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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주일의 순이 Feb 01. 2024

목순이 : 나의 미국 박사유학 첫학기 (5)

헝그리. Hungry.

 
 

첫학기 내내 배가 고팠다.

정말 사전적 의미의 배고픔.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팠다. 문제는 차가 없어서 장보러 가는 것이 쉽지 않았기에, 늘 집에 먹을 것이 충분치 않은 날들이 많았고, 음식을 충분히 먹을 마음의 여유나 시간의 여유가 없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한학기 내내 자주 떠올렸던 단어가 헝그리정신이다. 어쩌면, 헝그리 정신보다 더 처절할 정도로 그냥 찐 배고픔.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고 허기가 지는 상태는 학기가 시작하고 몇 달간 지속되었고 조금 괜찮아지는 듯 했지만, 결국 학기말까지 이어졌다. 초반에는 학교에서 수업 3시간 듣고 오면, 몇 시간은 아무것도 못할 정도로 진이 빠졌다. 그렇게 오랜 시간 영어만 듣고 지내는 것이 힘들었는지, 그렇게 수업을 듣고 나서 집에 와서는 이것저것 알뜰하게 챙겨먹지 않으면 버티기가 힘든 느낌이 많이 났다.

부담되고, 긴장되는 날들이 많았던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아침을 잘 챙겨먹고 나갔다. 아침을 먹지 않거나 수업 시간 전에 식사나 간식을 적절하게 챙겨먹지 않으면, 너무 힘이 들어서  수업에 집중을 못하거나 어떤 일을 하더라도 효율적인 상태로 무언가 일이 진행되지 않았다.

 

이런 신체적인 배고픔과 더불어 위에서 언급했듯이 차가 없었기에 생활의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었고, 그로 인해 오는 허전함 또한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학비가 비쌌기에 돈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마음속에서 돌처럼 나를 눌렀기에 늘 마음도 가난하고 배고팠다.

문제는 그 배고픔을 참는 것이 힘들었기에 학교에 갈때는 온갖 간식과 밥을 늘 든든하게 챙겨갔다. 작고 칼로리 높은 음식은 안먹은지 오랜데, 첫학기에는 오래도록 먹지 않았던, 땅콩, 초코렛, 과자 등등을 양껏 챙겨갔고, 여기저기서 그런 간식들을 틈틈이 먹었다.

박사 시작전까지만 해도, 먹고 싶은 음식은 틈과 기회를 봐가며 끼니로 아주 잘 챙겨먹던 편이었기에 간식은 아예 먹지 않은지 한참이었는데, 이곳에와서는 제대로된 식사는 하루에 한번 먹으면 다행이었던 날들이 많았다. 그래서, 들고 다니고 먹기 간편한 고열량의 간식을 늘 여기저기 넣고 다녔다. 배가 고파도 어디를 가서 음식을 사먹을 만한 시간적 여유도 이동할 수단방법도 없었기에 제대로된 음식을 잘 차려먹는 것은 가끔 일어나는 특별한 일이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아주 신기했던 경험 중 하나는. 박사하러 미국에 간지 좀 지난 어느날이었다. 습관적으 당시 오전 수업 시간 직전에 토스트 4장을 먹고 갔는데, 그 날은 배도 덜 고팠고, 토스트 두장으로 허기가 채워졌다.

수없 시간에 처음으로 간식도 먹지 않았다. 달력을 살펴보니 미국간지 100일 즈음 되었던 날이었다. 아기들이 세상에 태어나서 세상에 적응하는데 백일의 시간이 걸리듯이 배가고팠던 내 몸도 서서히 적응을 해나간 것 같다. 그렇게 내의 배고픔은 진짜 배고픔이었는지 적응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로 인해 힘들었던 내 상태가 배고픔으로 느껴졌던 것인지. 서서히 적응이 되어 내 일상의 식습관으로 점점 바뀌게 되었다.

경제적으로도 빈곤한 느낌과 현실, 더불어 계속 배고픔과 싸워 내며 적응했던 첫학기 였다. 유학가시는 분들, 혹은 새로운 곳으로 산는 곳을 옮겨가서 적응에 애쓰시는 분들은 부디 든든하게 잘 챙겨먹으시기며 버텨내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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