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보물찾기

매일 눈을 크게 뜨면

by 불가사리

소풍에서 가장 좋아했던 것은 ‘보물찾기’였다. 설마 저런 곳에, 낯설지 않고 이미 익숙하여 스쳐 지나버린 장소에 보물은 숨어있다. 모스크바의 생활도 그렇다. 여행이 아닌 삶이 되어버린 일상의 보물은 눈을 크게 뜨고, 꼼꼼히 살펴야 찾을 수 있다.

“집 앞 슈퍼에 가자.”
“매일 가도 그렇게 좋아?”
“응. 내겐 슈퍼가 보물찾기 장소야.”

한국의 마트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익숙한 채소와 과일 사이 숨은 보물을 발견할 때도 있다.

“어머, 석류에 잎사귀가 붙어있어. 너무 귀엽다.”

처음으로 잎사귀가 달린 석류를 샀다. 석류나무를 본 적이 없어서, 열매가 어떤 모습으로 열리는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어렸을 때 외갓집에서 처음 석류를 먹던 날, 단단한 껍질을 깨자, 수많은 빨간 알갱이들이 신기했다. 빨간 옥수수 알갱이처럼, 이빨처럼 보여서 무섭기도 했다. 오도톡 터진 알갱이들로 손이 빨갛게 되고, 옷에 튀어 한동안 자욱이 남았다. 한국에 비해 이곳의 석류는 비싸지 않은 편인데, 심지어 오늘은 세일을 해서 내 주먹 크기의 석류 3개가 한화 1800원이었다. (개당 아이스크림 1개 가격도 안된다)


선명한 초록색, 귀여운 잎사귀가 달린 석류


잎사귀가 달린 석류가 신기해서 인터넷으로 석류나무에 대한 사진을 찾아보았다. 석류의 붉은 꽃이 참 예뻤다. 관상용으로 키우는 이도 있는데, 열매를 맺기 어렵다고 한다. 어딘가에서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고, 제 때 꽃을 피우고, 무사히 열매를 내어 내 손으로 오게 된 잎사귀가 달린 석류 한 개. 평범한 일상 속에서 내가 찾은 오늘의 보물이다.

계절이 바뀌고, 그때마다 볼 수 있는 채소, 과일들이 달라진다. 밖의 풍경과 공기도 매 순간 다르다. 역마다 다른 모습의 모스크바의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의 동그란 조명은 둥근달처럼 보인다. 사람들을 따라 고개를 들었더니 개찰구 위 높은 천장에는 빨간 하트의 헬륨 풍선이 다닥다닥 붙어 있다. 공원 앞 자판에서 커다란 솜사탕을 쓰려고 하던 남자아이의 모습, 초록이 귀한 겨울 물에 꽂아 두면 쑥쑥 자라나는 당근 잎, 나를 미소 짓게 하는 일상의 보물과 같은 순간들이다. 매일 숨은 보물을 찾는 이로 살고 싶다. 인생에 단 하루도 같은 날은 없으니까.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의 둥근 달, 천장의 하트 헬륨풍선들
초록이 귀한 겨울의 쑥쑥 자라는 당근 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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