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별 순위
105개의 나라를 여행했다고 하니,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이것이었다. “그래서, 은퇴하면 어느 나라가 가장 살기 좋을까요?”
나 역시 항상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헤맸다. 그리고 이제, 전 세계를 내 두 발로 직접 겪어본 지금, 나만의 답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이 장은, 당신의 ‘인생 2막’을 위한 나의 최종 보고서다.
우선 참고할만한 대표적인 사이트가 있다.
https://internationalliving.com/
에서 매년 은퇴 후 살기 좋은 나라 순위 발표 한다. 다만 해당 사이트는 북미인 기준이라 우리네 입장과 달라서 좀 갸우뚱한 부분도 더러 있지만 여러 가지 수치들은 참고할 만 하기에 인용하면서 나의 의견도 함께 이야기해 본다.
PART 1. 공식 순위의 함정과 진실
매년 ‘은퇴 후 살기 좋은 나라’ 순위가 발표된다. 코스타리카, 파나마, 포르투갈… 익숙한 이름들이 상위권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 순위는 북미인의 시각에 맞춰져 있고, 모든 항목을 평균 내어 평가하는 맹점이 있다. 날씨가 가장 중요한 사람과 의료가 가장 중요한 사람의 순위는 당연히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저 순위표만 믿고 코스타리카로 떠났다가, 높은 물가에 실망하고 결국 멕시코나 콜롬비아로 다시 이주하는 경우를 나는 종종 보았다. 그래서 나는, 한국인의 정서와 현실에 맞는 나만의 기준을 세웠다.
PART 2. 불드로의 5대 원칙
내가 생각하는 ‘은퇴 후 살기 좋은 나라’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아래 순서와 같다.
원칙 1. 날씨: 바꿀 수 없는 절대 조건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유일한 것, 바로 날씨다. 1년 내내 봄, 가을 같은 날씨가 이어진다면? 삶의 질은 수직 상승한다. 이런 천혜의 기후는 보통 적도 근방의 고산지대에 존재한다. 콜롬비아 메데진, 베트남 달랏, 케냐 나이로비 등이 대표적이다.
[날씨 No.1 베네주엘라 카라카스]
원칙 2. 물가: 삶의 질을 결정하는 현실 물가는 삶의 수준과 직결된다. 아무리 풍경이 좋아도, 매일 돈 걱정을 해야 한다면 행복할 수 없다. 파키스탄, 인도처럼 극단적으로 저렴하지만 생활이 불편한 곳을 제외하고, 캄보디아,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이집트 등은 ‘살만하면서도 물가가 저렴한’ 훌륭한 선택지다.
원칙 3. 의료: 가성비의 문제 나이가 들수록 의료는 중요하지만, 무조건 선진국 병원이 답은 아니다. 감당 못 할 비용과 기나긴 대기 시간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오히려 동남아나 중남미의 괜찮은 국제 병원에서 합리적인 비용으로 양질의 서비스를 받는 것이 현명한 타협점이다.
원칙 4. 치안: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은 것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테러나 전쟁 지역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사건 사고는 현지 이권 다툼에서 비롯된다. 마약이나 위험한 거래에만 얽히지 않는다면, 살인율 1위라는 도시에서도 평범한 일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일부 우범지대만 피한다면, 치안 때문에 선택지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원칙 5. 비자: 돈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 비자 발급이 까다로운 것은 분명 귀찮은 일이다. 하지만 몇 달에 한 번씩 ‘비자 클리어’를 위해 이웃 나라에 다녀오는 비용(100~200달러)은, 저렴한 현지 생활비로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 비자받기 쉬운 비싼 나라보다, 비자가 조금 불편해도 저렴하고 즐거운 나라가 낫지 않을까?
PART 3. 그래서, 나의 최종 선택은? 바로, 콜롬비아!
위의 모든 원칙과 ‘현지인들의 호감도’라는 수치 외적인 매력까지 종합했을 때, 나의 선택은 단연 콜롬비아다.
날씨: ‘영원한 봄의 도시’ 메데진, ‘선선한 가을의 도시’ 보고타. 완벽하다.
물가: 한국의 절반 수준. 10만 달러면 방 2개짜리 아파트 매입도 가능하다.
의료: 세계 20위권 수준의 괜찮은 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치안: ‘마약왕’의 시대는 30년 전 이야기. 지금은 중남미에서 꽤 안전한 나라다.
비자: 90일 무비자에 연장도 쉽다.
호감도: 세계 최고 수준의 친절함과 정열. 어딜 가나 K-컬처를 사랑하는 그들이 당신을 환대할 것이다.
PART 4. 당신을 위한 맞춤 제안 & 나의 마지막 꿈
물론 콜롬비아는 한국에서 너무 멀다. 가까운 곳을 선호한다면 동남아시아도 훌륭한 대안이다. 멋진 바다를 원한다면 필리핀, 맛있는 음식과 비슷한 정서를 찾는다면 베트남, 순박함과 저렴한 물가를 원한다면 라오스를 추천한다.
이렇게 각자의 기준에 맞춰 자신만의 나라를 찾으면 된다. 나의 경우, 한곳에 정착하기보다는 계절에 따라 움직이는 ‘유목민’의 삶을 꿈꾼다.
봄, 가을은 한국에서, 더운 여름은 선선한 콜롬비아에서, 추운 겨울은 따뜻한 동남아에서!
각 대륙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그 근방의 새로운 나라들을 탐험하는 삶. 그날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