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차만별
많은 나라를 다니다 보니 만약 내가 여기서 살게 된다면 비용이 얼마 들까? 궁금증이 생겼기에, 직접 체험하고, 유튜브 한 달 살기 내용도 많이 보았고 여러 상황별로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생각보다는 생활비가 많이 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물가 저렴한 라오스에 산다고 가정해보자. 현지인들은 한 달 4-50만 원으로도 산다는데 2인 기준으로 한 달 100만 원이면 충분히 살 수 있지 않겠냐고? 그렇다 분명 가능하다. 그러나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아야 된다.
우선 월 20만 원 미만의 허름한, 각종 벌레가 출현하는 작은 방에 거주해야 하고 대부분의 식사를 직접 요리해서 먹거나 저렴한 현지 식당에서 해결하고, 제대로 된 외식은 어쩌다 할 수 있는데 여기에 여행까지 다닐 여유는 없다. 그리고 음주가무? 이런 건 사치다. 술 사다가 집에서 먹으면 모를까 바나 클럽에 갈 수 있는 상황은 못된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살려고 그 먼 나라까지 가서 살아보기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한국 생활 수준으로 산다고 가정해 본다면? 생활비가 거의 동일하거나 오히려 더 들 수도 있다. 우선 아파트 임대료, 꽤나 비싸다. 대도시에서 좀 괜찮은 아파트나 콘도 방 2개짜리 월세는 100만 원 정도는 잡아야 된다. 여기에 각종 공과금에 외식비, 문화생활등을 하는 비용이 최소 100만 원은 더 들어가고 여기에 차를 유지한다 그러면 100이 더 추가된다. 추가로 주변 여행 다니고 음주가무까지 즐긴다면 최소 월 400만 원 혹은 그 이상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만약 애들이 있어 학비가 비싼 국제학교 같은 곳을 보내게 되고, 사교육까지 시킨다면 한국보다 비용이 더욱 들어가서 급기야 월 1천만 원이 모자라게 될 수 도 있다.
정리하면 먹고 자고 기본만 하면서 산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가능하나 하나씩 선택 항목이 늘어날 때마다 비용은 점점 더 늘어나서 나중에는 아주 커지는 금액이 되니 적절히 조율해야겠다.
그러면 왜 멀리 나가서 살아? 그냥 한국에서 살지? 의문점을 가지게 될 수 있는데 한 가지 큰 차이는 있다. 한국과 같은 비용을 쓰더라도 좀 더 누리고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건비가 저렴하니 마사지를 자주 받을 수 있고, 가사 도우미를 고용해서 집 청소에서도 해방될 수 있다. 차 유지 시에도 기사까지 함께 고용해서 사장 대접을 받을 수 있으며, 저렴한 현지 식당 위주로 간다면 매일 외식도 가능하다.
나는 이전에 동남아 한 달 살아보기 체험하면서 주변 국가 돌아다닌 적이 있었는데 당시 거주하던 아파트 청소, 1회에 불과 1.5만 원 정도 비용으로 청소에서 해방되었다.(한달 4회, 6만 원선) 그리고 한식당에 자주 갔었는데 한국 보다 좀 더 저렴한 비용에 이렇게 극진한 대접을 받는 호사를 누렸다.
좀 괜찮은 식당에서는 이렇게 개별 방에서 오붓하게 식사를 하며, 고기를 직접 굽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알아서 다 구워서 가져다주거나 옆에서 직접 구워준다. 저렴한 인건비 덕에 누리는 호사다. 만약 작은 소도시나 시골에 거주한다면 더욱 저렴한 비용으로 누릴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심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한국에서 서울 사는 것과 충주 사는 것 연상해보면 된다.
그렇다면 보통의 현지인들은 어떻게 살까? 궁금해서 그들 사는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대도시 일하는 많은 젊은이들은 고향이 시골이고 돈 벌기 위해 상경해서 힘들게 타향살이하고 있다. 젊다 보니 보통의 월 급여는 한화로 40~50만 원 선인데 일단 집세로만 절반이상이 나간다. 그래서 절약 위해 작은 단칸방에 친구와 같이 사는 경우도 많다. 이후 본인 생활 하기도 빠듯한데 고향에 생활비도 보내야 하고, 특히 명절 때에는 선물도 가져가야 하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암담해진다. 그러니 부족한 급여를 보충하기 위해 투잡, 쓰리잡 하는 경우도 종종 보았다. 그렇게 아침 일찍부터 독하게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돈 벌고, 남는 시간에는 자기 계발까지 하는 모습 보면, 개도국의 비애가 느껴지며 나 자신을 돌이켜보게 된다.
[2024, 동남아 생활비, www.numbeo.com 참고]
위 표에서 보듯 괜찮은 아파트나 콘도의 월세는 소득 수준 대비 매우 비싸서 현지 서민들은 엄두 내지 못한다.
현지인 생활 수준에 대해 얘기 나온 김에 또 다른 예를 들어본다. 베트남과 필리핀은 수치상 1인당 GDP는 비슷하지만 일반 서민의 생활은 확연히 다르기에 GDP는 참고되는 숫자이지 절대적인 생활 수준 지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여기저기 다녀본 경험상 베트남은 절대 빈곤은 없고, 적어도 의식주 해결은 가능하다. 그러나 필리핀은 다르다.
한 가족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얘기를 들었는데.. 참 가슴이 먹먹해졌다. 마닐라 변두리에 사는 40대 말 A의 가족은 5명이다. 건설 일용직으로 일하는 그는 한 달 벌이가 60만 원선에 불과하다. 단칸방에 다섯 식구 사는데 집세로 20만 원이 나가고, 남은 40만 원으로 다섯 식구가 어떻게 살아갈까? 필리핀은 섬나라라서 전기가 한국보다 비싸니 전기 사용 엄두를 못 낸다. 당연히 손빨래해야 되며, 모든 것이 수작업이다. 그리고 필리핀 물가가 만만치 않으니 남은 돈으로는 아주 기초적인 먹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러다가 누구 하나 아프면? 의료비도 비싼데 대책 없다. 그야말로 비참한 삶이 이어진다.
많이 다니다 보니 나라에 관계없이 목표하는 생활 수준에 따라 비용이 천차만별인데 개도국에 거주한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인 한국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꽤나 비용이 들어간다는 사실, 그리고 물가 비싼 선진국에서 그 수준을 유지하려면 더욱 큰 비용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또한 선진국 사람들 사는 모습도, 일반 서민들의 실 생활 수준은 한국보다 못한 경우를 많이 보았다.
결론, 어디서 살든 생활비는 생각보다는 많이 들어가고 목표 수준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개도국에 살면
같은 비용으로
좀 더 누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