룬다.

청소를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하면 되는데 무슨 이유를 달며 미루는 게 P다. 실은 P는 청소를 해야 하는 이유보다 하고 싶지 않은 이유가 무수히 많은 사람이니까. 난 P인데 안 그런다고?

그렇다면 정말 당신은 복 받은 P거나 MBTI를 다시 해봐야 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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