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수업 마지막 날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맥주, 같이 만든 결과물로 기분이 들떴다. 그때 작가님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세요? "
" 음... 그러니까 계속 쓰기 위해..."
머릿속이 순식간에 하얘지고 종이만 만지작거렸다 계획이라니... 난 노른자 책방에서 글을 쓴 것만으로 기뻤기에 '이제 글쓰기는 졸업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질문은 나를 다시 출발선에 세웠다.
집에 돌아와서 10번의 수업을 되돌아보았다. 부끄러운 논설문 같은 책 리뷰 과제에서 조금의 공감을 얻은 대학시절 이야기, 그리고 숙제하다 막혀서 여러 글쓰기 책을 뒤적인 시간들.
작가님이 웃음기 없는 얼굴로 '좀 더 자신을 깊게 들여다 보라!'는 말을 하신 날은 안양천을 지나 양화대교가 보이는 선유도까지 걸어갔다. 한강이라도 봐야겠다 싶었다. 어떤 날은 수업이 끝나고 글동무들과 낮술을 마시며 '글이 무엇이길래'라며 푸념을 했다. 그렇게 시간이 쌓여 한 장 정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여기서 멈춘다면 책의 첫 장만 쓰다 말 것 같았다. 그래서 글동무가 추천한 '위반하는 글쓰기'를 읽었다.
위반하는 글쓰기는 아마추어를 넘어서는 글쓰기를 말했다. 열심히 노력한다고 또는 필사나 독서만 한다고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글쓰기를 잘하려면 다이아몬드가 될 만한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대 서점에서 창조성 계발 북 토크에 참여했다. 예술인들의 경험을 들었다. 연극을 하지만 벌이가 없어 청년 수당을 받는 현실. 공연 예술 음악 레슨비를 벌기 위해 공공근로를 가는 청년 음악가, 새로운 미술이론을 들여오기 위해 자비로 통번역을 하는 미학도. 이들은 현실의 고단을 이야기했지만 자신의 창조적인 경험을 논할 때는 눈빛이 달라졌다. 경험에서는 나오는 깊이는 모인 이들을 집중하게 했다. 이들의 글이 절절한 이유는 자신의 일을 사랑해서 온 몸으로 부딪혔기 때문이다. 글쓰기 책에 나오는 다이아몬드 광산은 젊은 청년 예술가 세명의 가슴에 있었다.
'언제라도 꺼낼 수 있는 절실한 이야기로 가슴속을 채워 두어야 한다.'
내 속에 있는 것이 석탄인지 다이아몬드인지는 모르겠다. 뜨뜻미지근한 연탄재가 아니라 불같은 마음으로 하고 싶은 일을 덤벼보고 싶다. 그런 뒤 나를 찬찬히 들여다볼 것이다. 상처받기 싫어 외면한 이야기, 스스로 봉인한 경험을 바늘로 우물 파듯 깨볼거다. 이것저것 하다 보면 빛나는 광석을 찾을 수 있겠지. 아니면 어떤가 적어도 두장 정도 쓰는 사람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