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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주일의 순이 Jan 12. 2024

금순이 : 미국 여행 이야기(2)

새하얀 모래 사막 - 화이트 샌즈(White Sands) 국립공원

화이트 샌즈 국립공원(White Sands National Park)은 멕시코와 맞닿은, 미국 뉴멕시코 주의 남단에 위치한 국립공원이다. 이전에는 국립기념물(National Monument)이었다가 2019년 12월에 국립공원(National Park)로 승격되었다.

우리가 화이트 샌즈 국립공원을 여행갔을 때는 2023년 6월 24일, 오후 늦게 저녁 5시쯤 국립공원의 입구에 도착했는데 그 시간에도 기온이 35-38도, 한낮에는 거의 40도육박하는 매우 더운 날씨였다. 

차에서 내리니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이글이글 너무나도 뜨거웠다. 너무 더워서 국립공원이고 뭐고 걷기가 힘들어서 가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멀리 여기까지 왔는데 어찌 안 갈 수 있으랴!

비지터 센터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얼른 전시물을 휘리릭 둘러보고 비지터 센터가 닫기 전에 미리 기념품까지 구매했다. 그리고 매우 중요한 것! 얼른 썰매를 구입했다. 그 이유는 나중에 말하겠다.


미국 뉴멕시코 주는 멕시코와 접경 지역인 남쪽에 위치해서 여름에 매우 더웠다.


국립공원으로 바뀐 표지판
어도비 양식으로 지어진 화이트 샌즈 국립공원의 visitor center



비지터 센터에서 이제 어디로 가야하나?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걸어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 차를 타고 갔다. 우리도 다시 차를 타고 다른 차들이 가는 방향으로, 이정표를 보면서 따라갔다.

나중에 보니 화이트 샌즈 국립공원의 면적은 800k㎡로 서울의 면적 605.21k㎡보다 넓었다. 주변에 군사 시설이 있어서 보안상 40%만 공개한다고 한다. 그래도 320k㎡ 면적으로 서울의 절반보다 넓은 면적이다. 그러니까 도저히 걸어갈 수 없고 Drive way를 따라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와아~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눈앞에 보이는 풍경은 모두 하얗다. 하늘 빼고는 그냥 다 하얗다.

그동안 내가 알던 지구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다. 

아..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굉장히 경이롭고 신비한 느낌마저 들었다.

온통 다 하얗기 때문에 어디가 어딘지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워서 길을 잃을 수 있으니 안내서에는 나침반을 챙기고 이동하라는 글이 있었다. 그 말이 이해가 됐다.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으나 Drive way를 따라 꽤 안쪽까지 쭉 이동해보았다. 중간에 여기저기 차를 대놓은 곳들이 있었는데, 그 근처에서는 사람들이 언덕에서 썰매를 타고 내려오고 있었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간단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사이트가 있고 거기에는 캠핑카처럼 보이는 차들이 있었다.


우리도 적당히 사람들이 있는 곳에 차를 주차하고 내렸다. 신발을 벗고 양말도 벗었다.

하얀 모래를 손으로 만져보니 정말 곱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손과 발에 닿는 모래가 전혀 뜨겁지 않다. 오히려 보통의 갈색 모래는 이렇게 더운 날씨에는 모래에 발을 딛을 없을 정도로 뜨겁고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그런데 화이트 샌즈는 오히려 시원한 느낌마저 들었다. 


여기서 잠깐!!! 과학 선생님 특유의 호기심 발동!

화이트 샌즈는 왜 다른 일반 모래와 달리 이 더운 여름에도 뜨겁지 않고 왜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질까?

그건 바로 화이트 샌즈의 성분이 보통 모래와 다르기 때문이다. 보통 모래는 규소(Silica) 성분으로 이루어진 사암질 모래이지만 화이트 샌즈는 석고(gipsum)으로 이루어져 있는 석고질 모래이다. 석고질 모래는 사암질 모래와 달리 열을 차단하는 성질이 있어서 더운 날씨에도 뜨겁게 느껴지지 않고 상대적으로 시원하게 느껴진 것이다.

결국 화이트 샌즈의 정체는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석고 모래이다. 소금 사막과는 또다른 하얀 느낌이다. 그런 희귀하고 특이한 고유성이 화이트 샌즈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유이다. 


그렇다면 석고 모래는 눈처럼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닐테고 어디서 온거지?

화이트 샌즈 국립공원 주변에 툴라로사 분지(Tularosa Basin)가 있는데, 약 2억 5천만 년 전에는 얕은 바다였지만 7천만 년 전에 융기 현상으로 고원지대가 되었다가 1천 만년 전에 다시 가라 앉아 분지가 되었다고 한다. 그 후 주변의 산에서 흘러들어오는 개울물에 녹아서 석고(Gypsum)가 분지에 있는 호수로 들어왔다. 분지의 호수에 들어온 물은 갇혀서 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호수물이 증발되어 물속에 녹아 있던 석고가 바닥에 남게 되었다. 바닥에 남게 되었는데 단단한 투명석고(Selenite Crystal)였지만 풍화작용으로 깨어지고 부서져서 모래같이 작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작은 하얀 모래가 바람을 타고 이동하다가 땅에 떨어져 하얀 석고 모래 언덕(Sand dune)을 만들었다. 원래 수정처럼 투명한 결정체였으나 입자끼리 부딪히고 긁혀서 표면이 하얗게 되었다. 이렇게 석고가 풍화되어 만들어진 하얀 석고 모래가 무려 약 45톤에 달한다고 한다. 정말 놀랍다!!

 

화이트 샌즈에서 마음껏 인생샷을 찍었다. 그리고 모래 썰매도 탔다.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마치 시베리아 벌판처럼 하얀 눈밭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데, 맨발로 뛰어다니면서 썰매를 탄다. 

여기는 모래언덕이니까!! 사람들이 밟고 지나간 발자국은 바람이 불면 다시 없어지고 바람에 의해 모래 언덕위에 일정한 패턴처럼 물결 무늬가 생긴다. 그것도 참 신기했다.

그리고 중요한 것, 하얀 모래에 햇빛이 반사되어 너무나도 눈이 부시기 때문에 눈을 보호하기 위해 선글라스는 필수이다!

하얀 모래 위에서 점프샷을 찍고 아까 비지터에서 사온 썰매도 신나게 탔다.
하얀 모래 썰매. 얼핏보면 하얀 눈밭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하얀 모래 언덕 위에 바람이 만들어 놓은 물결 무늬


얼핏 보면 온통 다 새하얀 눈처럼 보이는 풍경과 거기에 어우러진 파란 하늘. 그게 전부였다.

눈처럼 하얀 모래가 끝없이 펼쳐진 참 단순하지만, 이색적인 풍광이 환상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로 머릿 속에 남아서 가장 인상적인 미국 국립공원 중의 한 군데이다!

미국 뉴멕시코 주에 가게 되거든 어딜 가면 좋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화이트 샌즈 국립공원을 추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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