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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드로 Feb 20. 2024

튀르키예, 총 맞아보다.

이런 일 겪어 봤어?

"어 이게 뭔가요? 총알 같은데요?" 

엑스레이 사진 보던 의사가 놀란 표정으로 말을 건넨다.

 

튀르키예는 동서양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어 유럽이나 중동, 북아프리카 갈 때 환승 정거장으로 들리게 되는데 검색해 보면 튀르키예에서 직항으로 갈 수 있는 국가가 참 많다. 근처 유럽 국가들 비롯, 북유럽 까지 포함 웬만한 나라들 직항이 있고, 여러 중동 국가들, 이집트, 모로코 포함한 북아프리카 국가들까지 갈 수 있으니 여행 좋아하는 경우 몇 번씩 들리게 된다.      


[튀르키예의 절묘한 위치]         


위치상 다양한 문화와 민족이 어우러진 데다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도 유입되어 불안의 요소가 응축되어 있다. 더군다나 총기가 허용되고 주변국과 갈등 때문에 폭탄 테러도 종종 일어나니 생각보다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 최근 2023.10월 앙카라 폭탄 테러 시도, 2022년 11월에는 이스탄불 폭탄 테러가 발생하여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나도 이스탄불 탁심 광장 근처를 걸어가다 발에 총 맞았다. 위험하다고 알려진 중남미 국가에서 위협까지는 당해보았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튀르키예에서 직접 총 맞아보게 될 줄이야.      

2022년 4월 유럽 전체 일주를 하는 동안 발칸반도 지역을 돌고 불가리아 거쳐서 코카서스 3국(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넘어가기 위해서 이스탄불에 잠깐 들렀다. 오후에 도착, 다음날 오전에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투로 넘어가는 일정이었고, 저녁 식사하러 중심지 탁심 광장 방향으로 나서는 중이었다. 갑자기 뒤쪽에서 "빵" 하는 소리가 들린 직후 오른발 뒤꿈치가 쨍~ 하는 느낌이 들면서 마비되는 듯한 느낌이 밀려왔다. 처음에는 상황 판단이 되지 않아 어안이 벙벙. 신발 뒤꿈치 부분에 작은 구멍이 나 있었고 근처 둘러보니 작은 원반 형태의 금속이 굴러 다니고 있었다. 지나가던 차에서 금속이 떨어져 나와 발 뒤꿈치를 강타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은 점점 심해졌고 걷기가 힘들었다.      


일단 숙소로 돌아와서 살펴보니 뒤꿈치가 찢겨 피가 흐르고 있었고, 발바닥은 불록 솟아서 이물감이 느껴졌다. 당시에는 총알이 들어 있을 것 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고, 뒤꿈치 충격으로 발바닥 뼈가 어긋나서 튀어나온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계속 통증이 밀려왔지만 다음날 오전에 바로 아제르바이잔으로 넘어가야 하는 일정이었기에 병원 갈 생각 못했고 응급조치로 연고만 바르고 밴드 붙인 후 절뚝거리며 돌아다녔다. 


한 1-2주 지나면 낫겠지 했던 발이 한 달이 지나도 별 차도가 없었고, 두 달이 지나자 좀 나아지긴 했는데 절뚝거리며 4개월간 계속 여행하게 된다. 많이 걸어 다니며 구석구석 돌아보기 좋아하는 여행자로서 제대로 걷지 못하니 고난의 여행길이었다. 그런데 강한 목표가 있으면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것일까? 당시 한정된 시간 이내에 100개국 돌파해야 된다는 목표가 있다 보니 그 아픔을 참고 계속 걸어 다녔던 원동력이 된듯하다.      

마침내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을 끝으로 100개국을 돌아본 4개월 뒤 한국에 돌아와 병원 가서 X-ray 찍어본 결과 총알이 발견되었다. 탄두 크기로 보았을 때 38 구경 권총탄으로 보였는데 이런 걸 발 뒤꿈치에 넣고 그렇게 장기간 계속 여행 다녔다니.. 참.              


[38 구경 권총 탄으로 추정] 


돌이켜보면 참으로 운이 좋았다. 관련 자료들 찾아보니 이렇게 총탄에 맞아 박힌 경우 적절한 사후 조치를 하지 않으면 파상풍이나 다른 2차 감염 질환으로 부위를 절단하거나 심하면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냥 외부에 몇 번 연고만 바르고 말았으니.. 그리고 맞은 위치가 절묘하게 뼈를 피해서 들어갔다. 만약 조금 위 복숭아뼈 같은 부위 맞았다면 부서져 평생 장애가 남을 뻔도 했다.      


만약 총에 맞았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았다면 그렇게 계속 여행 다닐 수 있었을까? 몰랐던 게 약이었을까? 병이었을까? 제거 수술 하고 난 지금은 자유롭게 걷는 즐거움을 느끼며 행복한 마음이 더욱 가득하다. 진짜 고생 끝에 낙이다.      

그런데 


“그동안 수많은 공항 검색대는
어떻게 통과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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