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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영화: 라스베이거스, 내 인생 최고의 FLEX

인생 Flex

by 불드로




# SCENE 1. 사막 위에 세워진 신기루

라스베이거스.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하는 단어다. 사막 한가운데 솟아오른 거대한 신기루 같은 도시. 카지노, 네온사인, 그리고 세상의 모든 쾌락이 모이는 곳.

나는 평소 ‘가성비’를 신조로 삼는 사람이지만, 이곳에서만큼은 하루쯤 그 신조를 깨부수고 싶었다. 평생 소유하지 않을 것들을 단 하루, 원 없이 누려보기로 했다. 내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FLEX DAY’의 막이 올랐다.


# SCENE 2. AM 10:00 - 신의 시선으로, 그랜드 캐니언

나의 첫 번째 FLEX는 하늘을 소유하는 것이었다. 30인승 비행기까지는 타봤지만, 내 몸에 딱 맞는 옷처럼 작은 경비행기는 처음이었다. 마침 조종사가 한국인이었던 덕분에, 나는 꿈에 그리던 조종석 바로 옆자리에 앉는 행운을 얻었다.

이륙하는 순간, 땅의 모든 중력이 사라지는 듯한 해방감.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것은 인간의 언어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장엄한 풍경, 그랜드 캐니언이었다. 신의 시선으로 내려다보는 대지의 거대한 협곡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더 신기했던 것은 비행 그 자체였다. 조종사는 계속 조종간을 잡고 있는 대신, 터치스크린에 목적지를 톡톡 입력했다. 그러자 비행기는 마치 게임 캐릭터처럼 스스로 항로를 따라 날아갔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 이것은 21세기의 마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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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 3. PM 03:00 - 야생마의 심장으로, 페라리 488

하늘을 정복한 나는 이제 땅을 지배하기로 했다. 평생 차를 소유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페라리의 붉은 심장을 느껴보고 싶다는 욕망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트랙에 들어선 페라리 488은 멈춰 서 있기만 해도 근육질의 야생마 같은 에너지를 뿜어냈다. 20분의 안전 교육 후, 전문 강사와 함께 운전석에 올랐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액셀을 밟는 순간, 등 전체가 시트에 파묻히는 강력한 가속감. 세상의 모든 풍경이 뒤로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오! 바로 이 맛이구나!”

엔진의 굉음은 세상에서 가장 짜릿한 음악이었다. 물론, 3억 원짜리 슈퍼카를 몰고 있다는 긴장감에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지만, 그 순간만큼은 내가 세상의 주인이 된 기분이었다.


[페라리 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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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 4. PM 07:00 - 미식의 정점으로,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

화려한 하루의 마무리는 미식의 정점이 필요했다. 차분한 음악이 흐르는 최고급 레스토랑, 묵직한 포크와 나이프, 그리고 완벽하게 숙성된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

와인잔을 기울이며 오늘 하루의 여운을 되새겼다. 경비행기에서 내려다본 대자연의 경이로움, 페라리의 심장을 울리던 엔진 소리.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완벽한 코스 요리처럼 음미했다. 물론, 인스타그램에 올릴 인증샷도 잊지 않았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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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 5. PM 10:00 - 화룡점정, 라스베이거스의 밤

FLEX의 화룡점정은 도시의 이름과 동의어인 화려한 스트립쇼였다. 금발의 미녀들이 펼치는 환상적인 무대는 낮 동안의 흥분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축포와도 같았다.

아침부터 밤까지, 오직 ‘나의 즐거움’만을 위해 달렸던 하루. 통장은 가벼워졌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워졌다. 평생 해보지 못할 경험들로 채워진 그날의 기억은, 앞으로의 내 인생에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버텨낼 수 있는 강력한 에너지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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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인생에 한 번쯤은 이런 날도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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