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가 끝이 아닌, 새로운 놀이의 시작
파이어(FIRE): 경제적 독립과 조기 은퇴.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단어다.
연 생활비의 25배를 모으면 가능하다는 ‘4%룰’. 누군가는 5억을, 누군가는 10억을 목표로, 우리는 오늘도 치열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수많은 한국인들이 꿈에 그리던 결승선에 도달한 뒤, 길을 잃고 만다.
평생 ‘일’이라는 경주만 해왔기에, 어떻게 ‘놀아야’ 할지를 모르기 때문이다. ‘놀아보니 돈만 쓰고 심심하더라’며 다시 일터로 돌아가고, 70세가 넘어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되어서야 멈춘다. 그리고 남은 노년의 시간을 우왕좌왕하다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뒷모습을, 우리는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은퇴는 끝이 아니다. 진짜 인생을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다. 그리고 그 출발선에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놀이’다.
배움은 놀이를 위한 최고의 준비
공자는 말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니,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不亦說乎)’. 나는 이 ‘배움’이 시험을 위한 공부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즐거움을 더욱 깊고 풍요롭게 만드는 모든 행위야말로, 진짜 배움이다.
세계여행이라는 놀이를 계획했다면, 스페인어를 배워 현지인과 농담을 주고받는 즐거움을 더해보라. 살사 스텝을 익혀 쿠바의 클럽에서 땀 흘려 보라. 당신의 여행은 1,000배 더 즐거워질 것이다. 영상 편집을 배워 당신의 모든 여정을 기록한다면, 그 추억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진정한 배움이란, 더 잘 놀기 위한 유쾌한 노력이다.
나의 새로운 놀이 계획서
나는 ‘파이어’ 이후의 내 삶을 다음과 같이 설계했다. 이것은 나의 새로운 놀이 계획서다.
나의 집: 계절의 유목민 나는 더 이상 한곳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더운 여름에는 날씨가 선선한 콜롬비아 보고타에,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동남아에 나만의 베이스캠프를 차린다. 그리고 그곳을 거점으로 주변의 새로운 나라들을 하나씩 탐험하며 살아갈 것이다.
나의 하루: 배움, 탐험, 교류 오전에는 현지 언어를 배우며 뇌를 깨운다. 오후에는 운동 삼아 도시 구석구석을 걸어 다니며 그곳의 진짜 속살을 느낀다. 저녁에는 새롭게 사귄 현지 친구들과 어울려 맛있는 음식과 유쾌한 대화를 나눈다.
나의 또 다른 놀이: 글쓰기 그렇게 하루하루 채워나간 나의 경험과 모험을 바탕으로, 언젠가는 나만의 자전적 소설을 써볼 생각이다. 이것은 내가 세상에 남기는 가장 즐거운 유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