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불드로 Mar 03. 2024

선진국에 살면 좋을까?

서민의 생활은 별다르지 않다. 

한국이 한창 개도국이던 80년대 시절에는 우리보다 훨씬 잘살아 여유 넘쳐 보이는 미국이나 유럽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해외토픽 이라고 짧게 보여주는 영상이 있었는데 먹는 토마토를 서로 던진다던가, 우스꽝 스러운 복장을 하고 파티를 한다거나. 당시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하던 모습들 보면서 ‘기본 생활에 문제가 없으니 저런 해괴망칙한 짓도 하는구나’ 생각 했다. 또 영화나 드라마 보면 따사로운 날씨에 개 데리고 산책하는 모습, 선글라스 끼고 해변에서 한가로이 맥주 마시거나 책 읽는 모습, 멋진 자연을 배경으로 트래킹 하거나 설원에서 스키타는 모습. 특히나 요람에서 무덤까지 인생이 보장되는 복지 제도가 있다는 북유럽은 천상계로 보였다. 그렇게 상상 속에서만 꾸며지다가 이후 전 세계 모든 선진국을 다 돌아보니 실체는 알려진것과 많이 달랐다. 



서민들 삶은 별다를 것 없다

는 현실을 보게 된다.    

  

이제는 한국도 선진국 반열에 들어 그때와는 입장이 다른 상황에서 만나본 미국이나 유럽의 서민들은 생각보다 그리 여유롭지 못하다고 느꼈다. 이후 각종 자료들 찾아보니 정말 그러했다. 먼저 유럽의 전통적 강국으로 알려진 나라들은 독일, 영국, 프랑스. 내막을 보니 소수 잘사는 부유층 제외하고 대다수의 일반 서민들은 그냥 그냥 살아간다. 즉 생각보다 많지 않은 급여에 많은 세금까지 떼이고 나면 실제 사용 가능한 소득은 한국과 그리 차이 나지 않는다. 필수적으로 빠져 나가게 되는 주거비, 즉 훨씬 비싼 월세와 공과금까지 떼이고 나면 한국보다 오히려 금액이 적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에 대중 교통이나 외식 물가, 특히 인력이 들어가는 서비스 물가는 한국 보다 훨씬 비싸니 더욱 살기 팍팍한 상황이 된다. 최저 임금이 높아서 내 인건비가 높다고 좋아 할 일만은 아니다. 남의 인건비도 높다. 반면 마트에서 식료품 물가는 한국보다 많이 싸니 집에서 직접 요리만 해먹는다면 그럭저럭 살만한 수준이 되긴 하다. 그러나 엥겔 지수 즉 식료품비는 소득의 10~15% 수준이니 거기서 절감 해봐야 전체 생활비에서 별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필수적인 비용 빼고나면 실제 운용할 수 있는 돈은 얼마 남지 않고 한국보다 더욱 적어진다. 따라서 기본 생활 유지할 수준밖에 되지 않기에 외식이나 레저 활동 하기 어렵고 애 키우려면 맞벌이는 필수이다. 또 유럽 사람들이 수동, 경차 선호 한다는데 그들이 검소해서가 아니라 큰 차 운용할 경제력이 없는것 아닐까? 예를 들어 세계 물가 비교 사이트인 Cost of Living 에서 어느정도 비교해 볼 수 있다. 물론 여기 수치가 정확히 일치하리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판단은 될 수 있겠다.      


먼저 서울과 런던을 비교 해보자.

2024.1월 기준이다.          


세후 급여는 런던이 136만원 많지만 임대료는 267만원 더 비싸다. 급여에서 필수 요소인 임대료 빼고나면 가용 금액은 한국이 더 많아진다. 그런데 외식비에서 큰 차이가 난다. 미국, 유럽등 선진국의 공통점인데 보통 한끼 식사에 최소 2만원은 줘야되고 그 수준도 별로라 단품으로 접시 하나 달랑 내놓고 먹는것 보면 측은한 마음이 생길정도다. 여기에 한국에서처럼 얼큰하게 술 좀 마시려 한다면 소주처럼 가성비 좋은 술이 없기에 격차가 훨씬 벌어진다. 반면 마트 식자재 가격은 한국보다 많이 저렴하기에 외식하지 않고 직접 요리를 해야 생활비 아낄 수 있다. 또한 필수적으로 따르는 전기 수도, 난방등 공과금이나 인터넷이 많이 비싸고 다른 부분들도 전체적으로 비싸다.      


복지가 좋다는 북유럽 스웨덴과 비교 해본다.     


급여가 서울보다 많지만 북유럽은 워낙 세금을 많이 떼어가니 세후 금액은 별 차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임대료가 2배, 급여에서 임대료 뺀 가용액은 서울이 284만원, 스톡홀름이 215만원. 다른 유럽처럼 마트 물가는 저렴하지만 외식비나 교통비는 훨씬 비싸니 외출 하지말고 집에서 요리만 해먹어야 된다. 이전에 ‘스웨덴 게이트’ 손님이 집에 방문 해서 식사 시간이 되었을때 식구들끼리만 따로 밥 먹고, 손님은 방치 한다는 내용이 화제가 되었는데 그럴만 하다. 돈이 없으니까.      


반면 복지가 좋지 않냐고? 맞다. 그러나 해당 복지를 누리려면 사회 소외 계층이거나 다 자녀 등의 조건이 갖춰져야 된다. 즉 살기 어려운 하층민은 확실히 한국보다 복지가 낫다. 그러나 지원된다고 해도 그냥 먹고 살 수 있는 최저 생계비 수준이지 무작정 퍼주는것은 아니다. 또한 보통 선진국 이주 가는 경우 언어와 능력이 되는 고학력자들이 많은데 그런 경우 복지 헤택을 받지 못하고 세금만 많이 낼 가능성이 크다. 차후에는 이 마저도 가속되는 노령화로 과연 지속적으로 유지 될지는 의문이 든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인데 개인적으로는 국민연금 의존하지 않고, 그냥 없는 돈이라 생각하고 폭넓게 미래설계 진행중이다.      


세계 최고 부자 도시 뉴욕과 비교 해보자.      

     

서유럽과 추세가 비슷한데 부자 도시답게 세후 급여는 2배 이상 많으나 임대비는 4배 이상 많다. 그래도 급여에서 임대비 뺀 가용액은 서울이 260만원, 뉴욕이 331만원으로 좀 더 많긴하나 다른 비용, 특히 외식이나 교통비가 많이 비싸다. 유럽과 달리 식료품비도 소고기를 제외하고는 별 차이 나지 않는다. 만약 방 2,3개짜리 아파트라면 임대비가 더욱 비싸니 허덕일 것이다. 따라서 외식은 엄두를 못내며 오래된 작은집에서 직접 요리만 해먹어야 생활 유지 가능하다. 돈 많이 주고 더욱 많이 빼어가는 조삼모사다. 뉴요커, 뉴욕에서 우아하게 브런치를? 글쎄.      


[2024. 도시별 가용액 비교]


타 선진국 도시와 비교해봐도 서울보다 가용액이 높은 경우가 드물고, 설령 높다해도 비싼 외식비와 교통비로 즐기면서 살기는 힘들다. 이건 혼자 작은 집에 살 경우인데 만약 애까지 키운다면 맞벌이는 필수가 된다. 

     

이제 다른 요소들 살펴보면, 먼저 중요한 날씨. 다녀보니 미국 캘리포니아나 마이애미 날씨는 괜찮은데 전체적인 유럽 날씨는 한국 대비 좋다고 할 수 없다. 동유럽이나 북유럽은 짧은 여름에 매우 춥고, 해도 짧아 우울해지기 쉽다. 독일까지는 좀 춥고 프랑스 중부 아래로 내려가야 좀 살만한 날씨가 되는데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이태리, 그리스와 같은 지중해 연안 지역은 따뜻하고 좋긴 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유럽의 대표 관광 대국은 프랑스, 스페인, 이태리 여기에 스위스를 추가하면 대략 핵심을 둘러보는 상황이 된다. 처음 유럽 관광 가면 멋진 교회나 왕궁 같은 건물들 여기에 다양한 박물관, 역사 유적들 분명 멋지다. 그러나 전 유럽 50개국을 돌아보니 앞서 관광 대국 몇 나라 제외하고는 거기서 거기더라. 약간씩 건축 형태와 문양만 달라질뿐 비슷한 상황에 식상함 마저 느껴졌다. 이러한 관광지를 한번씩 둘러보거나 필요시 1-2주나 한달 살이 하면 되지, 굳이 여기서 계속 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은퇴해서 계속 거주하기에는 높은 물가가 걸림돌이고 현지인들과 융화되어 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한국 음식 생각이 나서 삽겹살에 소주 찾는다? 비싸서 큰 마음 먹어야 된다.       


만약 보다 젊은 나이에 자유로운 미국이나 유럽 문화에 어우러져 터전을 잡아보고 싶으면 거주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젊을때는 뉴욕이나 런던, 파리 같은 곳에서 살아보고 싶었지만 능력이 안되어 못했다. 뉴요커, 파리지엥, 왠지 멋지지 않은가? 그러나 급여에서 필수 비용을 뺀 가용액이 적다보니 자산 축적이 힘들어 중산층 이상으로 올라서기가 한국보다 많이 어렵고 그들과 어우러져 사는것이 만만치는 않아 보인다.      


그러면 개도국 서민들 삶은 어떨까?           


개도국 공통점, 임대료가 급여와 같거나 더 많다. 일반 서민들은 도심에서 쾌적한 주거 환경에 살지 못하고 작은 집에 여럿이 함께 살아야 된다. 그들에게 아파트 거주는 상류층 수준이다.       


이렇게 정리 해보니 세계적인 자산 인플레이션으로 비싼 임대료가 제일 문제다. 예전에는 지주, 지금은 건물주가 다 가져간다. 불쌍한 서민들은 건물주에게 소득의 상당부분을 뜯기고 남은 돈으로 힘겹게 살아간다. 이렇게 선진국 서민들의 삶은 그냥 영위하는 수준이며 여유있게 즐길 여력은 없다. 개도국은 더욱 힘들다. 반면 서울의 가용액이 많은 이유는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낮고, 전세 제도가 있어서다. 한국이 경제적으로는 살만한 이유인데 다 좋을 수는 없다. 끔찍한 서열 따지기, 남과 비교하는 문화가 우리를 힘들고 불행하게 만든다. 


소득이 올라가면 뭐하나? 
더 많이 뺏어가는데. 



이전 20화 세계일주 얼마면 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