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차만별
유튜브를 켜면 ‘월 100만 원으로 동남아에서 황제처럼 살기’ 같은 영상이 넘쳐난다. 과연 사실일까? 105개국을 여행하고 직접 살아본 나의 결론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이다.
[2024, 동남아 생활비, www.numbeo.com 참고]
LAYER 1. 월 100만 원의 진실
2인 기준 월 100만 원으로 한 달 살기. 가능할까? 물론 가능하다. 단, 많은 것을 포기해야만 한다.
월 20만 원짜리, 각종 벌레가 출몰하는 허름한 방에서, 대부분의 식사는 직접 해 먹거나 먼지 날리는 길거리 식당에서 해결해야 한다. 에어컨은 사치고, 깔끔한 레스토랑에서의 외식이나 주말여행은 꿈꾸기 어렵다. ‘음주가무’는 당연히 다음 생의 이야기다. 이것이 ‘생존’은 가능하지만, 우리가 꿈꾸던 낭만적인 ‘생활’과는 거리가 먼, 월 100만 원의 진짜 얼굴이다.
LAYER 2. 한국에서의 삶을 복제한다면?
그렇다면 한국에서의 생활 수준을 그대로 옮겨온다면 어떨까? 놀랍게도 비용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쌀 수 있다.
대도시의 방 2개짜리 괜찮은 아파트 월세는 1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여기에 공과금, 외식비, 문화생활비로 최소 100만 원, 차량 유지비로 또 100만 원이 추가된다. 아이라도 있어 국제학교에 보낸다면, 비용은 월 1,000만 원에 육박할 수도 있다. 동남아의 저렴한 물가라는 환상은, ‘한국형 인프라’를 원하는 순간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LAYER 3. 진짜 매력: 가성비 좋은 사치
“그럴 거면 뭐 하러 멀리 나가서 살아?” 바로 이 지점에서 동남아 한 달 살기의 진짜 매력이 드러난다. 같은 비용을 쓰더라도, 누릴 수 있는 삶의 질이 전혀 다르다는 것.
핵심은 ‘인건비’다. 예를 들어, 나는 한 달 살기 체험 당시 1회 1만 5천 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가사도우미를 고용해 청소 지옥에서 해방되었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같은 비용으로 기사를 고용해 ‘사장님’처럼 다닐 수도 있고, 매일 외식을 해도 부담이 없다. 괜찮은 한식당에 가면, 고기를 직접 굽는 수고로움 없이 직원이 옆에서 정성껏 구워주는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이것이 바로 같은 돈으로 더 많은 것을 누리는, 동남아 생활의 ‘가성비 좋은 사치’다.
LAYER 4. 우리가 보지 못하는 그림자
우리가 이 저렴한 사치를 누리는 동안,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지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도시의 젊은이들은 월 40~50만 원을 벌기 위해 고향을 떠나와, 월급의 절반을 좁은 단칸방 월세로 내고 친구와 함께 산다. 투잡, 쓰리잡은 기본이다. GDP 수치는 비슷해도, 베트남과 필리핀 서민들의 삶은 천지 차이다. 필리핀 마닐라의 한 5인 가족은 월 60만 원 벌이로, 월세 20만 원을 내고 남은 40만 원으로 한 달을 버틴다. 비싼 전기세 때문에 손빨래를 하고, 누구 하나 아프면 대책이 없는, 그야말로 비참한 삶이다.
결론은 명확하다. 어디서 살든, 한국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든다.
하지만 동남아에서는, 같은 비용으로 당신은 청소와 운전, 심지어 고기 굽는 일에서까지 해방된 진짜 ‘VIP’가 될 수 있다. 그 저렴한 인건비의 그림자에 누가 있는지 이해하고, 그 선택의 무게를 아는 것.
그것이 바로, 현명한 한 달 살기의 진짜 시작이다.
[베트남 호치민의 한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