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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드로 Feb 19. 2024

엘살바도르, 총기 위협 끝에 맛본 인생 스테이크

이런 일 겪어 봤어?

우여곡절 끝에 장기 여행을 떠나고 다양한 일들 겪게 되는데 기억 남는 일화 10개 연달아 적어 본다. 


“너 거기서 뭐 해?” 
 등 뒤에서 낮은 스페인어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 돌아보니 총잡이가...     

 

엘살바도르는 중미 지역 멕시코 아래에 위치하고 인구 210만, 1인당 GDP 5,500$ 수준의 작은 나라, 비트 코인을 공식 통화로 인정한 최초의 나라이다. MS-13 갱단이 유명하여 2015년에는 살인 범죄율이 인구 10만 명당 108명, 세계 1위를(한국 150배 수준) 기록하기도 했다. 근래 대통령이 나서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는데 여전히 조심해야 된다.      


[교도소 수감된 갱단]              


수도 산살바도르 공항에 도착해서 시내로 들어가는데 역시 긴장감이 흐른다. 나는 스페인어가 가능하니 택시 기사와 어느 지역이 안전한지, 조심해야 되는지 자문을 구했다. 중남미가 전체적으로 위험하다지만 불법적인, 이해관계에 얽히지 않은 일반 사람들은 상당히 친절하다. 기사는 웃으며 가는 지역마다 어디를 조심해야 되는지, 또 어디가 맛집인지도 친절히 알려준다. 숙소는 안전이 제일 중요하니 비싸더라도 중심지역 Colonia San Benito 지역으로 정했다.       


나는 처음 가는 지역 여행 시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추천하는 지역을 먼저 구글 지도에 표시해두고, 도시의 지역, 권역별로 하루동안 걸어 다닐만한 구역을 대략 계산 해둔다. 도시가 크다면 3-4일, 작다면 1-2일 동안 돌아보는 관광을 선호한다. 만약 동쪽 지역을 둘러본다면 먼저 목적지까지는 택시나 버스로 이동하고 이후 숙소 방향으로 걸어오면서 관광지 및 현지인 거주지역까지 구석구석 돌아보는 형태이다. 이렇게 하면 하루에 보통 2-3만 보 정도씩 걷게 되는데 관광하면서 걷기 운동도 되니 일석 이조, 여기에 거주 지역이나 재래시장 등 생생 현장을 둘러볼 수 있으니 금상 첨화다.    

  

중남미 도시는 항상 조심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까지 와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기에 다양한 지역을 정처 없이 걸어 다녔다. 수도 산 살바도르는 한국의 70-80년대 모습이었고, 재래시장 지나갈 때는 어릴 때 추억이 떠오르면서 정감이 갔다. 여기저기 사진과 영상을 찍으며 구석구석 생생한 모습을 담기 시작한다. 한참 돌아다니다 접어든 어느 주택가, 영상 찍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불러 세운다. 낮은 스페인어 목소리로 

"너 여기서 뭐 해?"     


뒤 돌아보니 20대 초반 현지인이 왼손은 앞으로 나를 가리키고, 오른손은 뒷 주머니에 대고 있는 상태에서 말을 걸어왔다. 마치 석양의 무법자에서 건맨이 경고하며 총 뽑아 들기 직전의 자세였다. 본능적으로 저 뒷 주머니에 총이 있겠구나 감이 왔다. '이거 잘못하면 총 맞겠는데' 순간 모골이 송연해졌다. 당황해서 떠듬거리며 

"나 그냥 관광객이야, 여기 지나가는 중"

"손에 들고 있는 건 뭐야?"       


유튜브 영상 찍기 위해서 작은 카메라인 오즈모 포켓을 들고 있었는데 그에게는 생경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아마도 자기네 조직 거주지 파악하려고 영상 찍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 이거, 그냥 카메라야. 지금 바로 끌게"    

 

다행히 마침 옆에 지나가는 다른 행인이 있어서 그런 건지 더 이상 행동에 옮기지는 않았다. 그렇게 위협을 당하고 난 후 안도감에 시원한 맥주와 맛난 음식 먹고 싶어 져 두리번거렸는데 숙소 근처에 인생 최고의 스테이크 식당을 발견한다.      


[대형 화덕에서 굽는 통 스테이크]        

 

종업원의 추천으로 주문한 직화구이 통 안심 스테이크, 참나무의 감칠 한 맛과 향이 느껴지면서 입안 가득 찬 육즙의 향연. 거기에 시원한 맥주. 

‘아~~ 내가 살아서 이런 맛난 음식을 먹는구나!’ 

가슴에서 우러난 감탄이 나왔다.               


그간 전 세계 돌아다니면서 수많은 스테이크를 맛보았지만 이 날 먹었던 그 맛! 은 평생 잊지 못할 최고였다. 앞서 생명의 위협을 당한 뒤에 ‘가슴이 뚫리는 시원한 맥주 + 참나무 직화구이 통 안심’ 

“그래 이것이 찐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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