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 겪어 봤어?
베네수엘라는 여러 가지로 참 독특한 나라다. 석유 매장량이 사우디아라비아 보다도 많은 세계 1위다. 자원 부국으로 한때는 잘 나갔으나 퍼주는 복지를 하다 보니 나라가 망하고 엄청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환율이 기가 막히게 오르다 보니 돈을 이용한 공예품도 있고, 강도를 당해도 휴지 조각이나 다름없는 돈은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전해진다.
나는 위험하다고 알려진 중남미 국가들 여러 번 가보아서 치안에 대한 걱정은 적은 편이다. 실제 중남미 지역들 여행해보면 느끼게 되지만 안전지역 위주로 다니면 생각보다는 위험하지 않다. 대부분 사건 사고는 마약처럼 이권이 연계된 갱 조직들 간의 다툼으로 일어난다. 즉 현지에서 엄한 짓 하지 않으면 괜찮다. 그럼에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는 앞서 총기 위협 당했던 엘살바도르와 더불어 위험하기로 막상막하다. 또한 경제 파탄으로 폭동도 가끔 일어난다고 하니 더욱 걱정이 되었다.
사전에 많은 정보들 찾아보았는데 베네수엘라에 있는 한국 대사관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공지되어 있다.
내용이 무시무시하고 무슨 테러 교본 같다. 이 글을 읽은 후 더욱 큰 불안감에 휩싸였는데 그럼에도 결국 떠났다.
왜냐고?
‘미스 월드, 베네수엘라~’
미인 사관학교를 운영하며 미스 유니버스, 인터내셔널 각 7번, 미스 월드 6번 수상에 빛나는 미인의 나라! 정말 미인이 그렇게 많은 것일까? 또한 유가 하락으로 경제가 망가져 화폐 가치 및 부동산 폭락 따라서 혹시 투자의 기회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세계 1위의 기름 매장량으로 공짜에 가까운 전기, 그렇다면 비트코인 채굴 해 보면 어떨까? 모든 것이 너무나 궁금했다.
서울 - LA - 파나마 시티 - 카라카스로 이어지는 32시간의 여정이었으나 점점 다가 갈수록 느껴지는 긴장감으로 지루한 줄 몰랐다. 마침내 해안 도시 카라카스가 창문 밖으로 보이고 공항 도착 했을 때 긴장감은 절정에 달했다!
대낮이었지만 공항에서 아무 택시나 덜컥 탑승했다가 납치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전에 Airbnb 집주인 통해 마중 부탁 했고 덕분에 그의 차를 타고 무사히 숙소로 올 수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놀란 것이 집주인은 60대 초반이었는데 키가 175cm는 됨직한 20대 젊고 늘씬한 아가씨가 함께 했다. 딸인가? 그러나 분위기가 좀 이상해서 물어보았다.
"너는 저 아저씨 딸이니?"
"아니, 우리는 애인 관계야"
집주인은 수도 카라카스 중심지에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재력가. 색다른 베네수엘라 환영식이었다.
그런데 많은 불편함이 있어 집주인 도움이 절대적이었고 그가 아니었다면 자력으로 여행이 거의 불가능했다. 우선 한국 핸드폰의 데이터 로밍이 안된다. 전 세계 국가 중 로밍이 안 되는 유일한 몇 나라 중 하나가 베네수엘라. 다른 나라처럼 Usim을 사전에 팔지도 않고 현지에서 직접 구매해야만 한다. 문제는 그냥 아무 데서나 살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베네수엘라 영주권이 있어야 가능하다. 즉 일반 관광객은 못 산다.
결국 집주인 명의로 구매했는데, 요금 지불할 때 직불 카드가 필요하다. 그러면 직불 카드는 어떻게? 이 또한 영주권이 있어야 발급 가능 하고, 며칠 걸린다.
베네수엘라는 엄청난 인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가 폭락해서 시중 유통되는 현금이 없기에 직불 카드가 필수인데 미리 정보를 알아 사전에 집주인 통해 만들어 두었다.(사전에 Paypal 통해 수고비 지급) 지금은 신용 카드로 결제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여전히 핸드폰 로밍은 불가능하다.
숙소는 카라카스에서 부촌이자 안전지대로 알려진 Alta mira 지역의 괜찮은 아파트에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여러 가지 불편함이 있었고 안전지역임에도 밤에는 불안해서 밖에 나가기 어렵다. 빈민가 사람들이 여기 부유촌으로 원정 강도를 해서 가끔 사고가 발생한다고 들었다.
[현금 찾기 위한 은행 대기줄]
또한 경제 파탄으로 나라 돈이 없다 보니 제대로 운영되는 사회의 기반 시설이 없다. 우선 물이 하루 2번(아침, 저녁 1시간씩)만 나온다. 전기도 불안하고. 지하철이 운영되기는 하나 승차권 자판기는 전부 고장 난 상태이고, 직원이 직접 표를 판매하는데 현금 지불만 가능하다. 현금 구하기가 정말 어려운데 어떻게 했을까? 지하철 표 구하기 위해 30분 정도 줄 서서 기다리다가 앞에 서 있던 아줌마에게 현지 돈 빌려달라고 부탁해서 구매했다.(달러와 교환) 어렵게 구한 표를 가지고 검표기 통과하는데 전부 고장 나서 그 앞에서 직원이 표를 일일이 손으로 받는 놀라운 경험도 했다. 즉 국가 재정이 파탄 나서 사회 기반 시설 유지보수 할 상황이 안 되는 것이다.
이제 본격 탐방을 해야 되는데 인터넷에 있는 여행기들 보면 매우 위험하니 ‘낮에만 돌아다니고 밤에는 꼼짝 마!’ 그러나 호기심 많은 내가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처음에는 숙소 주변만 걸어서 돌아다니다 점점 적응이 되니 중심지에도 가보았고 결국 밤에 클럽 가보기로 한다. 나는 새로운 도시 탐방할 때 기본 관광은 물론이고 클럽도 가보는 편이다. 클럽에서 신나는 음악 들으며 몸을 흔들고 있으면 서류상 나이는 잊어버리고 불타는 청춘이 복원되는 기분이 든다. 내 닉네임이 불드로, 즉 불타는 영 페드로 아닌가? 하하.
그러나 밤이 다가올수록 점점 긴장감은 올라갔고, 어느덧 자정이 되어
혼자 택시 타는데 긴장! 최고조였다.
‘이거 중간에 납치되는 건 아닐까?’
‘클럽 내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건 아닐까?’
이렇게 많은 번뇌와 고민을 하면서 도착한 현지 클럽. 그런데 막상 클럽 도착해서 입구에서 철저히 소지품 검사를 하니 안도감이 들었다. 비행기 탑승 때 보다 더욱 샅샅이 뒤진다. 즉 클럽 내 총기사고 발생할 일은 없겠구나. 안심. 그리고 입장한 클럽. 토요일 밤이라 사람들이 가득 찼고 '와우! 그래 여기가 미인의 나라 맞는구나' 더욱 놀란 건 파격적인 가격. 소파가 있는 좋은 VIP 자리를 잡고 위스키 + 콜라 + 얼음 주문 했는데 US 50$ 수준. 여기까지 무사히 왔다는 안도감과 만족감 등이 어우러져 신나는 음악에 물아일체로 맡겼다.
그러다 옆 자리에 놀러 온 3인의 늘씬 미녀들과 함께 카라카스의 불타는 밤은 새벽 5시까지 흘러간다. 이날은 그간 진행해 왔던 모든 여행 중 가장 긴장되면서도 보람찼던 하루였다.
여러 가지로 독특하고 불편하고 위험했지만 이런 것도 여행의 추억 아니겠는가? 추억이 방울방울 하고 다시금 이 불편한 도시가 그리워진다. 단 독자들은 이렇게 따라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