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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가볍게 사는 법

물질과 정신의 다이어트

by 불드로



1년간의 긴 여행, 나의 세상은 8kg짜리 작은 배낭 하나에 모두 들어갔다. 그 안에는 바지 두 벌, 셔츠 다섯 장, 그리고 노트북이 전부였다. 처음에는 불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 배낭 하나로 1년을 살아냈고, 문득 깨달았다. ‘어쩌면, 인생은 8kg의 짐만으로도 충분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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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돌아온 나는, 집 안을 가득 채운 수많은 물건들을 보며 숨이 막혔다. 지난 1년간 단 한 번도 찾지 않았던 그것들은, 나를 위한 자산이 아니라 내가 관리해야 할 ‘짐’일 뿐이었다.

나는 ‘인생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PART 1. 물질의 다이어트: 당신의 공간을 되찾는 법

물건: 옷장의 80%는 입지 않는 옷이었고, 책장의 100%는 다시 보지 않을 책들이었다. 한때 ‘수학의 정석’처럼 소중했던 추억의 물건들마저, 결국은 버려질 운명임을 깨달았다. 나는 앨범과 책들을 사진으로 남긴 뒤 모두 버렸다. 물건을 버리자, 물건이 차지하고 있던 마음의 공간까지 가벼워졌다.


자동차: 10년 전 폐차한 이후, 나는 차를 소유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차는 돈 먹는 하마이자, 주차와 관리라는 끊임없는 신경 쓰임을 요구하는 가장 큰 짐이다. 사람들은 차가 필요한 수만 가지 이유를 대지만, 없애고 나면 비로소 알게 된다. 차 없는 삶이 얼마나 편안하고 자유로운지를.


PART 2. 정신의 다이어트: 당신의 시간을 되찾는 법

물질의 다이어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정신을 옭아매는 보이지 않는 짐들을 내려놓는 것이다.

차례와 제사: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존중하지만, 그 방식이 살아있는 후손들에게 고통과 불화의 씨앗이 된다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즐거워야 할 명절이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고 갈등의 원인이 되는 것을 너무나 많이 보았다. 10여 년 전, 나는 이 모든 의식을 멈췄다. 그리고 마음의 평온을 얻었다.


경조사: 결혼식, 장례식, 돌잔치… 우리는 너무나 많은 시간과 감정을 타인의 행사를 위해 소모한다. ‘조사는 꼭 참석해야 한다’는 말에 얽매여, 의무감으로 꾸역꾸역 찾아가 부조를 하고 밥을 먹는다. 그 끝에는 ‘나는 갔는데 너는 왜 안 왔느냐’는 또 다른 마음의 빚만 남는다. 나는 어느 순간, 이 모든 굴레를 끊어버렸다. 부조는 하되, 가지 않는다. 나의 경조사는 알리지 않는다. 그러자 내 인생에 더 중요한 사람들과 더 깊이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영화 <캡틴 판타스틱>에서 아빠는 죽은 엄마의 유골을 공항 변기에 떠내려 보내며 진정한 자연으로 돌려보낸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추억하는 모습. 나는 그것이 진짜 존중이라고 믿는다.

나는 이 모든 ‘다이어트’를 통해 복잡한 신경 쓰임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그렇게 확보한 시간과 에너지를 오롯이 ‘나의 놀이’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쏟아부었다.


그 결과, 내 인생은 그 어느 때보다 풍요로워졌다.

인생의 배낭이 가벼워지자, 나는 비로소 어디로든 자유롭게 뛰어갈 수 있는 야생마가 되었다. 이 글은, 그렇게 되찾은 나의 풍요로운 삶에 대한 마지막 기록이다.


당신도, 한번 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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