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접기
기대만큼 두꺼워진 마음이 얼마나 빳빳한 자국을 남기려고
다시 펼쳐지는지 모르겠다 다 접었나 싶으면 또 스멀스멀 틈새가 벌어진다
운명에 떠넘겨보려고 해도 자꾸만 마음과 머리를 쓰게 된다
머릿속으로는 수천번 수만번씩
때가 아니던지 상황이 아니던지
뭣 하나 똑바로 끼워맞춰지는 퍼즐이 없는데
물렁해진 마음이 그 엇갈린 조각들 사이를 지점토처럼 억지로 채워넣고야 만다
나는 이 퍼즐조각이 맞춰지지 않는게
어떤 한 조각이 모자라서라고 생각을 했으나
이제는
이 퍼즐조각들은 애초에 하나의 그림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을 것만 같다.
내 속에 쌓인 퍼즐들은 날카로운 모서리를 가졌는지 맞추려 하면 할수록 따갑고 불편하기만 하다.
이럴땐 물렁해진 마음이 필요한데
나는 이 애초에 하나의 그림이 아니었던 엉망진창인 퍼즐을 억지로 맞추기 위해서
마음을 물렁하게 만들 바에야
시간이 흘러 마모된 퍼즐 조각을 맞춰볼 필요도 없이 가슴 속 한켠에 쌓아올려 둬보겠다고
내 방한켠 오래된 책장이 그랬듯이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아련한 추억으로 남겨둬보겠다고
하기사 하나의 그림이 못되었던 엉망진창 퍼즐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 않느냐고
시간이 나를 안아주기를
우두커니 서서 먼 곳을 기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