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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드로 Mar 04. 2024

한국이 싫은 이유 세 가지

비교하지 말았으면

앞서 선진국 서민들의 삶에서 얘기한 것처럼 여기저기 다녀볼수록 한국이 꽤나 살기 괜찮은 나라임을 느끼게 된다. 주거비 저렴하고, 치안 좋고, 편리한 대중교통, 저렴하지만 수준 높은 의료, 수많은 24시간 편의점 등등. 하지만 큰 단점들도 있다.       


1. 추운 날씨     


나이 들수록 추운 겨울이 점점 더 싫어지는데 문제는 그 기간이 꽤나 길다. 10월 말부터 추워지기 시작하는데 4월 초는 되어야 따뜻해지니 연중 5개월 정도는 춥다. 예전에 동해안 해안경비대 근무시절 밤에 장시간 근무 서다 졸고 있었는데 순찰 돌던 중대장한테 걸려 12월에 홀딱 벗고 그 추운 겨울바다 들어가서 뒹군 추억이 있다. 그 이후 추위에 더욱 약해진 것 같다. 그래서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남쪽 나라와 연중 온화한 날씨인 콜롬비아가 그립다. 참고로 웬만큼 더워도 잘 죽지 않지만 조금만 추워도 동사할 수 있다. 그런데 날씨는 어찌할 수 없는 자연조건이니 별 수 없고 극한의 시베리아에 태어나지 않은 것 다행으로 생각한다.       


2. 남과의 비교, 오지랖     


한국은 세계적으로 상당히 잘 사는 나라이고, 선진국으로 분류된다. 또한 빈부격차도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크지 않으며 절대 빈곤은 없기에 기본 의식주 해결에는 문제없다. 그럼에도 자살률이 상당히 높고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하게 된다. 극한 경쟁으로 몰고 가는 사회 시스템에 남과 비교하는 문화가 주된 요인이 아닌가 싶다. 절대적으로 웬만한 나라보다 잘 사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상대적으로 보다 잘난 이를 바라보며 그 부분만 비교하니 행복을 못 느끼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나는 막 결혼한 신혼부부로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돈은 없다. 그런데 옆집 누구는 돈이 많다. 내막을 알고 보면 그 사람은 돈은 좀 있지만 가정 불화가 있고 괴로워한다. 그러나 신혼부부는 그 사람이 돈 많은 것만 보고 부러워한다. 또한 앞서 언급했는데, 스웨덴 하면 떠오르는 것? 잘 사는 북유럽 복지국가, 그러나 실체는 빈부격차가 한국보다 훨씬 심하고 복지는 겨우 먹고 살만큼만 지원된다. 물가는 훨씬 비싼데 자산 중윗값은 한국보다 낮다.  그럼에도 우리는 스웨덴의 좋아 보이는 부분만 한국과 비교하며 ‘우리는 왜 이렇지?’ 불만을 가진다. 따라서 세계여행 다니면서 보다 다양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며 남과 비교를 하지 않는다면 즐거운 인생에 훨씬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다.      


3. 존대어     


동방예의지국? 어릴 때부터 수 없이 들었던 말인데 전 세계에서 한국만큼 존대어 발달한 나라가 없다. 듣기로 언어별 존대어 등급이 1~5단계가 있는데 한국어가 최고 등급이라고 한다. 극 존칭, 존대, 대략 존대, 평어, 하대, 상대 봐가면서 높낮이 수준을 정한다. 그런데 이 존대어가 세대 간의 소통을 방해하고 지금 글로벌 시대와는 맞지 않는다. 서로 처음 만나면 이름과 나이, 직업, 직급등을 물어보고, 어느 정도 차이가 나면 소통의 문을 닫아버린다. 그러니 서로 친구 되기 힘들고, 범위도 매우 좁아진다.      


반대로 대부분의 외국어는 존대어가 거의 없다 보니 친구 되기가 훨씬 쉬웠다. 대표적인 예로 튀르키예에서 벨라루스 갈 때 비행기 옆자리 같이 앉았던 Ligaz, 22세의 튀르키예 출신 유학생, 그와 의기 투합하여 수평적인 위치, 즉 친구로서 수도 민스크 체류하는 8일 동안 클럽을 4번이나 함께 갔고, 정말 멋진 추억들 만들었다. 존대어가 있는 한국에서 50대 아저씨와 20대 초반 학생이 이렇게 놀아? 실현되기 정말 어려운 일이다.   

   

또한 존대어가 있다 보니 여기서 파생된 것이 서열 문화다. 나이가 많거나 선배이거나 직급이 높으면 상호 서열을 정하고 여지없이 꼰대 서열 문화가 발동된다. 이러한 문화를 바탕으로 회사에서 상사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갖은 아부를 하는 경우가 많고 수직적인 구조가 이어진다. 또한 휴가를 통제하는 경우가 많고 사사건건 간섭하는 경우도 많다. 예전에 회사에서 근무할 때 정말 듣기 싫은 말이 있었다. 당시 A는 50대 초반의 대표 꼰대 아저씨였는데 누구누구 부장이나 임원을 ‘모시고 근무했다’는 표현을 즐겨했다. 뭐 그 임원이 회사 주인도 아니고 다 같이 일하는 구성원일 뿐인데 사내에서 상사의 위치에 있다고 그런 표현 쓰고, 술자리에서 대접하고 등등. 나는 그러한 것들이 너무나 싫었고 태생적으로 맞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런 표현을 전혀 안 하며 주체적으로 살다 보니 승진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대신 이렇게 다양하게 여러 가지 놀이를 경험하면서 즐기고 풍요로운 인생 만들고 있으니 인생의 길은 여러 가지다.      


한 대학 교수가 학생들과 평어로 수업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았는데 상호 간에 평어 즉 반말을 사용하니 교수, 학생의 벽이 허물어지고 격의 없이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하다는 평가였다. 글로벌 회사들은 수직적인 직급 체계를 없애고 수평 체계로 옮겨가는 추세이다. 한국축구에서 히딩크가 감독되고 경기 중 ‘선배님’ 부르지 말고 반말로 호칭하라고 한 일화도 유명하다.   

   

그래 그놈의 존대어가 문제다! 특히 나이 먹어갈수록 나는 여전히 젊은데 젊은 친구들에게 소외되는 느낌에 서러운 생각마저 든다. 존대어가 공경을 나타낸다고? 나이 들어 돈 없으면 더 무시당한다.  

    

“나이, 직업, 직급 구분 없이 상호 존대하거나 서로 평어 사용하는 즉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평등한 관계로 만나면 좋겠다.” 


“한국 사회생활은 일 보다는
상호 관계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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